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내고 싶었는데 힘들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끄덕 없고
여름 더위를 즐기는 사람인 줄 알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덥다는 대구에서 나고 자란 덕분에
더위에 강한 몸과 마음으로
결코 냉방기에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웃음 짓던 적이 있었더랬다
지금은 아니다
더위에 지지 않으려면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루에 밥과 고기와 과일과 채소를 배부르게 먹고는
입맛이 있네 없네 하고
모든 일에서 손을 놓고는
더워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한다
사람들을 잘 보고 듣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동쪽에 아픈 아이가 있어도 돌봐주러 가다가 더위에 내가 먼저 쓰러질까 겁내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다면 가보기는 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남쪽과 북쪽에 이런 일 저런 일 있어도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설혹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고 해도 몸이 천근만근이고
이게 더워서 그렇다 한다.
나는 원래 여름을 가장 좋아했지만
이상기후로 여름은 점점 더워지고
갱년기 이후로 내 몸은 점점 뜨거워지고
더위에 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고 싶었는데, 나는 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못하겠다
여름아. 졌다
잘 가라
얼른 가라 제발
맞습니다. 미와자와 겐지 작가님의 <비에도 지지 않고>를 조금 바꿔 더위에 지친 제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비슷한 것인데 뭐라 불러야 할까요? 미야자와 겐지 작가님과 작가님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 너무 노여워 마시길. 언제부터인가 ( 갱년기 시작하고부터인 듯 ) 여름만 되면 이렇게 더운 여름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지구와 제가 점점 더워져서 그런가 봐요. 8년 전 일기에도 오늘과 비슷한 넋두리를 했더군요. 너무 덥네요. 비가 내려서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습도만 높아지고, 다른 동네에서는 물난리가 났다 하니 몸과 마음이 전혀 시원하지 않네요. 어쩌면 좋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