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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Nov 05. 2023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다는데, 나는 그저 매일 물을 열심히 주었다. 한여름에는 아침저녁으로, 더위가 물러가고 햇빛의 세기가 조금 약해진 요즘은 아침에만 물을 준다. 지난봄에 국화꽃을 피우고 싶으면 해 보라는 이웃의 권유에 냉큼 이웃집 국화 줄기를 꺾어 삽목 했다. 새잎이 한두 개 날 때까지 그늘에 두고 물을 거르지 않고 주었다. 새잎이 서너 개쯤 나면 뿌리가 잘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곳에 두고 물을 열심히 주었다.


삽목을 언제 했는지 날짜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5월이지 싶다. 6월 중순에  찍은 마당사진에서  2~ 3cm가량의 국화꽃 어린싹이 보이는 걸로 짐작해 보면 그렇다. 6월, 7월, 8월, 9월이 지나고 10월이 되어도 꽃이 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쩍새가 봄부터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그렇게 울었다면 아마도  목이 쉬어 더 이상 울 힘도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긴 시간이 지났다. 가을이 되면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국화꽃이 냉큼 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옆집 꽃밭에는 국화가 만발한데 우리 국화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 거름은 조금 주고 물만 많이 주어 그런가? 그럴 리가 없는데…… 화분( 원래는 고무통이지만 꽃을 품기로 했으니 화분 맞다 )에  흙과 거름을 넉넉히 채웠고 틈틈이 쌀뜨물, 우유팩 가신물 등등을 주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무엇이 부족했을까? 뭐가 잘못되었나?


11월이 되자 한두 송이씩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예쁘다는 것을 넘어 뭔가 뭉클하다. 꽃이 핀다는 것은 오랜 시간을 견뎌야 가능한 것이리라.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여름날의 천둥을 견뎌내고 가을날 무서리가 내려 국화꽃이 피었다. 혹여 꽃이 피지 않을까 안달했던 마음이 이제야 놓인다. 나의 국화꽃이 피었다. 나의 1년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국화꽃처럼 다른 결실도 맺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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