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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의 교사 May 24. 2023

2022. 5. 1. 일요일. 육아일기.

나비정원과 솜사탕

  우리집에서 가까운 곳에 '불암산 나비정원'이라는 장소가 있다. 나비를 실제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자연 상태가 잘 보전되어 있는 곳이다. 산책하기도 좋고 유아용 놀이터가 있어서 아이들이 시간 보내기가 좋다.

불암산 나비정원 ( 사진출처 : 불암산 나비정원 공식 페이스북 )

  오늘 이곳에서 비눗방울 공연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도담(첫째), 봄봄(둘째)이와 함께 불암산 나비정원을 찾았다. 비눗방울 공연 시간이 오후 3시인데 공연 시작 전에 나비를 보고 놀이터에서 놀기 위해 우리는 일찍 불암산 나비정원에 갔다.


  1시 30분에 도착한 우리는 나비정원 안으로 들어가서 나비를 보고 철쭉동산에 정비되어 있는 산책로를 따라 유아용 놀이터로 향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우리처럼 자녀들과 놀이터를 찾은 가족이 많았다. 도담이와 봄봄이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다. 돌 징검다리도 건너고 미끄럼도 탔으며 어린아이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놀이 공간에서 쉼 없이 놀았다.


  시계 바늘이 2시 50분을 가리키는 것을 확인한 우리는 철쭉동산 중앙광장에 있는 비눗방울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공연 시작시간인 3시에 맞추어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에서 가깝고 관람하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눗방울 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그 열기가 대단했다.


  우리 가족은 한참을 둘러보았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 겨우 찾아낸 자리는 대형 스피커 옆이었는데 그나마 가깝게 공연을 볼 수 있었다.


  3시가 되자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는 비눗방울 공연을 오늘 처음 봤는데 정말 신기했다. 다양한 크기의 비눗방울을 만들어 냈으며 비눗방울의 숫자도 굉장히 많았다. 가끔 도담, 봄봄이와 놀이터에서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데 집에서 할 수 있는 비눗방울 놀이로도 두 아이는 매우 신나 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수의 비눗방울을 보니 도담이와 봄봄이는 매우 신기해했으며 신나는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공연을 진행하는 연기자 분이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키는 슬랩 스틱 코미디를 구연하여 청중을 들었다 놨다 했다. 7살이 된 도담이는 처음 보는 비눗방울 공연과 슬랩스틱 코미디에 빠져 집중하기도 했다가 배꼽 잡고 웃으며 공연과 상호작용했다.


  문제는 봄봄이였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대형 스피커 옆에서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성인인 내가 듣기에도 크다고 느끼고 있는 상태였는데 봄봄이 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것이다. 공연이 어느 정도 지나자 힘들어하며 나에게 계속 안겨 있었다. 게다가 놀이터에서 놀 때 힘들었는지 잠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나에게 안겨 계속 졸리다고 이야기하며 잠이 들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큰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어서 힘들었는지 엄청난 짜증을 나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아이를 안고 있는 일도 힘이 드는데 폭풍 같은 짜증을 쏟아내는 봄봄이의 감정상태를 공감하고 받아주려니 나 역시 지쳤다. 공연을 끝까지 보지 않고 중간에 가려고 시도를 해보았으나 도담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집에 가자는 말이 입 안에서만 맴돌고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공연이 끝날 때까지 봄봄이를 안고 스피커 옆에서 공연을 보았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봄봄이를 안고 버스정류장까지 내려왔다. 버스정류장이 가까워 오자 도담이와 봄봄이가 갑자기 무언가에 홀리듯 달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자연스레 아이들이 달려가는 목적지로 눈이 향했고 그곳에서 솜사탕을 발견했다. 나는 힘들어하던 두 녀석의 눈에서 반짝거리던 빛을 발견했다. 그 빛은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솜사탕… 솜사탕이 먹고 싶어"

솜사탕을 손에 들고 행복해하는 사랑스러운 남매. 둘 다 토끼 모양 솜사탕을 먹었다.

  나와 아내는 아이들에게 솜사탕을 사주었다. 솜사탕을 손에 든 두 녀석은 세상 모든 걸 다 얻은 표정이었다. 안 그래도 힘들었는데 당 충전 때문에 기운이 샘솟는 것처럼 보였다. 버스 정류장 인근 놀이터로 이동하여 솜사탕을 먹은 후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할 때마다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의 범위가 넓어지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도 많아진다. 도담, 봄봄이와 쌓아 가는 경험이 다양해져서 나와 아내도 더욱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갈 수 있는 공간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적이다 보니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긴 하지만 가끔은 지루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이제는 반복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루함이 줄어들어 너무 좋다.


  하루하루 조금씩 커 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집중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도담이와 봄봄이가 우리 곁에 있겠지? 미래의 너희 모습이 매우 궁금해지는 오늘이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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