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이야기 3

몸의 밀당 균형

by 도린

나는 연애 예찬론자다.

그리고 밀당에 타고난 감각이 있다고, 제법 오래전부터 확신하며 살아왔다.


“여자는 일단 튕기고 봐야 돼.”

남편에게 농담처럼 달고 사는 말이다.

몇십 년 당했는데도 늘 상처라고 이제 그만 튕기라고 그는 피식 웃고 말지만, 나는 진심 그만 둘 마음이 없다.

적당한 거리 두기, 긴장감 유지,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의 따뜻한 당김.

그게 바로 관계를 오래도록 설레게 만드는, 밀고 당기는 예술이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우리 몸의 근육도 이 ‘밀당’의 원리로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연애든, 근육이든 결국 원리는 같구나 하며 미소 지었다.


몸을 움직일 때는 반드시 ‘상반되는 움직임’이 짝을 이룬다.

굽히는 동작(Flexion)이 있으면 펴는 동작(Extension)이 있고,

수축(Contraction)이 작용하면, 이완(Relaxation)이 따라오고,

내회전 (intenal rotation)과 외회전 (external rotation)이 짝을 이룬다.

근육은 언제나 한쪽이 작용하면, 반대쪽이 받쳐줘야 제 역할을 하게 되어있다.

힘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몸이 틀어지고, 통증이 생기고, 결국 삶의 리듬도 어그러진다.


뭉치고 굳어진 근육에는 스트레칭(Stretching)필요하고,

늘어지고 약해진 근육에는 스트렝스닝(Strengthening)이 필요하다.

하나만 해서는 안 된다.

밀기만 해도, 당기기만 해도 안 되는 법이다.

마치 연애처럼 말이다.

계속 밀기만 하면 멀어지고,

계속 당기기만 하면 부담스럽다.

중요한 건 서로가 서로를 조율하며 맞춰가는 힘이다.


몸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다.

일방의 노력만으론 오래가지 못한다.

주고받는 균형, 밀고 당기는 조화 속에서

건강함이 피어나고, 생명력이 자라난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늦은 밤, 잠들기 직전까지

우리는 컴퓨터와 핸드폰이라는 조그만 창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다.


정보를 읽고,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전하며

마치 영혼이 숨을 쉬듯—

그 작은 화면 속을 바삐 오가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모든 나쁜 자세와 습관에서 비롯된 동작의 결과는 고스란히 몸으로 돌아온다.

자세를 웅크리고,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움츠리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다 보면,

우리 몸 어딘가에서 빨간 신호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날개뼈를 단단히 지탱해 주는 등 근육들,

( rhomboids)은 점점 늘어지고 약해진다.

한때는 우리 자세의 중심을 든든히 잡아주던 근육들이 서서히 무기력하게 풀어져버린 고무줄처럼

제 역할을 잃어간다.


반면, 앞쪽 가슴 근육들 (pectoralis)

지나치게 긴장하고, 뭉쳐 있고, 꽉 조여 있는 경우가 많다.


등은 풀어지고, 가슴은 조이고—

어깨는 솟고, 거북목이 되며, 등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듯 뻣뻣하고 무거워진다.


이 불균형은 단지 근육의 문제가 아니다.

몸이 보내는 조용한 언어이자,

삶의 자세에 대한 작은 경고다.


그러니 가끔은, 아주 잠깐이라도

몸에게 숨 돌릴 틈을 주자.


컴퓨터를 내려놓고,

폰을 옆에 두고,

고개를 천천히 뒤로 젖히며 날개뼈를 등 쪽으로 쫘악 잡아당겨 가슴을 활짝 펴자.

양팔을 들어 기지개도 힘껏 켜어 보자.

마치 세상을 다시 끌어안을 준비를 하듯

당당하게 크게 숨을 쉬자: 3초 정도 코로 깊이 들이마시고 6초 정도 입으로 후~~ 하면서,


이 간단한 움직임이야말로

우리를 지탱하는 ‘근육’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이다.

앞쪽으로 당겨진 가슴을 밀어내고,

뒤로 물러섰던 등근육을 다시 끌어당기는

가장 기본적인 ‘밀당’.

몸이 원래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정직한 리듬이다.


가끔은 팽팽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밀당의 리듬을 타며 살아가는 것.

그게 어쩌면

몸을 다루는 일이자,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고,

삶을 견디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PS: 맥락 없이 근육과 관련한 이야기 세편을 써보았다. 이대로 쭈욱 써볼지, 좀 더 전문적으로 써 볼지, 연재로 올려 볼지 생각이 많아졌다.

근육과 관련된 좋은 동영상,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현실에 나의 글이 하나의 소음이 될까 하는 소심한 염려도 겹친다.


구글 이미지에서 불러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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