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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실이에게 들려주는 <저항의 멜랑콜리>

복실이는 우리 집 강아지이다

by 송알송알


나보다 더 꽃을 잘 키우는 복실아.

너는 꽃을 피우고 나는 책을 읽고 너에게 말해 주기로 했잖아.

네가 피운 국화꽃이 참 예뻤는데. 내 독서는 어땠을까? 궁금하니?

일루 와서 앉아 <저항의 멜랑콜리> 들어 보렴.

2025년 노벨상 수상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은, 지난번에 내가 얘기해서 알고 있지?

잊었다고? 괜찮아.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

작가 이름은 크러스너호르커키 라슬로야.

이름이 어렵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헝가리 작가니까 그렇지, 뭐.

복실이라는 네 이름과 내 이름도 헝가리 사람들에게는 어려울 거야.


소설 이야기를 얼른 시작하지 않고 딴소리하냐고?

허 참. 복실이 너는 꽃도 잘 키우고 눈치도 빠르구나.

근데, 왜 내가 하는 “앉아”, “물고 와라”는 모른 척하니? 왜 그러는 거니?

그래 뭐 내가 자꾸 딴소리하는 이유는 말이야.

책이 잘 읽히지 않아 내가 애를 먹고 있어서 그래.

만연체의 길고 길게 늘어진 문장도 내 취향이 아닌 이유도 있지만 이해가 어렵더라.

검은 것은 글씨요, 흰색은 종이요 -라는 말이 막막 생각나더라고.

그런데다 내용도 무겁고 어려워.

내 독서력이 마이 부족한 게 아니냐고?

맞다 맞아.

그렇지만 복실이 너 말이야. 팩트폭행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흥. 칫.


노벨 수장 작가의 작품들은 다 그런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도 몸이 아플 정도로 슬펐는데 말이야.

이 책은 제목을 따라가는 건가.

너무너무 우울하고 불안하다.

복실아? 너도 ’ 멜랑콜리‘를 알아?

가끔 산책이 평소보다 일찍 끝나면 네가 참 슬퍼 보이던데, 그때 멜랑콜리했니?

그랬구나, 산책은 약속한 시간만큼 할 수 있도록 내가 많이 노력할게.

책을 읽는 건지, 잠을 자는 건지.

자,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이 소설은 시작부터 소란스럽고 어수선하고 불길하고 불안해.

기차는 제시간에 운행하지 못하고

급수탑에 이상이 생기고

지금껏 문제없었던 포퓰러 나무가 갑자기 쓰러지고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못해서 가로등이 켜지지 않아 동네는 암흑이 되어버려.


그런 동네에 서커스단이 들어와.

이상하지? 이런 상황에서 서커스를 보고 싶어 할까?

보고 싶어 하더라. 난 이해가 안 되더군.

그런데 서커스단과 더불어 낯선 사람들이 몰려와서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흉흉해져.

온갖 소문이 나돌다가, 갑자기 폭동이 일어나.

이유도 없이, 실체도 없는 대공의 선동에 휩쓸려 사람들이 치고받고 부수고 난리야.

질서유지에 힘을 써야 하는 시장과 경찰서장은 술에 취해 잠들었거나 나 몰라라 해.

시장과 경찰 서장을 보면서는 정말이지 화가 많이 나더라고.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지?

저항할 것인가? 권력에 빌붙을 것인가?

복실이 생각은 어때? 네가 인간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대답을 해 보렴? 응? 질문이 어려워?

나는 어떻게 할 것 같냐고? 흠…


됐고, 우리는 소설 이야기를 계속 하자구나.

여기에도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어.

에스테르씨와 벌루시커가 그래.

음악학장을 그만두고 은둔자로 지내던 에스테르씨와

하늘, 지구와 달을 좋아하는 벌루시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저항해.

반면에 무질서와 불안을 틈타 권력에 빌붙어 얻은 권력의 맛에 취하는 사람들이 꼭 있잖아?

여기에서 에스테르 부인이 그런 사람이야.


벌루시커는 정신병동으로 보내지고

벌루시커를 구하기 위해 집밖으로 나왔던 에스테르씨는

벌루시커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할 뿐이야.

에스테르 부인은 권력을 쥐고 마을과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는데?

복실아, 이게 맞아?


소설이 끝났지만 암울해.

내가 제대로 읽었나 싶고,

작가의 의도를 10%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고,

소설 다음이 전혀 희망적이지 않아.


복실아, 책을 읽었는데 제목대로 되었네,

우울하고 멜랑콜리하다.

같은 말이라고? 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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