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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Jul 10. 2022

“관계자만 출입가능”어때요?

김누리 교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읽고


“내가 한 말을 믿지 마라.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 배후를 의심해라. 비판적으로 사유해야 민주 시민이 된다.”

김누리 교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읽었다. 독일 교육에 대한 상세한 것을 설명하고 있는데 놀라운 점을 알게 되었다. 독일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내가 하는 말을 믿지 마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놀랠 노자다. 히틀러 시대의 비극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독일 국민의 의지와 합의가 있어 가능했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선생님의  말을 믿으면 안 된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김 교수는 이 책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놀랄만한 정치적, 경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고자 썼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 자살률이 높은 이유. 끝없는 경쟁, 불평등 , 일상 민주주주의 부재 등등 많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교육을 꼽고 있다.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존망이 위태롭다며 대학 입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말에 의하면 독일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비판하라고 가르친다. 기존 질서에 대한 비판적인 안목과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독일 교육의 목표이다. 독일 대학은 학비는 없고 생활비를 지원해주며 원하는 전공은 무엇이든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놀랍다. 비판을 가르친다고? 나는 무엇을 배웠더라?


영어 깜지 때문에 시커먼 멍이 들도록 꼬집혔고,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고 책상 위에 무릎 끓고 앉아 있어야 했고, 시험이 끝나면 복도 벽에 붙은 전교생의 석차가 적힌 자보를 보며 모멸감을 느꼈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은 성적에 따라 앉는 자리를 지정해주었다. 입시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음악, 미술 체육시간에는 자습을 주로 했다. 나는 음미체 시간을 좋아하지 않아서 자습을 하는 것이 좋았지만 수업도 안 하는 과목이  시간표에는 왜 있는지 아주 잠깐 궁금하기도 했다. ‘앞으로 가, 뒤로 가, 우향우 , 좌향좌’ 시키는 대로  걷고 뛰고 서는 교련 수업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군사훈련 인 줄도 몰랐다. 선생님이 하는 말은 모든 것이 옳은 줄 알고 토씨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이 새삼 바보같다.


이 책의 영향으로 내 머리가 말랑말랑해져서 그런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문구에 기분이 언짢아졌다. ‘관계자와 출입금지’

왜 손님에게 명령조의 부정적인 표현을 썼을까? 이름도 나이도 모르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손님에게 말이다. 긍정적인 표현을 쓰면 씨알도 안 먹힐까 봐, 사람들이 무시하고 출입할까 봐 그랬나? ‘관계자만 출입 가능’이라고 말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표지판을 보았다. 어머나. 영어로  ‘Authorized  personnel only’였다. 그런데 왜 우리는 금지라는 말을 사용하는 건가.


카페 직원에게 말해볼까 말까 망설이다 오지랖이라고 지청구 들을까 그만두었다. 한참동안 잊고 살다가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서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문구를 보았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열람실 한쪽에 직원 사무실이 있고 화장실도 가까이 있다. 화장실 갈 때마다 금지하는 문구를 본다. 자주 보니 거슬렸다. 공사장처럼 위험한 곳도 아닌데 말이다. 용기를 내어 도서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에는  ‘~~~ 하지 마라’는 부정적 표현보다 긍정적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스티커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고려해달라고 건의했다. ‘관계자와 출입 금지’보다 ‘관계자만 출입 가능’ 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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