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2일 일기
글감이 없다. 글깜이 없다. 무얼 써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친구들과 시작한 글쓰기 모임이 너무 재미있어 브런치 회원 가입도 했는데 말이다. 몇 번만에 밑천이 다 드러난 기분이다. 오늘이 마감날인데 글쓰기 시작도 못하고 있다. 마감은 글을 쓰게 하는 강력한 마법인 줄 알았는데 게으르고 별 생각없이 사는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 마법인가 보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을 복사한 것 같은 내일을 살고 있는 일상을 써볼까. 자고 밥하고 밥 먹고 치우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시장 다녀오고 다림질하고... 하루 종일 분주했는데 글감은 없다.
글감 없을 때 치트키로 사용하기 딱 좋은 책 이야기를 써볼까? 에구머니. 최근에 읽은 책이 없구나. 친구들과 함께 읽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유희'를 읽다가 팍 소리가 나게 책장을 덮어버린 이후 좀처럼 책이 눈이 들어오지 않는다. 헤세 오라버니는 내 취향 아닌 걸로...... 친구들은 재미있다던데, 음악 명인과 주인공(이름도 가물가물)이 음악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핑 도는 감동을 느꼈다던데, 나는 유리알유희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내가 어린 시절 내가 갖고 놀던 구슬치기인가?
책에서도 글감을 찾을 수 없다면 내 사랑 나의 사랑 야구 이야기를 글로 풀어볼까. 할 이야기는 많다. 엄청 많다. 하지만 안 된다. 절대 안된다. 그동안 내가 구축해온 도덕적이고 선하고 정의로운 이미지가 바사삭 부서질지 모른다. 야구를 보기만 하면 나도 모르는(몰랐을 리가? ) 자아가 욱하며 발현되지는 참으로 모를 일이다.
1일1그림을 그릴 때 무엇을 그려야 하나 고민이 되면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리곤 했다. 이 기술을 글쓰기에도 적용을 해볼까. 집안을 쓱 둘러보았다. 내 눈에 걸리는 것이 오늘의 글감이다. 하나만 걸려라. 제발. 헐~ 우리 집이 너무 더럽다. 먼지를 발로 차면서 길을 만들어야 걸을 수 있는 우리 집의 처참한 상태를 글로 써봐? 말아? 글쓰기보다 청소를 먼저 해야 겠다.
아. 글감이 없다. 글깜이 없다. 어쩌누.
작년 11월에 쓴 글인데 7개월이 지난 오늘의 내 모습과 똑같다. 참 나… 그런데도 글쓰기 모임도 꾸준히 하고 있고 브런치에 글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는게 신기방기하다.
글쓰기 마감이 코앞인데 … 글감을 누가 던져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