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dilemma)
요즘 들어 도담(첫째)이와 봄봄(둘째)이에게 화를 내거나 두 아이를 혼내는 일이 많아졌다. 둘이서 하는 장난의 수준이 매우 심해졌기 때문이다. 두 아이가 장난에 몰입하면 아빠, 엄마가 하는 말은 아이들 귓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다. 게다가 두 아이의 심한 장난을 지적하거나 혼내면 오히려 아빠(엄마)를 비꼬는 듯이 비아냥 거리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처음에는 부처님 같은 마음으로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속에서 끓어오르는 천불을 진화해 보지만 도담이와 봄봄이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힘겹게 부여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치게 된다.
둘이서 신나게 장난치며 놀면 그나마 낫다. 왜냐하면 장난을 신나게 치다가 결국에 도착하는 종착역은 싸움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서로 웃으며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싸우더니 한 녀석이 울어버린다. 요즘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집에서 지낼 때는 이와 같은 상황이 똑같이 반복된다. 마치 니체의 영원회귀처럼…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딱 한 가지 있다. 그 방법은 외출이다. 도담, 봄봄이를 데리고 놀이터를 가거나 가족끼리 나들이를 가면 덜 싸우거나 싸우지 않을 때도 있다. 심지어 새로운 장소가 주는 설렘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욱 재미있게 놀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다면 매일 저녁, 토요일, 일요일은 항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소리인데 만약 밖으로 매번 나간다면 나와 아내의 체력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이 발산하는 넘치는 에너지를 집이라는 공간에서 모두 소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