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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Dec 07. 2023

털썩

발행취소하려다 글 삭제한 이야기

나는 글을 쓰고 일단 저장한다. 감이 오고 촉이 오고 흥도 나고 삘이 넘치면 글을 쓴다. 쓰고 나면 열에 열은 글이 아닌 건 같다. ‘내가 무슨 말을 한 건가?’ 그래서 몇 번의 퇴고를 거친 후 발행한다. 발행한 글에도 여전히 오탈자가 넘치고 맥락이 있다 없다 하고, 뭐 아무튼 퇴고는 1도 안 한 글처럼 보일 때가 태반이지만 나름 퇴고라는 걸 나도 한다.


어제저녁 일이다. 친구들 성탄 선물을 준비한 이야기를 쓰고 맞춤법 검사를 하고 소리 내어 읽으며 수정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저녁 준비할 시간이 되었다. 아이고~ 느낌 좋을 때 계속해야 하는데 말이다. 돈 안 되는 글을 쓰는 자의 비애를 막막 느끼며 책상에서 일어나려는 찰나였다. 가족들이 저녁으로 찐빵을 먹겠다고 했다. 오~ 이것은 뭔가 명작탄생의 전조가 아닐까? 신이 났다. 찐빵을 준비하기 위해 쓰던 글을 잠시 멈추고 저장하려고 했다. 아뿔싸. 저장이 아니라 ‘발행‘ 버튼을 눌렀던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다. 발행하기 무섭게 어느 작가분의 ‘좋아요’  알림을 보고 알았다. 저장한  글에 ’ 라이킷‘을 누를 수 있는 건가?  아닐 텐데? 어머나, 세상에나. 쓰다 만 글을 발행하다니? 마침표도 찍지 않은 글인데?


급하게 발행취소를 하려고 했는데 왜 ‘발행취소‘ 버튼은 없는 건가?  취소는 불가능한가? 내 브런치는 구독자도 적고 내 글은 조회수는 구독자수보다 더 적으니 모른 척하고 내버려 두어도 되려나. 앞으로 미친 듯이 글을 올려 목록에서 금방 찾기 어렵게 만들면 될까? 발행 취소 방법을 검색했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해결책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서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부끄러움은 흘러가는 시간의 제곱만큼 커졌다.


일단 지우기로 결단을 내렸다. 삭제 버튼은 눈에 확 들어온다. 수정 버튼에 딱 붙어있는 삭제 버튼을 보며, 수정하려다 삭제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다. 삭제를 했다. 어라? 삭제를 했는데도 글이 그대로이다. 이건 또 뭔 일인가? 이 글에 귀신이 붙었나?  그래서 발행도 안 한 글이 발행되었나?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다시 삭제를 했다. 이번에는 무사히 지웠다.


월. 귀신이 붙기는 뭐가 붙어? 어이없다. 며칠 전에 발행한 글 <시골에서 어떻게 쓰라고?>도 삭제되었다. 눈에 뵈는 게 없었나 보다. 오른팔 아파 병원 갔더니 왼팔 치료를 받으면 이런 기분이 들까.  나름 반응 좋은 글이었는데 말이다. 글에서 시골 사람 화나게 하는 판촉 활동 그만 하라며 화를 내고 짜증을 너무 부렸나. 벌 받았군.이번에는  삭제된 글을 복구 방법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브런치에는 없나보다.


글 두편을 날려먹고 발행 취소 방법은 찾았다.  쓰레기통 모양의 삭제 버튼 옆에 있는 자물쇠 모양의 버튼이 그것이다. 자물쇠를 보면 ‘발행’이 연상되나? 나는 아닌데.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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