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밤 줍던 날
꿀밤 주우러 간다
엄마캉 내캉
봉우리가 아홉 개여서 ‘구봉산’
철뚝 너머 우리 밭을 지나
다리를 건너
약수터에서 시원하게
물 한 잔 마시고 구봉산에 오른다
떡갈나무 잎사귀를 밟으며
꼬불꼬불 고개를 넘다 보면
도토리가 보인다
초록색 모자를 눌러쓴 귀요미들
까칠하고 뾰족한 녀석들
점잖게 갈색으로 성숙한 놈들까지
한줄기 바람이
시원하게 땀도 씻어주고
가지 위에 앉았다 날아가는
새들의 날갯짓에
후두둑 탁탁
도토리들이 떨어진다
평평하고 볕 좋은 무덤가에 앉아
오징어 조름 반찬으로 참 먹고
사이다 한 잔씩 나눠 마시고
이름 없이 피어난 들꽃에
나란히 기대어 눈길을 준다
자루 가득 꿀밤을 이고 지고
집으로 내려가는 길
저녁 때꺼리 생각에
엄마의 걸음은 바쁜데
나뭇가지 하나 꺾어 빙빙 돌리며
콧노래 흥얼거리며 풀쩍풀쩍
뒤따르던 나는
아무 걱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