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

by 도린

오래 만나지 않아도 늘 함께인 듯한 친구가 있다.

열에 열 번은 내가 먼저 연락해 만나자고 한다.

늘 바쁜 척하는 나를 배려해주는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만남의 칼자루가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

부담스럽지도, 억울하지도 않다.


오늘 그 만남이 성사되었다.

언제나처럼 그녀의 집 앞으로 차를 몰고 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 오른다.

“어디 갈까?” “뭐 먹을래?” 묻지 않는다.

운전대를 잡은 내가 향하는 곳이 오늘의 목적지가 된다.


마운틴, 동네 공원, 때로는 멀리 장거리 드라이브도 한다.

오늘은 새들이 서식하는 동네 호숫가로 향했다.

특별한 주제 없이, 이 말 저 말 나누며 웃다가

호수 위 연꽃들과 뭉게구름이 그럴싸한 하늘을 배경 삼아

펼쳐진 풍경을 벤치에 앉아 느리게 감상했다.


돌아오는 길, 동네 카페에 들러

아이스 루이보스 티와 크림치즈 베이글로 더위를 식혔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통한다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고,

인정해주는 사이.


다음 만남은 언제일까.

내 주머니 속 칼자루를

다시 한번 꼭 쥐어보며

기분 좋게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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