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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의 교사 May 03. 2023

2022. 4. 30. 토요일. 육아일기.

어린이날, 준 어른(?)

  도담이(첫째)가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면서 발달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다. 어린이날에는 어린이가 선물을 받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 더해진 요즘, 거의 매일 나에게 어린이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런 식이다.


  "아빠. 아빠! 이제 어린이날이 얼마 안 남았어요!!"

  "그 그래."


  "아빠. 아빠! 나 어린이날에 OOO 선물 받고 싶어요!!"

  "그 그래."


  "아빠. 아빠! 5월 5일이 어린이날이고 오늘이 4월 30일이니 5일 뒤면 어린이날이에요!!"

  "그 그래."


  어떨 때는 도담이가 똑같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정신이 멍해질 때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어린이날이 기다려지면 도담이가 저렇게 매일매일 이야기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린이날 이야기를 하며 행복해하는 도담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기억 저편에 잊고 있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매년 어린이날이 찾아오기 전이면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혼났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어떤 선물을 받을까?', '엄마, 아빠가 무엇을 먹자고 할까?', '어디로 놀러 갈까?' 등 다양한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기다렸다.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면서 어렸을 때 느꼈던 소중한 감정 중 하나인 어린이날을 앞두고 느꼈던 설레는 감정을 서서히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다.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기억이자 행복함 감정이었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다. '내가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잊고 지낸 기억과 감정인데 오늘 도담이 덕분에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오늘도 도담이 덕분에 아빠로서, 어른으로서 조금 더 성장했다.


  도담아. 조금만 기다려줘. 어린이날에 도담이가 마음에 드는 선물 사러 꼭 가자! 그리고 아빠가 잊고 있던 감정과 추억을 되찾아 주어서 정말 고맙고 사랑해!


  도담이가 금요일에 유치원에서 친구와 약속을 했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꺼내길래 내가 물었다.


  "도담아. 친구랑 무슨 약속을 했어?"

  "응. 오늘 1시나 3시에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했어!"

  "허허… 정말? 그런데 그 친구 엄마와 이야기가 되어야 만날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이야기가 끝났다. 그냥 아이들끼리 이야기 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심 식사를 하고 얼마 뒤에 도담이가 약속했다는 친구의 엄마가 아내에게 연락을 했다. 그 친구도 오늘 도담이를 만나기로 했다며 놀이터에서 같이 놀자는 내용을 우리에게 전했다. 우리는 오후 3시에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도담이에게 이 소식을 전하니 매우 좋아했다. 시간이 흘러 약속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도담이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린다. 오늘 일어난 약속 해프닝도 단순히 친구들끼리 이야기하고 끝난 이야기 즉, 더 이상 진전되지 않을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진짜로 친구와 밖에서 만났다. 도담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무시한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앞으로 도담이가 조금씩 성장할 때마다 도담이의 이야기를 더 귀 기울여 듣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도담이는 더 이상 아기가 아니다. 준 어른(?)이다. 많이 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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