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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Aug 15. 2022

물휴지가 사은품으로 왔다

“이제부터 물휴지를 사용하지 않겠다”

작년 11월 말쯤 결심하고 선언했다. 식탁에 묻은 김치 국물, 가스레인지에 흘러넘친 국물이나 양념, 마룻바닥의 얼룩을 닦을 때 물휴지만큼 편한 게 없다. 행주나 걸레는 닦을 때마다 빨아야 하고 어쩌다 행주에 시뻘건 김칫국물이 들면 얼룩 빼기도 힘들고 귀찮다. 물휴지는 한 장 쏙 빼서 , 쓱 닦고 버리면 끝이다. 편리한데 가격도 저렴하다. 100장이 들어있는 물휴지 한 팩에 1000원 남짓이니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편리함에 슬금슬금 중독되어 떨어지면 큰일 날세라 마트에서 사 왔다.


물휴지에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충격이 컸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햇빛과 비바람, 파도를 맞고 부딪쳐 잘게 잘게 분해되어 미세 플라스틱이 되는 줄 알고 있었다. 물휴지, 치약, 화장품, 섬유유연제 등등 여러 기능을 위해 우리 인간들이 의도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만들어 낸다니 우리가 만들어  쓰고 버린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고, 그것을 해양생물들이  섭취하고, 우리도 먹는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icoop 생협 자연드림의 소금과 생수에는 미세 플라스틱 걱정 없는’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만큼 우리는 알게 모르게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 - 놀랍고 두렵다. 어떻게 하면 줄일  있을까? 일단 물휴지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물휴지 없이 살아온 날이  많은데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다짐하고 실천에 옮긴   1년이 되지 않았지만 나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출했을  부득이한 경우에는 가끔 사용했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마트에서 계산할 때마다 갈등했다. 살까? 말아?  물휴지는 계산대 근처에 진열해놓을까? 지금은 물휴지는 쳐다보지 않는다. 그런데 물휴지가 사은품으로 왔다. 100매들이 1. 거부하지 못했다. 아니다 거부하지 않는 건가. 아니면 은근히 반겼을지도 모르겠다. 에구어쩌나. 나처럼 의지가 약한 사람은 눈에  보여야   텐데 말이다.


오늘 아침 벌써 한 장 써버렸다. 누룽지를 끓이다 넘쳐 흘린 것을 닦느라 그랬다.

후다닥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웠다. 버릴 수는 없고 너무너무 부득이한 경우에만 쓰기로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집에서 그런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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