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열여덟, 가을날의 상심
‘더덩 더덩 더덩 덩덩’ ‘덩기 덩기 덩기 덩기 더덩 더덩 덩기 덩기’ 느린 장단이 나온다. ‘쾅 쾅 콰앙 콰앙 쾅쾅쾅’ ‘콰광 콰광 콰광 쾅쾅’ 서서히 일어서는 장단의 뒤를 따라오며 흥을 올린다. 오른손으로는 장구를 두드리고, 왼손으로는 징을 두드린다. 장구 소리는 흡사 북의 소리이고, 징의 소리는 꽹과리의 소리가 곁들여진 자바라의 소리다. 두 개의 자바라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처럼 벌어진다. 냄비뚜껑의 모습과 흡사한 자바라의 소리가 방석이 놓인 땅 속으로 파고들어 그 속 울림까지 길어 올리려는 것처럼 바닥으로 퍼지는 소리가 공중으로 퍼진다. 단정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은 천문이가 두 손으로 각기 다른 악기를 두드리며 법문을 외는 소리가 느리게 길게 물결을 타고 흐르는 것처럼 사방으로 퍼진다. 평상시 영신(靈神) 제자 홀로 앉아 북과 징을 두드리며 신도들을 위해 축원하는 자리로는 제법 호기롭게 널찍한 곳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날받이 씻김을 굿으로 펼치는 날 불 밝힌 신당의 자리로는 한 사람 돌아앉기에도 좁은 공간이다. 그곳에서 오늘도 천문이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업의 천명(天鳴), 세습무로서의 울음을 시작한다. 열려진 문 사이로는 하얀 몸통에 검은 날갯죽지 사이로 드문드문 검은 점을 가진 새가 개울에서 날아올라 야트막한 산등성이에 위태롭게 서 있는 소나무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개울물 흐르는 소리 들려오는 곳에서 푸른 하늘은 서리서리 감아놓은 한 폭의 구름을 떼어 ‘대활연으로 설설히 나리소사.’ 발원하는 젊은 당골네 소희의 소리를 오늘도 듣겠노라 미리 응감하는 것처럼 오고 간다. 열려진 문 안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바쁜 움직임과 적(炙)과 전을 부치고, 시루떡과 찰떡이 익어가는 부엌 안을 들여다보며 내심 흐뭇한 웃음을 머금고 간다.
이미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앉은 동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는 때 아닌 젊은 처자를 주워다가 공을 들이더니 기어코 각시로 얻은 천문이에게 하늘이 복을 주었다는 웃음엣 소리가 들려온다. 곱기도 고운 것이 하얗게 핀 찔레꽃처럼 춤을 출 때면 멀리서 보아도 그대로 하늘에서 두레박 타고 내려온 선녀가 아닌가 한다는 탄성에 젖는 소리들도 뒤섞여 나온다.
점바치 석구네 집 마당에 차일이 쳐져 있다. 마루 밑 토방을 내려선 자리에 병풍이 세워진다. 여덟 폭짜리 병풍엔 이 마을 사람 누구도 쉽게 읽어낼 수 없는 한자로 된 문장의 글귀들이 줄 맞춰 정갈하게 씌어 있다. 먹물의 농담(濃淡)이 어느 문사(文士)의 손끝에서 희롱을 당했는지 이 마을 사람들이야 알 리 없지만, 획 하나하나 아주 사소한 삐침에 이르기까지 붓의 터럭이 모자란 데 없이 오고 간 흔적들로 가득하다. 그대로 두고 보는 여백 사이에서 검은빛 현란하게 어우러진 글귀들은 당골네의 사설에서도 빼놓지 않고 읽혀지는 공자 씨 맹자 씨의 말씀들일 것이다. 그 거룩한 글귀들 위로 망사시(무구의 하나로 혼령의 몸이 실린다는 색종이)가 걸린다. 젊은 태양의 정열에 기죽은 붉은빛이 은하수 강물에 멱을 감고 나와 늘어진 품새로 구멍 난 가슴을 바람에 날리운다. 울울창창 소나무 숲 앳된 송진으로 물든 푸른빛이 물푸레나무 우거진 곳, 노련한 수달이 덩치 큰 물고기를 덥석 물고 가는 강물에 몸을 씻고 온 품새로 구멍 난 가슴을 바람에 날리우고 있다. 명주실 한 올 한 올 사이로 스며들던 치자물이 가난한 이승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이웃집 경계에 선 담장을 타고 오르며 노란 꽃 봉울봉울 피워 올리는 호박넝쿨에 몸을 씻고 온 품새로 구멍 난 가슴을 너실너실 바람에 날리우고 있다. 그것을 두고 점바치 석구네는 오늘 씻김의 망자가 타고 날아갈 바람꽃, 혼령의 몸이란다. 가난한 점사와 가난한 굿마당에 저승의 강을 건널 용선(龍船)이 없으니, 대신 타고 갈 혼령의 몸이라고 말을 한다. 무엇이 서러울까. 죽어서도 벗지 못하는 가난의 질곡이 서러울까, 한 번 죽으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인생의 덧없음이 서러울까. 속속들이 알고 지낸 이웃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을 찾아와 날을 받고, 씻김을 청하는 그 인연이 못내 서러운 모양이라. 영신 제자의 슬픔일레라.
이제 천문이가 외는 법문은 오늘 초대될 망자들이 살아 있던 날들의 이름을 부르고, 살아 있는 가족들의 이름을 부른다. 이미 저승의 원혼으로 제 갈 곳을 찾아갔을 것이지만 좋은 곳으로 들지 못하고 음습한 곳에 영혼의 형상을 두어 등나무 줄기가 칡넝쿨의 줄기를 만나 서로 엉키고 비틀어져 공중으로 솟는 것처럼 벗어날 길 없는 고통의 늪에 빠져 허덕일지도 모르고, 먹을 것을 찾지 못하여 메마른 언덕에 앉아 멍한 눈으로 풀풀 날리는 먼지를 바라보고 있을는지도 모를 영혼들을 한자리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땅 속으로 들어간 몸은 이미 육탈이 되고도 훨씬 넘어 사대육신 뼈마디가 욱신거리는 느낌조차 없이 그저 놓인 그대로 한없는 세월 속에서 녹아 없어졌을 것인지도 모른다. 신당에서 신들을 모시고 듣기 좋은 음성으로 예를 갖추어가며 장구를 두드리고 징을 두드리는 천문이에게 지금 이 순간들은 천문이 자신의 것이 아니다. 천문이의 살아 있는 의식과 살아 있는 몸속을 흐르는 피는 펄떡거리는 심장 박동의 움직임에 따라 흘러가고 있지만, 그것은 이미 신을 영접해오는 사신의 것이다.
철이 들어가던 무렵부터 천문이는 어머니 성심이의 구슬픈 음성에 실린 넋풀이와 어머니 곁에 앉고 서며 장구를 두드리고, ‘우우우우, 어어허어어허허어, 에나데야, 어어어어- -’구음을 넣어가며 신명을 넣고, 귀신을 구슬리던 아버지 백수의 시간들을 무척이나 거세게 거부해왔었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서 자식 낳고 길러가며 오순도순 살라고 이름 지었다는 아버지 백수의 일이라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때로는 더럽고, 때로는 공포스럽고, 때로는 환멸이 일던 것들이었다. 작은 아버지와 장가 안 간 삼촌까지 징을 두드리고, 젓대를 불며 귀신을 달래어 저승으로 보내며 산 사람들을 위무하던 숙명의 시간들이 어린 천문이에게는 머리털 곤두서고 등골에서 차가운 땀이 솟도록 무섭게 서러운 일이었다.
“천문아, 니 이름이 왜 천문인 줄 아냐?”
길게 잘라놓은 창호지를 반으로 접고 또다시 반으로 접으며 귀퉁이 어긋난 데 없이 꾹꾹 눌러 접어가던 손길을 잽싸게 놀리던 백수가 지나가는 말로 묻고 있었다.
“알고는 있어라우. 근디 내는 이 이름이 싫구만이라.”
“뭐여, 싫다고? 니 이름이 왜 싫은디?”
삐뚤빼뚤 가위를 굴려가며 종이를 자르던 손을 멈추며 묻는다. 말끝이 위로 올라간다.
“하늘 천짜에 들을 문짠게, 하늘의 소리를 들으란 것인디, 저 멀디 먼 곳에 있는 하늘의 소리가 듣는다고 들릴 것도 아니고, 들린다고 해도 그놈의 소리가 아부지가 허고 엄매가 허는 일을 나헌티도 허라는 것일 틴디, 참말로 싫구만이라.”
“그리여…… 싫겄제. 무섭기도 허겄제. 나도 너 만 헐 때는 이 일이 죽살나게 싫었어야. 나도 이 일이 좋아서만 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타고난 팔짜가 이것잉께 허는 짓이고, 먹고살 길이 이것뿐잉게 허는 짓이다만, 그렇다고 달리 할 것도 없잖냐?”
“없기는 왜 없어라우? 찾아보믄 참말로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인디, 꼭 이 일로만 먹고사는 것을 해야 쓴단 말인기라우?”
“그리여. 많이 있겄제. 조도 사람들 사는 것 보믄 닻배 몰고 저어 칠산바다까지 나가서 조구도 그물 한가득 잡어오고, 가학 사람들, 가치 사람들 장도 저어 섬에 가서는 맬치도 잡어오고, 소포뻘 사람들 모치(어린 숭어)도 잡고 숭애도 잡어 오드라만…… 그렇다고 그 일들이 내가 허고 살 일은 아니더라 그 말이여. 어디 소포뿐이겄냐? 마사든 거제든 보전이라고 다를 것 없고, 금노까지도 말할 것 없제. 물 빠진 뻘에 가서 손꾸락 집어넣어 갖고 숨어 있는 낙지 잡아 빼서 살아 있는 채로 잘게 썰어 참기름에 둘러 먹는 사람들 말이다아, 그 맛이 일품이라 몇 날이고 입 안에 착 달라붙어 주저앉은 소도 일으켜 세울디끼 기운이 뿔떡뿔떡 솟게도 한다지만 말이다아……차암……, 그 일은 말이다아, 내 아부지가 할 수 없었던 일인 것맹이로 나도 할 수 없었는디 말이여, 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다 타고난 분복대로 살다 가는 것이제.”
“왜 못헌다요? 엄매 같은 아낙들도 비쭈깨(전복) 껍데기 한 조락(대바구니) 들고 가서 바위에 붙어 있는 돌파래도 긁고 가시리도 긁어 오는디, 조새(굴 까는 도구) 들고 가서 바위에 붙은 굴쪼가리들만 따도 하루 세 끼 굶지는 않을 틴디, 날마동 귀신들 넋이나 불러내어 얼르고 달개는 것보담은 당당헐 것 같소라.”
백수는 따박따박 말을 받으며 어린 속을 펼쳐놓는 천문이를 눈이 찢어지게 찡겨본다.
“멋이여? 좇 달고 나온 사내새끼가 그래 부러뵐게 없어 아낙들 옹종그리고 앉아갖꼬 비쭈깨 깍작거리는 것이나 부러뵌다고 하냐? 에라이 빙신 같은……, 못난 놈…….그것이 그리 당당허게 부러뵈냐? 쩌어 뒤엄자리 넘새밭이 가서 넘 안 보는디 좇 띠어부러라. 이 오살헐 놈아.”
“아따따아. 뭐언 아들을 보고 그리 막말을 헌다요? 오살이 뭐요, 오살이. 그저어 헌다는 소리마다 쯧……. 그리 안 시키도 때 되먼 지 알어서 다 헐 것인디, 머엇 헌다고 그리 쪼사쌓소. 할 일 징상맞게 없는갑소이. 고러고 한가허면 토방에 앉어서 젓대나 한 번 더 불어봇시오.”
“아, 배워야 헐 것 아니여? 산 사람 애간장을 졸였다 풀었다 헐라믄 지도 열심히 귀 기울여 들어야 허고, 삼현육각 귀신 숨넘어가게 뜯고 밀고 헐라믄 지가 연습 안 허고 되간디. 저놈의 대글빡 속이는 머엇이 들었간디 샛바람 찬 소리만 허고 사람 심 팽기게 허는지, 참말로 깝깝허구마이.”
하던 일을 내던지고 담배에 불을 붙이며 쩟쩟 혀를 차는 백수를 노려보던 천문이가 소리를 지르듯 말한다.
“아들이 손꾸락질 험성 놀린단 말이라.”
“…… 놀리기는 어떤 놈이 놀린단 말이여?”
“누구라고 말해주믄 별 수 있능기라? 내 지나갈 때마다 짜식놈들이 당골네 새끼 지나간다고 손꾸락질 허고 놀리고 지들끼리 얼굴 맞대고 빙글거림서 놀린단 말이요. 내는 싫소. 그 일은 내 일이 아닌기라. 하늘 소리고 땅 소리고간에 내는 소리 듣기 싫응께 들으라고 해쌓지 마시기라.”
“빌어준 정이라고는 에헤, 아이구우…… 칠팔월 복더우에 손 씻디끼 싸악 씻어버리고 사는 놈들의 시상, 썩을 놈들의 시상잉께……. 그리도오, 아무리 저그들이 달린 손꾸락으로 가리킴성 웃을 것 같어도, 그놈들 우리 같은 사람들 없이먼 당장에 낼모레라도 눈앞이 캉캄허다고 메칠씩 데리러 댕길 것잉게 넘 설워 말어. 어쩌네 저쩌네 히도 이 일을 하먼 그 놈들 집구석들맹이로 굶는 날보다는 배부른 날이 더 많을 것이여. 구신도 먹어본 놈허고 못 먹어본 놈은 때깔부터가 다릉께……그랑께 잔소리 말고 따라댕김서 씻김허는 어무니 도와서 허드렛일도 허고, 북, 장구 치는 것도 배우고, 젓대고 대금이고 부는 것을 연습히야. 어쩠든지 이유 없이 아퍼서 죽겄다고 나자빠지고, 애기 낳는다고 빌어달래고, 크는 애기 무병장수 빌어주래는 디는 니 어무니랑 내가 댕김시로 허면 되겄지만 혼 건져 올리고 넋 씻어서 존 시상 가게 허는 디는 남자가 있어야 항께 뒷소리 허들 말고 너그 어무니 쓰는 용선의 꽃도 맹글고 넋전 맹그는 것도 짬짬이 도와감서 작은아부지랑 삼촌 허는 거 배워둬. 알겄냐?”
백수의 손에서 삐뚤빼뚤 뒹굴어가며 놀던 종이 가닥들이 성심이의 손에서 머리채 잡아 묶이듯 한자리에 묶여 두툼한 지전(紙錢) 다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