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점바치 석구네, 박꽃분

제1부. 열여덟, 가을날의 상심

by 윤슬

어느새 마당에서는 상이 다 차려진 모양이다. 대문 앞 한 귀퉁이에도 걸게 한 상이 차려지고 대문 밖에도 하얀 쌀밥에 잘게 썰어진 두부가 깍두기 모양으로 뽀얀 국물 속에서 기름기를 두르며 볕을 받고, 시금치 옆 옆으로는 뿌우연 속살 하얗게 드러낸 무나물이 고사리와 토란대 무침 옆에서 상긋 웃음을 짓고 있다. 노릇노릇 잘 익은 껍질 속에 하얀 속살을 바닷물 드는 결과 바닷물 나는 결 모양으로 포개 접은 조기의 푸른 눈빛이 허공을 맴도는데, 점바치 석구네의 지시를 받은 아낙은 넓게 편 면포 위에 짚신 세 켤레와 검은빛의 질베를 올려놓는다. 얇은 검은빛의 질베가 뜨겁게 쏟아지는 볕을 받아 하르르 타들어갈 듯하다. 아낙은 순간 무섬증에 한기가 솟는지 후루루 떨더니 목을 조아리며 종종걸음으로 들어가 버린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둘러앉아 거하게 차려진 밥과 음식을 먹는다. 상에 차리고 남은 시루떡과 절편 따위가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입안으로 들어가고, 들이켜고 삼키는 소리가 걸게 잘 차렸다는 덕담과 함께 들려온다. 장구와 징을 들고 나오는 천문이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어쩜 그리 경문을 잘 읽느냐는 칭찬의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팔월 한낮의 마당 후미진 곳에는 주황의 서광이 푸지게 늘어진 풀줄기 속에 피어 있고, 키 작은 분꽃이 꽃분홍 나팔 모양으로 늘어져 담장 아래 짙푸른 그늘을 만든다. 그냥저냥 놓여진 돌 틈에 뿌리를 박고 두 해째 붉은 대가리를 뻣뻣하게 세우며 건들거리는 맨드라미를 향해 참빗살나무 위로 올라가던 더덕 꽃이 향내 나는 종을 울린다. 호로롱 호로롱 작은 종소리가 병풍 위로 늘어진 망사시를 훑고 지나갈 때 울바자를 타고 넘던 능소화 붉은빛이 잠깐 멈추어 한줄기 눈물을 보이고는 고개 들어 정오(丁午)의 뜨거운 하늘을 향해 눈을 감는다. 마디마디 피어난 꽃들을 두 손에 모으고는 위를 향해 올린다. 누구를 위한 기도일까. 누구를 위한 보시일까. 주황빛 날개 가득 검은 물방울 찍고 하얀 벼슬 곧게 세운 맨드라미 위에 앉아 날개를 접었다 펴고, 편 날개 다시 접던 나비 한 마리가 이제는 붉은 벼슬 위에 앉아 파닥이고는 키 작은 도라지꽃 위로 옮겨 앉는다. 천문이의 소리를 받은 신들이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내려와 둘러보는 사이 한 많은 사람들, 죽어서도 넋으로까지 슬픈 영혼들 각자의 자리에 모여 앉아 따가락 따가락 차려진 음식으로 호강을 한다. 저도 모르게 한(恨)이 쌓여 원(怨)이 된, 죽어서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 그 넋들의 소리가 점바치 석구네의 목을 타고 올라온다.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 헤

빗소리도 님의 소리

바람소리도 님의 소리

아침에 까치가 울어대니

행여 님이 오시려나

삼경(三更) 되면 오시려나

고운 마음으로 고운님을 기다리건만

고운님은 오지 않고

베겟머리만 적시네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 헤

눈물도 한숨이요

한숨도 넋이로구나

이날 이리 생겨나서

무슨 영화 보려고 앞뒤 제자 되었던가

오늘 이리 제자 되고 보니

이 길 가는 것이 고생이로구나

무슨 죄가 그리 많었일까

이 집 조상 저 집 조상 받고 보니

고생이 끝이 없네.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 헤

새야 새야 앵무새야

말 잘하는 앵무새야

우리 님 계신 곳을 너는 응당 알 것이니

내게 그 길 좀 알려주오

이 세상 인간 세상 많다 허여도

내가 절로 아는 것은 없으니

우리 님 계신 곳을 내게 말해다오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 헤


마당을 빙 둘러앉은 사람들 저마다 끼리끼리 모여 앉아 흥에 들뜬 표정을 짓고 있다. 더러는 흥에 겨운다는 것이 술에 겨워 끄윽끄윽 트림을 하고, 더러는 호기심에 겨운다는 것이 알 수 없는 곡절의 충동질에 휘말려 쿵덕쿵덕 뛰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불그레 꽃 핀 얼굴들 저마다에 오늘은 어떤 혼령들이 불려 나와 한풀이 넋풀이를 할 것인가 하는 기대감에 젖어 두리번두리번 눈알을 굴린다.

왁자하던 소리들이 고요하게 가라앉은 마당으로 점바치 석구네가 나온다. 다리를 절룩이고 어깨를 양쪽으로 기우뚱거리며 지전 다발을 들고 차려진 상 앞으로 나온다. 하얗던 모시 저고리는 빛이 바래 누런빛이 돌고 얼금숨숨한 베 올 사이로는 볕에 그을린 늙은 여자의 처진 세월이 가무스름하게 비쳐 나온다. 모시도 아닌 다만 하얀빛을 먹었을 뿐인 치마를 보고는 “이것은 속치마가 아니고 긍께 이렇게 입어도 되는 치마여. 어찌 모시가 아니라서 좀 그러긴 한디, 그리도 이것은 흐응 속치마가 아니여.” 부끄러운 탓인지 슬며시 불어오는 바람에도 넉살 좋게 너울거린다.

살았을 적에는 그저 그랬을 장삼이사(張三李四)들, 죽어서는 신이 되어 불려 나오리라. 걸쳐 입은 쾌자가 호사로다. 화사한 빛깔이 눈부시게 어여쁘다. 붉음은 파란을 머금었고 파란은 붉음을 머금었다. 노랑은 연두를 안았고 연두는 노랑을 안았다. 붉은 비단 속으로 잡혀 들어간 나비들은 저 아래 고샅에 피어 있는 꽃들을 찾아 날아들고, 파란 비단 속에서 자잘하게 피어난 꽃들은 저 언덕 위에서 날아드는 나비를 향해 웃음 짓는다. 자르르 윤기가 돋는 노랑과 연두가 꿈꾸는 세상은 둥그런 세상인가. 등을 타고 내려와 허리에 닿을 듯 말 듯한 곳에 동그라미 판을 그리고, 갖가지 꽃과 새를 수놓은 언덕 골짜기에서 노랑과 연두는 손을 맞잡아 석구네의 신명을 세운다.

늙은 점바치 석구네가 지전 다발을 두 손에 모아들고 혼령들 앞에 선다. 천문이의 장구가 딱 따다다다 딱 따르르르르 울고, 작은아버지 천수의 아쟁이 애애앵 애애애앵 애애 비벼 올리는 활을 따라 비트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하얀 저고리와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소희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소리로 징을 매긴다. 점바치 석구네는 동서남북 각 방위를 둘러가며 공손하게 절을 올리고 배꼽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소리를 끌어낸다. 장가를 들어 이미 자식을 둔 지 몇 해가 지났어도 천문이에게는 아직도 삼촌인 종수가 삐이이 삐이이이 삐이삐이삐이이이 힘을 주어가며 뿔피리에 숨을 몰아넣고, 그 좁은 통 안으로 밀려들어간 숨을 다시 끌어낸다. 삼키었다 토해내는 뿔피리의 소리가 석구네의 가슴을 조였을까. ‘빗소리도 님의 소리, 바람 소리도 님의 소리’ 흥타령이 긁는 소리를 내며 끌려 나온다.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기다리는 님의 소리는 들리지 않고 까치소리만 들려오니 애닯다 어이 하리, 올 것인데 올 것이지만, 아니 오시네, 탄하는 여인의 애절한 속울음이 살아 있는 가족들의 부름을 받고 되살아 나오는 돌아간 가족들을 부른다. 끌려 나오지 않으려 꽁꽁 힘을 쓰고 뒤로 물러가는 혼령들의 손을 붙잡고 목을 부여잡으며 이승의 굿마당으로 끌어내 온다. 코뚜레 비틀어 잡고 끌어내 보지만 발을 땅에 붙이고 뒤로 버팅기는 소를 끌어내는 것 같은 당김과 늘임이 석구네 목줄기 안에서 배뱅거린다. 신물이 가득 올라오는 살구를 입에 물었는지, 풋 소리가 나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는지 질끈 감은 눈에서 아린 눈물이 뜨겁게 솟고, 좁은 이마와 툭 튀어나온 광대뼈 사이에 퍼져 있던 주름의 굵은 줄기가 모두 눈가로 몰려들어 솟는 눈물을 마중한다.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 헤’ 후렴이 모두의 입에서 나와 마당을 채운다. ‘허어, 그렇지. 어어 으으, 베갯머리만 적시네에 그리여어’ 구음을 넣으며 소리에 기름칠을 하던 천문이와 마당을 둘러싸고 앉아 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음색으로 소리를 더한다. 흥타령 한 소절 한 소절이 있어 살아낼 수 있었던 섬사람들의 억센 설움이 개울물 소리로 돌돌돌 흐른다.


석구네 본래 몸에는 석구네 혼자만 살았었다. 이웃집 잘생긴 오빠야를 몰래 훔쳐보며 자라날 때 분명 꽃분이는 박꽃분이 홀로 살았다. 농사라고 해봐야 있다고도 못할 그런 집에 여덟이나 되는 형제들 속에 끼어 태어난 죄가 많아 “꽃분아, 애기 봐라.”하면 애기의 몸으로 애기를 들쳐업고 대문 앞을 서성거렸고, “꽃분아, 밥 안하고 멋허냐아?” 성화가 불같으면 뽀르르 부엌으로 달려가 커다란 솥단지에 물을 둘러 씻어내고 밥을 안쳤다. 그러나 그것은 시집살이가 아닌 분명 자기를 낳아 준 엄마의 소리였다. 눈을 째리고 입을 오물거리며 뭐라 뭐라 뱉어낼 것 같아도 제 엄마의 제가 듣던 소리였으니 괜찮았다. 어쨌든 제 몸속에는 응당 저 혼자만 살았으니 성가시거나 무겁고 찌뿌둥할 일이 없었다. 다만 이웃집 잘생긴 오빠야가 학교 간다고 동네를 떠난 뒤로 박꽃분이의 하루에도 맥이 빠져 싱거운 나날 기운이 없었을 뿐이었다. 인생의 의미 따위나 삶의 고역 따위는 엄마의 것이었지 꽃분이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꽃분이의 이름이 석구네로 변하고 이런저런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던 어느 날부터인가 석구네의 몸속에는 누군가 들어와 함께 사는 것 같았다. 종잡을 수 없는 휘둘림은 석구 아버지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몸속으로 들어오는 석구 아버지의 몸은 따스하다. 나름 정에 들어 맞춤해진 것이다. 쉴 짬이라는 것도 특별히 없었다. 그 이름이 아예 없었다. 그저 눈뜨면 일하고 또 일하고, 다시 일하고, 무엇이든 눈에 보이면 일이 되고, 손에 잡히면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 그네의 삶이었다. 그래도 밤이 깊어지고 코 고는 소리 살짝 들리는지 마는지 할 때면 수시로 쓰윽 옷 속을 파고 들어오는 손이 있었다. 그 손은 여기저기 괭이가 박혀 까칠하고 투박해도 눈에 익은 것이고 살에 익은 것이니, 나름 거칠어진 숨소리에 은근하게 귓가를 간질이는 손이 어디를 가든 그것은 살가운 것이었다. 옆에 누워 자는 어린것들 들리지 않게 가만가만 조심하다가도 훅 밀고 들어왔다 훅 쓸려 나갈 때에 남겨지는 뜨끈한 물이 곧 쏟아져버릴 것 같아 곤혹스럽지만 그 끈적거림은 돌아눕는 것도 귀찮을 만큼 고단한 노동의 일상에 회복제가 되는 까닭에 때때로 누리는 생의 즐거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모를 일들이 자꾸 벌어졌다. 자꾸자꾸 으슬으슬 추워지고 온 몸이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퀭한 눈으로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듣기 민망한 욕을 해대고, 멀쩡한 사람을 보고 저 사람 며칠 후면 죽겠네, 씨부렁 거리기도 했다. 동네 사람들은 “어린것 잃고 난 뒤에도 잘 참아내더니만……, 잊어버릴 때도 됐고만 요새 왜 저러까이?” 수군대고 슬슬 피해 달아났다. 약은 없었다. 어렵사리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아도 특별히 아픈 데가 없다고 했다. 어느 순간 훅 누군가 치고 들어오고, 한동안 눌러앉아 있으면서 헛구역질이 올라오게 했다. 매스꺼움이 목 위로 올라오고, 눈물이 핑 돌면서 어질어질해지는 느낌, 그것을 누가 알랴. 다만 자신의 몸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대로 둘 수밖에 없고, 싫어, 싫어 미친 듯이 고함을 쳐보지만 뱉어지지 않는 꽉 막힌 그 무엇, 그것은 신증(神症)이었다. 어느 날은 어린것 탯거리를 하며 비실거리고, 어느 날은 뒷짐을 지고 걸으며 노인네 모양으로 뭐라 뭐라 중얼거리며 허허 웃고, 하는 날들에 견뎌내기 어려웠던 석구 아버지가 이웃 동네 무녀를 찾아갔다.

생월생시를 묻고, 석구 아버지 하는 말들을 주워듣던 무녀의 말을 들어 결국 신내림 굿을 했다. 그런 것이 어느새 십 년을 훌쩍 넘어 이십 년 이짝저짝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 점바치라 부르지만 오늘처럼 날받이 씻김을 하고, 재수굿을 하는 날에는 씻김을 받기 위해 불려 나온 조상신과 살아 있는 자손들의 일이 잘 풀려나가게끔 조상신에게 아뢰고, 조상신의 말을 후손들에게 전달해 주는 머리 굿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앞날에 대한 두려움에 겁먹은 후손들은 조상신의 입을 빌린 점바치로부터 속 시원해질 한 마디를 듣고 싶어 하는 까닭이다. 오늘 석구네에게 슬픔이란 무엇일까. 속 아린 설움이란 무엇일까. 당자의 굿이 아닌 바에야 당자가 아플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솟구쳐 올라온다. 한탄이 밀려 나온다. ‘눈물이 한숨이요 한숨이 넋이라’고 말한다. ‘무슨 영화를 보려고 앞뒤 제자 되어 고생길을 가는가’라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이유 없이, 자신의 의사도 묻지 않고 들어와 버린 신들의 음성을 거부하지 못하고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삶이 언제나 굿판에 설 때면 스르르 나오고 마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던 신증의 그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가슴의 소리, 꽉 막힌 답답한 세월이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 헤’ 고개 마루로 올라선다. “산다는 것은 설운 것잉께”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누가 뱉는 소리일까. 둘 데 없는 시선을 끌어 모으며 온 힘을 다해 ‘새야 새야 앵무새야’ 말 잘하는 앵무새를 부른다. 목놓아 부른다. 입 언저리에 손을 올리고 허리를 반으로 접는 모양을 하고서 배꼽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심장에 닿아 터져 버리도록 있는 힘을 다해 앵무새를 부른다. 그리고는 응당 알고 있는 우리 님 계시는 곳을 알려 달라 애원한다. 자신이 가질 소식은 없는, 무릎 꿇고 앉아 술을 따르고 절을 하는 저 사람들에게 응당 들려주어야 할 무정한 소식을 자신에게 들려 달라 애원한다. 쫓아가고 넘어지고 일어서다 멈추어서 한 손 땅을 짚고 한 손 들어 올려도 닿지 않을 혼령을 부르는 소리가 고개 마루에서 펼쳐진 들판에 울려 퍼진다. 들판 너머 너르게 너르게 퍼져 흐르는 뱃놈의 들판 저 푸른 바다에서 넘실거린다.


*대문사진은 진도에서 활동하는 박영자 님의 공수굿을 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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