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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프로방스 Apr 19. 2024

복을 불러오는 말

구약성경 시편 34장

생명을 사모하고 연수를 사랑하여

복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누구뇨

네 혀를 악에서 금하며

네 입술을 거짓말에서 금할지어다.

      시편 34장 12-13절


외출할 때 선크림은 필수다. 오프라인 세계에 선크림이 있다면 온라인 세계엔 로그인이 있다. 현대인은 온라인 바다에서 항해하는 사람들이다.


로그인은 그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문이자 방명록이다. 거기에 서명함으로써 항해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선박이 주요 운송수단이었던 시절, 선장의 주 업무는 항해의 세부사항을 꼼꼼히 적어 기록으로 남겨놓는 일이었다. 이것을 가리켜 로그북이라 했다.  


언어는 시대를 달리하며 갈아타기를 일삼는다. 항해사의 로그북이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로그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로그'란  본래 그리스어 로고스(logos)에서 유래한 용어다. 로고스는 말을  뜻한다. 이 단어가 현대의 기술공학과 만나면서 기록의 의미로 바뀌었다.


따라서 로그인이란 말을 기록으로 대신하라는 온라인 세계의 명령이자 규칙이라 할 수 있다. 에스 앤 에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우리는 글쓰기로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글쓰기란 말의 다른 형태다. 말없는 글쓰기란 상상할 수 없다. 사람들은 글을 쓰면서 사실상 말하고 있지 않은가.


말과 글쓰기 중에 어떤 게 더 어려울까를 묻는다면, 단번에 말이라 대답하겠다. 글은 여러 번의 수정이 가능하지만 말은 한 번 내뱉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말의 세계에서 정정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보완 개정판도 불가능하다. 말의 유효기간은 일회성으로 그칠 뿐이다. 말은 그 사람 자신이며 생명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이 영이요 생명이다.

요한복음 6장 63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알기란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을 몇 분만 들어보시라. 그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말할 때 숨겨진 진면목이 수면 위에 떠오른다.


거짓으로 잠깐 속일 수 있어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술 취한 사람들의 말을 흘겨들을 게 아니다. 술기운을 빌려하는 말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구약성경의 시편은 말에 대한 문제를 복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는 매우 놀라운 진술이다. '생명을 사모하고 장수하기를 원하며 복 받기를 원하는 사람'.


이는 생명의 활력이 넘치고 에너지가 충만하며 오래 살수록 싱싱한 인생을 뜻한다. 이것을 복이라 규정하고 있다.


 하늘을 이부자리 삼고 땅을 베개 삼아 사는 인생 가운데 누가 이 복을 거부하리오.


비 갠 날 청명한 하늘 아래 아침 이슬 빛나는 초원을 지나 숲 속의 시냇가를 거닐듯 상쾌한 삶. 그것이 복이다. 다음의 말씀도 다르지 않다.


그는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니.

시편 92장 14절


이런 복을 누리려면 금기사항 한 가지를 꼭 지켜야 한다. '악한 말을 그치고 거짓을 버리라'. 오롯이 말의 문제다.

 성경에 따르면 장수와 축복이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복 받기 위해 하늘에 올라가 별을 따오라는 것도, 엄청난 돈을 벌어 희사하라는 것도, 슈퍼맨이 되어 지구를 구원하란 것도 아니다. 입을 조심하란 것뿐이다.


진리는 이토록 가까이 있다. 인생은 말로 흥하고 말로 망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 말이 불씨가 되어 살인까지 일삼는다. 무심코 던진 말이 비극의 씨앗이 되어 금슬 좋던 부부가 파경에 이른다.


 칼에 베이거나 찔리면 치료하면 그만이다. 말에 찔리면 답이 없다. 오랫동안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곪아 염증을 일으킨다. 이 염증이 증오와 미움이다.


염증에는 불의 속성이 있어 금방 다른 곳으로 옮겨 붙는다. 세상은 칼 같은 말에 찔려 고통당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들은 다시 미움과 증오의 불로 무장하여 주변을 사윈다. 지옥을 가 볼 필요도 없다. 불행의 시작이 말에 있음을 부정할 수 있을까.



칼로 찌름같이 함부로 말하는 자가 있거니와

지혜로운 자의 혀는 양약과 같으니라.

잠언 12장 18절.


시편 34장의 기록연대는 기원전 천 년경이다. 삼 천년 전 땅의 인구는 일억 명이나 되었을까.


그런 고대시절에도 말의 문제가 이토록 중대했다니. 놀랍게도 시편 다음의 잠언에도 말에 관련한 문구가 무려 백여 개에 달한다.


세상에 많고 많은 공부가 있지만 말공부만큼 어려운 것이 있을까. 명심보감에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의 문이고 몸을 망치는 도끼'라고 경고하고 있다.


논어의 맨 마지막 문장에서도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모두가 말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시편 34장에서 가르치는 복 받을 사람이란 입으로 악한 말과 거짓을 금하는 사람이다.


악한 말이란 남을 늘 무시하고 멸시하는 교만한 말, 때와 장소를 구별하지 않고 함부로 하는 말, 뒤에서 험담하는 말등이다.


말이란 인간관계를 전제한다. 사람은 동물과 말로 상대하진 않는다.상대에게 악한 말을 내뱉는 순간 응분의 대가가 따름을 기억하자.


악한 말은 듣는 사람에게 악감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다. 악한 말에 대한 반응은 미움이다. 말에도 기브 앤 테이크가 작용하는 것이다.


거의 백 년 전 데일 카네기는 자기 계발서의 바이블로 통하는 저서 '인간관계론'을 내놓았다.


카네기는 이 책에서 다른 사람한테 호감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그를 마음껏 칭찬하라 이른다. 악한 말 대신 선한 말을 하란 뜻이다. 쉬운 것 같아도 실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에베소서 4장 29절


악한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먼저 손해를 입는다. 그가 바로 최대의 피해자다.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뇌의 헤마라는 기관에 저장된다.


말은 우주먼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속에 자리 잡아 생각을 이루고 인격을 형성하니까. 인격의 내용물인 생각은 다시 말로 나타나는데 이는 행동과 직결된다.


이런 사이클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이 진행되어 운명에 까지 이른다. 이것이 말이 가진 강력한 힘의 원리다.


이런 이유로 악한 말을 버려야 복을 받는다는 성경의 논리는 과학적 진술과 닮아 있다.


우리는 물리적 살인행위를 경험하지 않아도 말로 죽이는 현장을 수없이 목격하며 산다. 누가 뒤에서 험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험담은 대개 거짓을 동반하며 과장으로 부풀려진 경우가 많다. 여기서 소근 저기서 소곤거리는 험담은 피해자에 대한 인격적 살해행위와 같다.


악한 말을 듣는 순간 감정은 예리한 칼로 난도질당한다. 억울한 생각에 사로잡혀 잠을 이루기도 어렵다.


상대를 향한 분노와 미움이 자연스럽게 생기면서 복수심으로 끓어오른다. 이런 감정이 오래 지속되면 심장과 내장 기관이 먼저 다친다.


면역기능도 떨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큰 상처를 입어 중병에 이를 수도 있다. 게다가 상처입힌 사람을 매일 봐야 한다면 얼마나 큰 고통인가. 이럴 때 어떻게 할까.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라

축복하고 저주하지 말라

로마서 12장 14절


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다. 그냥 말로 하는 거다. 말로 당했으니 말로 되갚아 주는 것이다. 용서는 거대한 용기다.


 상대가 악한 말을 했으니 나도 그만큼 갚아주겠다. 이런 심리는 정상적 리액션이자 정당방위 같지만 참된 해결책은 아니다.


창주조 하나님은 그런 상대를 향해 축복하라 말씀하신다. 이 지점이 복에 이르는 좁은 길이다. 그러나 행동으론 어려워도 말로는 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에도 인풋과 아웃풋이 있다. 안에 들어와 쌓인 것을 해소하지 않으면 쓰레기가 되어 스스로 부패의 무덤에 갇히고 만다.


스트레스가 다른 것일까. 스트레스는 마음에 쌓인 묵은 감정이다. 나를 태워버리는 불이 그것이다. 이것을 바깥으로 쏟아내야 살 수 있다.


방법은 말이다. 그 사람을 축복한다고 말을 하시라. 계속해서 말이다. 당신이 내뱉은 선한 말은 반드시 축복으로 돌아오고야 만다.


어느 순간 마음의 평화를 경험하면서 상대가 불쌍하게 보일 것이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이 복은 멀리 있지 않다. 세상만사 심은 대로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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