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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Feb 15. 2022

옥수수수염차 한 병 하실래요?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웃다가 울다가 똥구멍에  털 날 뻔했다. 요즘 노안과 안구건조 핑계를 대며 책을 잘 읽지 못하는데 이 책은 얼마나 잘 읽히는지 금세 다 읽었다. 다행히 똥구멍에 털은 나지 않았다. 대신 마음이 뭉클하고 따뜻해진다.


지갑, 신분증  귀중품이  파우치를 찾아주었다는 인연으로 노숙자에게 자신운영하는 편의점 알바를 맡기는 , 편의점에서 일하는 노숙자 독고 씨가 알고 보니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의사였다는 ,  코로나로 인해 쓰게  마스크 덕분에 독고 씨가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는다는  등등 동화나 판타지 다. 그럼에도 아무런 딴지 없이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현실에서 정말 일어날  같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가는 작가의 찰진 문장과 구성 덕분이다. 그리고 작품 제시하는 세상- 서로를 믿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돕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내가 간절히 바라고 있어 그런  아닐까.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었던 편의점 사장 염 여사와  편의점 야간 알바 독고 씨를 중심으로 새로운 챕터마다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편의점의 또 다른 직원 오여사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독고 씨 앞에서 울음을 터뜨릴 때 나도 펑펑 울었다. 오여사는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들이 힘들다. 그러고 보니 염 여사의 아들도 엄마 속 뒤집어 놓기의 달인이다. 이 땅의 아들들은 도대체 왜 그럴까.


급똥, 밥코드, 참참참 세트( 참이슬 + 참치김밥+ 참깨라면 ), 박찬호 도시락과 산해진미 도시락 중에 무엇이 좋은가 , 진상 손님, 만병통치약으로 쓰이는 옥수수수염차에  웃음이 빵빵 터지다가 어느새 눈물이 고여있다. 웃다가 울다를 반복했는데 똥구멍에 털이 나지 않고 엉덩이에 뿔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속상할 땐 옥수수…… 옥수수수염차 좋아요.”

“옥수수수염차…… 색깔 때문에…… 술 먹는 기분도 들고…… 속도 풀리고 좋아요.”

“술 대신 먹기 좋아요…… 나도 이거 마시며…… 술 생각 없앴어요.”


독고 씨는 노숙할 때 매일 술을 마셨다. 알콜성 치매 환자이다. 편의점 일을 시작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기로  염 여사와 약속했고 옥수수수염차를 술 대신 술을 끊는다. 그는 옥수수수염차를 만병통치약처럼 사람들에게 권한다. 신기하게도 효험이 있다. 마치 문제 해결의 실마리 같다. 앞으로 속상하거나 고민이 있거나 가슴이 답답하면 옥수수수염차가 생각날 것 같다. 한 병 쭉 들이키고 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것 같다. 참 따스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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