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수염차 한 병 하실래요?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by 송알송알



웃다가 울다가 똥구멍에 털 날 뻔했다. 요즘 노안과 안구건조 핑계를 대며 책을 잘 읽지 못하는데 이 책은 얼마나 잘 읽히는지 금세 다 읽었다. 다행히 똥구멍에 털은 나지 않았다. 대신 마음이 뭉클하고 따뜻해진다.


지갑, 신분증 등 귀중품이 든 파우치를 찾아주었다는 인연으로 노숙자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 알바를 맡기는 것, 편의점에서 일하는 노숙자 독고 씨가 알고 보니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의사였다는 것, 코로나로 인해 쓰게 된 마스크 덕분에 독고 씨가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는다는 것 등등 동화나 판타지 같다. 그럼에도 아무런 딴지 없이 이야기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간다. 현실에서 정말 일어날 것 같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가는 작가의 찰진 문장과 구성 덕분이다. 그리고 작품이 제시하는 세상- 서로를 믿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돕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내가 간절히 바라고 있어 그런 것 아닐까.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었던 편의점 사장 염 여사와 편의점 야간 알바 독고 씨를 중심으로 새로운 챕터마다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편의점의 또 다른 직원 오여사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독고 씨 앞에서 울음을 터뜨릴 때 나도 펑펑 울었다. 오여사는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들이 힘들다. 그러고 보니 염 여사의 아들도 엄마 속 뒤집어 놓기의 달인이다. 이 땅의 아들들은 도대체 왜 그럴까.


급똥, 밥코드, 참참참 세트( 참이슬 + 참치김밥+ 참깨라면 ), 박찬호 도시락과 산해진미 도시락 중에 무엇이 좋은가 , 진상 손님, 만병통치약으로 쓰이는 옥수수수염차에 웃음이 빵빵 터지다가 어느새 눈물이 고여있다. 웃다가 울다를 반복했는데 똥구멍에 털이 나지 않고 엉덩이에 뿔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속상할 땐 옥수수…… 옥수수수염차 좋아요.”

“옥수수수염차…… 색깔 때문에…… 술 먹는 기분도 들고…… 속도 풀리고 좋아요.”

“술 대신 먹기 좋아요…… 나도 이거 마시며…… 술 생각 없앴어요.”


독고 씨는 노숙할 때 매일 술을 마셨다. 알콜성 치매 환자이다. 편의점 일을 시작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기로 염 여사와 약속했고 옥수수수염차를 술 대신 술을 끊는다. 그는 옥수수수염차를 만병통치약처럼 사람들에게 권한다. 신기하게도 효험이 있다. 마치 문제 해결의 실마리 같다. 앞으로 속상하거나 고민이 있거나 가슴이 답답하면 옥수수수염차가 생각날 것 같다. 한 병 쭉 들이키고 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것 같다. 참 따스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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