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고 싶지 않은 책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이길 바랐다.
그러나 그 안에는 숨조차 쉬지 못할 고통과
뼛속을 파고드는 절망이 숨어 있었다.
현재와 과거는,
서늘한 실 한 올에 매달려
숨 막히듯 이어지고,
잘려나간 손가락 마디의 신경은
죽지 않으려 몸부림치듯
3분마다 다시 찔리는 고통으로 되살아난다.
그 서사는 명징한 소름이 되어
독자의 가슴을 서서히 파고든다.
그러나 한 땀 한 땀,
인간이 인간에게 남긴
잔혹의 결을 수놓듯 꿰어가던 문장 속에서,
문득 작은 새 한 마리의 숨결이,
칼바람보다 매서운 현실을 견디게 하는
따뜻한 콩죽 한 그릇이,
각양각색 산열매로 우려낸 슴슴한 차 한 모금이,
삼촌과 나눈 마지막 도시락과 대화가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씩 녹여낸다.
벼린 활자들은 숨을 고르게 하면서도
가슴을 절절히 헤집고 지나가
마침내 뜨거운 눈물을 토해내게 한다.
그리고 끝내 꺼지지 않는 사랑을
부둥켜안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작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랑한다.
끝없이, 영원히.
무거운 역사를 견인해 온 한강 작가,
그 치밀한 문장마다
섬세한 문필의 힘이 깃들어
조용한 경외와 뜨거운 박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