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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프로방스 Apr 06. 2023

 봄비 개인 아침에 부치는 단상

사월의 거친 바람이

꽃봉오리를

흔들고 있다.


대지에 생명을 밝히는

미(美)의 잔치에


바람은

폭군처럼 등장한다.


시간이

훼방꾼을 보내어


미(美)의 정원을

불미스럽게 만든 것이다.


봄을 통과하며

부단히 흐르는 시간은


여름을 지나 얼어붙은

겨울로 이끌고 갈 것이다.


시간은

잔혹한 리더이다.


시간이

파송한 강풍이

어제 내린 비와 함께


대지의 축복을

한 순간에 걷어 갔고


참혹한

미(美)의 주검들을

남겨놓았다.


마치 가을 찬 바람이

낙엽을 쓸고 가듯.


꽃은

미(美)의 병사들이다.


그가 비록 형체를 잃었으나

향기는 영원하리라.



세월이

대지의 아름다움을 시샘하여


미(美)의 정원에

뱀들을 풀어놓았다.


장미꽃에

가시가 있듯이.


시간의 예리한 낫은

미의 병사들을

무참히 거두어 간다.


시간이

보낸 바람도


우리에게서

기쁨을 앗아가긴 마찬가지.


시간의 농간 속에

시들어 가는 인생이라니.




사월은

청춘의 거울이다.


주름 잡힌 얼굴은

그동안 내게서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이

지워졌는지 확인시킨다.



거울이

진실하게 보여주는

이마주름은


청춘을 그리워하는

지난날의 추억이다.



창 밖은

봄이 한창인데


나는

어느새

가을 서리 맞아

흰머리가 가득하구나.



이른 아침

늘 산책하는 길을 따라

걸어간다.


미의 패잔병인

꽃들의 주검으로 가득한 땅은


푸르스름한 옷들로 갈아입어

활기를 띠고 있다.



사물은

어느새

새 질서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곧 온 땅에


오월의 콘서트를 알리는

팡파르가 울릴 것이다.


연초록의 색상

맑은 시냇물


풀잎을 타고

데굴데굴 흐르는 이슬방울


미풍에 실려오는 솔잎향기

창공을 높이 나는 새들....



이들 모두가

봄의 콘서트를 빛낼


위대한 플레이어들이자

합창단원이다.



바람 불어

버들솜 날리고


꽃향기는

사방에 가득한 날.


 

창을 열고

멀리서 보면


비취색 하늘과 녹음진 봉우리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비 개인 오늘 아침

시냇가의 버드나무는

싱싱한데


소쩍새는

울면서 산등성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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