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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Oct 20. 2022

코로나를 앓았다


롱 코비드는 아니다. 다행이다. 코로나 자가격리가 끝난 지 한 달이 되었다. 이제야 컨디션을 회복한 듯하다. 한 달 동안 너무 쉽게 피곤해지고 온 몸이 아팠다. 딱히 하는 일이 없어도 그랬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걸었던 대공원 호숫가 산책길을 끝까지 걷지 못하고 번번이 되돌아왔다. 가래는 심하지 않았지만 기침이 문제였다. 코오으쿨러어어어큭럭. 이제 다 나았나 싶은 마음이 들라 싶으면 기침이 나왔다. 코오오르어억크으을억. 기침에도 배가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침 한 번에 몸에 있는 힘을 있는 대로 다 끌어다 쓰는 것 같았다. 슈퍼항체 보유자인 줄 알았는데 슈퍼 항체는 고사하고 롱 코비드인가? 다행히 지난주부터 기침을 하지 않는다. 휴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이틀 동안 설사를 했다. 처음에는 명절 후유증인 줄 알았다. 맛있고 기름진 음식을 평소보다 많이 먹어서 그런가 했는데 열이 나기 시작했고 기침을 하고 콧물이 흘렀다. 설마? 아닐 거야. 웬만하면 참아 보려고 했는데 몸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치통을 꺼내 냄새를 맡아보았다. 콧속으로 훅 들어오는 시큼하고 매콤한 김치 냄새가 반가웠다. 나는 병원이 싫다. 병원만 다녀오면 없던 병도 생기는 것 같아 웬만하면 참는다. 이번에는 병원을 안 갈 수 없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7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라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이 문자가  아니어도 움직이고 돌아다닐 상태가 아니었다.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 이후 검사를 하면 확진이고, 하지 않으면 음성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심하게 아프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나는 엄청 아팠다. 살다 살다 바이러스에게까지 차별을 당할 줄이야.


설사, 고열, 구토, 인후통, 가래, 기침, 몸살 기운을 거쳐 우울했다. 자가격리를 해야 해서, 다리에 힘이 없어, 조금만 움직여도 너무 피곤해서,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파서 , 발작 같은 기침이 신경 쓰여서 외출을 하지 않았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답답했다. 나 같은 울트라 슈퍼 울트라 집순이도 집안에만 있으니 힘들다.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 집안에서 할 수 있는데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밥은 대충대충 청소는 설렁설렁 그렇게 한 달을 살았다.


남편이 조금이라도 걸어야 한다며 나를 매일 데리고 나간다. 친구들이 나를 부른다. 책모임 친구들은 좋은 책을 알려주고, 글쓰기 친구들은 작가 초청을 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책이 궁금해지고 작가님 만날 기회를 놓치기 싫다. 덕분에 책을 읽기 시작하고 글을 썼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기침이 멎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도서관에 와서  일기를 쓰고 있다. 도서관 카페  손님으로 커피도 마셨다. 아프지 않으니까  좋다. 좋은 하루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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