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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Jun 01. 2022

글쓰기의 수모


글쓰기는 어렵다. 너무너무 어렵다.  작년 9월 우리 동네 여우책방에서 운영하는 ‘여우별 글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글쓰기를 이렇게 다시 시작했다. 글쓰기 모임이 너무 재미있어, 이왕 시작한 김에 제대로 해보자 싶어 브런치 작가 등록도 했다. 여우별 글여행은 한 달에 2편의 글을 써야 한다. 브런치는 자유롭게 글을 올리면 되지만 스스로 일주일에 2편씩 마감하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글쓰기는 어렵다. 어려워도 너무너무 어렵다.


일단 글감 찾기가 쉽지 않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지난 주말에 종영한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뭉클한 마음을 글로 이야기하고 싶고, 부상도 아닌데 일주일 내내 선발 라인업에 들지 못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야구선수 서건창에게 응원의 글도 쓰고 싶고, 진행을 맡아 성황리(?)에 끝낸 북토크 이야기도 하고 싶다. 그뿐인가 불현듯 소환된 과거를 글쓰기를 통해 마음에 응어리진 매듭을 풀어내고 싶다. 말로는 쉬운데 글로 표현을 못하니 글감이 되지 않는다. 머리와 가슴을 짜내어 글감을 찾아도 이런 걸 써도 되나 싶은 마음. 이 글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마음, 성찰 없이 현상만 나열하는 것 같은 마음 등등이 커지면 글감이 도통 보이지 않는다. 글쓰기의 수모다.


두 번째 어려움은 분량이다. 나는 A4 한 장을 내 글의 최소 분량으로 정했다. 머릿속에 맴도는 이야기만 써도 A4 한 장, 200자 원고지로 6장 정도는 일도 아닐 줄 알았다. A4  한 장을 채우기가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남들은 술술술  잘만 쓰던데 말이다.  내가 A4 한 장을 채우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끙끙거리는 데 비해 친구들은 마감 직전에 책상에 앉아 휘리릭 글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내 글에 비해 분량도 상당하다. 대중들로부터 많은 인기와 사랑을 얻은 노래를 작곡한 분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곡 쓰는데 1시간도 안 걸렸다고… 글도 몇 날 며칠 고심한다고 좋은 글이 써지는 것 아니더라. 글쓰기의 수모 또 하나 적립 완료.


마감이 없다면 글을 완성하지 못할 확률이 90%를 넘지만 마감 덕분에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한다. 글을 올리기 전에 맞춤법 검사라는 것을 해본다. 한글은 나의 모국어인데 왜 이리 맞춤법을 틀리고 띄어쓰기는 엉망진창인지 말이다. 참 많이도 틀린다. 맞춤법 검사 도구의 지적을 따라 고치다 보면 마치 글을 새로 쓰는 기분이 든다. 가끔 의도적으로 구어체를 쓰거나 줄임말을 쓴 것을 지적하면 “기계가 작가의 의도를 어찌 다 알겠어?” 라며 어깨를 으쓱하고 입을 비쭉거릴 때도 있지만 대개는 고분고분 수정한다.  세 번째 글쓰기의 수모 적립 완료.


“발표회 풍경에 대한 글인데 마무리에 책 이야기는 왜 하신 거예요?”

“이 단락은 2개로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하다가 만 느낌이 들어요.”

“시를 고르면서 느꼈던 마음도 표현되었으면 더 따뜻한 글이 되었을 같아요.”

‘여우별 글여행’의 친구들의 합평은 순한 맛이다.  즐거운 글쓰기를 위한 응원이다. 그래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요점을 찍어주면 움찔한다. “아~~~”하는 득도의 소리도  함께한다. 낭독하면서 오타를 또 발견하고 논리적으로 연결이 안 되는 문장도 발견한다. 오타는 맞춤법 검사를 했는데 왜 또 나타나는 건가. 내가 읽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비문들이 합평 시간에 도드라진다. 아무리 순한 맛이라고 해도 합평은 ‘평가’이다. 나만 느끼는 매서움이 있다.  게다가 친구들의 글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감동적이고 재미있고 훌륭하다.  어떻게 저런 찰진 문장을 쓸 수 있지? 이렇게 기발한 생각은 무얼 먹으면 나오는 걸까?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도 힘든데 그걸 글로 표현하다니… 대단하구나 싶다. 그에 비하면 내 글은 비루하다. 과히 합평은 글쓰기의 수모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의 수모는  많이 있지만 생략해야겠다.  늘어놓다가 글쓰기를 그만둘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암튼 지간 이런 수모를 굳이 당하면서 글쓰기를 한다. 돈을 받고 쓰는 것도 아닌데 못쓰면 어떤가? 글쓰기로 부귀영화를 누릴 것도 아닌데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면 어떠랴. 꾸준히 쓰다 보면 나아지지 않겠는가.

글을 쓰려니 많이 관찰하게 된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갔던 일들도 눈에 들어오고 한 번은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글로 표현되면 좋겠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계속 쓰다 보면 ( 지금은 없는 ) 통찰력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 아니다. 이것저것 따질 필요 없이 나는 그냥 글쓰기가 재미있다. 수모보다 재미가 더 많다. 그러니 계속 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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