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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Sep 01. 2022

잘 지내고 있나요? 글쎄요


“손님, 이 카드로는 결제를 할 수 없는데요?”

“네? 그럴 리가요?”


마트 계산원이 나에게 다른 카드를 요구한다.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지. 잔액부족인가? 남편의 월급으로 통장을 꽉꽉 채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체크카드는 이래서 불편하단 말이야. 아닌가, 근검절약이라는 덕목을 망각하고 나도 모르게 흥청망청 써버렸나? 당황과 황당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나를 보고 계산원이 한 마디 보탠다.


“손님이 주신 카드는 신용카드가 아니고 회원증이네요”

“아~ 그래요? 제가 엉뚱한 카드를 드렸네요. 하하하하”


내 지갑에는 체크카드, 지역화페카드, 도서관 대출증 , 진찰증 등등 다양한 카드들이 꽂혀있다. 가끔 이번처럼 엉뚱한 카드를 내밀기도 한다.


어라? 그런데 계산원이 돌려주는 카드는 생전 처음 보는 것이다. ‘환혼 액션 클럽 회원증’이라고? 뭐지? 나로 말하자면 숨쉬기 운동만 간신히 하고 있는데 내가 액션 클럽 회원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이 카드는 제 것이 아닌데요? “라고 말해야 하는데…… 어? 어? 여긴 어디인가? 웬 사람들이 휙휙 날아다니지를 않나, 칼싸움을 하고 있지를 않나? 순간 겁난다. 오싹하다. 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 추워”


“제 회원증을 주우셨다고요? 이렇게 직접 가져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네. 뭐… 어머나? 무덕이 맞죠? 이렇게 만나다니 꿈이야 생시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미소 짓는 무덕이 앞에서 둑이 터져 흘러넘치는 물처럼 말이 쏟아진다. 무덕이는 지난 3개월 동안 내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 <환혼>의 여주인공이다. 지난주 일요일에 끝난 <환혼>의 파트 1 마지막 회를 보고 납득하지 못한 것이 많았다.

“19부 내내 몸속으로 들어온  낙수의 혼을 잘 누르며 있었으면서 마지막에 진무가 흔드는 방울 소리에 그렇게 맥없이 폭주하는 게 말이 돼요? 안되죠? 작가님이 캐붕했다.그죠? 무덕님이 파트 2에는 안 나온다는 말은 페이크죠? 아니에요? 지금 액션스쿨에서 무예를 왜 익히고 있어요? 도대체 어느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을 홀라당 바꾼단 말이에요? 이건 마치 제가 무덕님의 회원증을 갖고 있는 것만큼이나 어이없잖아요?”


무덕이는 가타부타 대답도 하지 않고 내가 들고  회원증만  들고 가버린다. 대답도  해주고 그냥 가버리면  되는데, 궁금한 것이 무지 많은데, 그건 그렇고  카드는 어디로 갔을까? 마트에서 계산원에게 주었는데? 결제가 안된다면서 돌려받은 것은 액션스쿨 회원증이었는데 그건 무덕이가 가져갔잖아. 그렇다면  카드는? 지갑을 열어보니 체크카드가 없다. ~ 언젠가 법인카드를 잃어버려 오밤중에 카드 찾아 머리카락 휘날리며 뛰어다녔던 기억과 소름이 한꺼번에 돋아난다. 이마트, 오케이 마트, 반찬가게, 자연드림 등등  구역으로 뛰어다녔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후들거린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엎친데 덮친  설상가상이라고 하나. 비가 내린다. 울고 싶은데 눈물은  나더니 하늘이 대신 울어주려고 그랬나. 에이씨, 우산도 없는데 말이야.  “, 추워


눈을 떴다. 꿈이었구나. 꿈이  이렇게 생생하지? 혹시나 싶어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지갑을 확인했다. 아무 이상 없다. 개꿈이다. 옷장에서 이불을 꺼내 덮고 다시 잠이 들었다.


다음날 가게에서 계산하려고 지갑을 꺼냈는데 카드가 없다. 오싹하다. 꿈이 아니었나? 확인했는데, 그때는 카드가 분명 있었는데? 아직도 꿈인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 모르면 어떠하리. 카드만 찾으면 된다.  어디에 있니, 카드야. 오 마이 프레셔쓰. 돌아와.



덧붙임


지갑을 홀라당 발라당 뒤집고 탈탈 털어 잃어버렸던(?) 카드를 무사히 찾았습니다. 늘 두던 자리에 꽂지 않고 다른 자리에 넣어 생긴 일입니다. 그나저나 저 꿈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손은 알고 머리는 인식하지 못했던 일을 상기시켜주려고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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