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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May 30. 2022

글감이 없다

2021년 11월 12일 일기

글감이 없다. 글깜이 없다. 무얼 써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친구들과 시작한 글쓰기 모임이 너무 재미있어 브런치 회원 가입도 했는데 말이다. 몇 번만에 밑천이 다 드러난 기분이다. 오늘이 마감날인데 글쓰기 시작도 못하고 있다. 마감은 글을 쓰게 하는 강력한 마법인 줄 알았는데 게으르고 별 생각없이 사는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 마법인가 보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을 복사한 것 같은 내일을 살고 있는 일상을 써볼까. 자고 밥하고 밥 먹고 치우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시장 다녀오고 다림질하고... 하루 종일 분주했는데 글감은 없다.


글감 없을 때 치트키로 사용하기 딱 좋은 책 이야기를 써볼까? 에구머니. 최근에 읽은 책이 없구나. 친구들과 함께 읽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유희'를 읽다가 팍 소리가 나게 책장을 덮어버린 이후 좀처럼 책이 눈이 들어오지 않는다.  헤세 오라버니는 내 취향 아닌 걸로...... 친구들은 재미있다던데, 음악 명인과 주인공(이름도 가물가물)이 음악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핑 도는 감동을 느꼈다던데, 나는 유리알유희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내가 어린 시절 내가 갖고 놀던 구슬치기인가?


책에서도 글감을 찾을 수 없다면 내 사랑 나의 사랑 야구 이야기를 글로 풀어볼까. 할 이야기는 많다. 엄청 많다. 하지만 안 된다. 절대 안된다. 그동안 내가 구축해온 도덕적이고 선하고 정의로운 이미지가 바사삭 부서질지 모른다. 야구를 보기만 하면 나도 모르는(몰랐을 리가? ) 자아가 욱하며 발현되지는 참으로 모를 일이다.


1일1그림을 그릴 때 무엇을 그려야 하나 고민이 되면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리곤 했다. 이 기술을 글쓰기에도 적용을 해볼까. 집안을 쓱 둘러보았다. 내 눈에 걸리는 것이 오늘의 글감이다. 하나만 걸려라. 제발.  헐~ 우리 집이 너무 더럽다. 먼지를 발로 차면서 길을 만들어야 걸을 수 있는 우리 집의 처참한 상태를 글로 써봐? 말아? 글쓰기보다 청소를 먼저 해야 겠다.

아. 글감이 없다. 글깜이 없다. 어쩌누.


작년 11월에 쓴 글인데 7개월이 지난 오늘의 내 모습과 똑같다. 참 나… 그런데도 글쓰기 모임도 꾸준히 하고 있고 브런치에 글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는게 신기방기하다.

글쓰기 마감이 코앞인데 … 글감을 누가 던져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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