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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의 교사 Jun 01. 2023

2022. 5. 4. 수요일. 육아일기.

창신동 완구거리

  내일은 도담(첫째), 봄봄(둘째)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린이날이다. 아내와 올해 어린이날에 어떤 선물을 해줄지 고민하다가 '창신동 완구거리'가 생각났고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며 겸사겸사 두 녀석을 데리고 서울 시내 대중교통 나들이도 가보기로 결정했다.


  창신동 완구거리에 가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과 종류이다.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장난감의 종류도 다양하여 아이들을 위한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도담이와 봄봄이가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내와 나는 수업을 끝내고 일찍 조퇴하여 평소 하원 시간보다 이른 시간인 오후 3시 30분에 도담이와 봄봄이를 유치원에서 찾았다. 창신동 완구거리 근처 주차 정보를 찾아보니 주차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도담이와 봄봄이에게 자동차 대신 지하철을 타고 가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했더니 마치 다 큰 어른인 것처럼 충분히 이해해 주었다(역시 장난감의 힘이겠지?). 아이들이 처음 접해보는 대중교통인 지하철에 대한 두 아이의 호기심도 한몫했을 것이다.


  우리는 집 근처에 있는 지하철 역인 7호선 마들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하여 1호선 동대문역에서 하차했다. 아래 그림에서 처럼 동대문역 1호선 4번 출구에서 나오면 5분 이내에 창신동 완구거리에 도착할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지도 앱에서 캡처

  창신동 완구거리 골목에 들어서자 장난감을 판매하는 매장이 눈에 많이 띄었다. 사방이 온통 장난감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되어 있자 도담이와 봄봄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장난감 매장 판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장난감을 보면서 천천히 걷다가 한 장난감 매장 앞에서 두 녀석의 걸음이 멈춰 섰다. 그 장난감 매장은 2층으로 되어 있고 장난감의 종류도 굉장히 많아 보였다. 나 역시 그 장난감 매장을 보고 '들어가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마 내가 느낀 감정을 아이들도 비슷하게 느꼈으리라. 그래서 아이들이 이곳에서 멈추어 섰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담이와 봄봄이가 장난감 매장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길래 내가 물었다.


  "도담, 봄봄아. 우리 이곳에서 어떤 장난감 살지 둘러볼까??"

  "(두 녀석 입을 모아)네!!!!!"


  우리가 들어간 장난감 매장은 도담, 봄봄이 에게는 천국과 다름없었다. 1층부터 2층 모든 공간에 장난감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두 녀석은 장난감 매장을 차근차근 둘러보며 최선을 다해 구경했다. 마치 이곳에 있는 모든 장난감을 내 머릿속에 저장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은 의지가 엿보였다. 장난감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과 한 약속 때문에 도담이와 봄봄이는 더욱 신중해 보였다. 그 약속이란 바로


  '가장 가지고 싶은 장난감 각자 2개씩만 고를 것!!!'


  장난감의 종류가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 딱 2개만 고를 수 있으니 선택하기가 매우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두 녀석이 원하는 장난감을 모두 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을 선택할지 고르는 행복한 모습을 보면 다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경제적인 문제와 장난감을 사주는 우리 부부의 철학을 생각하며 사주고 싶은 마음을 힘겹게 이겨냈다(아이가 장난감 앞에서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본 부모라면 아마 나와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도담이와 봄봄이는 1층과 2층을 계속 왔다 갔다 했고 여러 가지 장난감을 들었다 놨다 하며 결정을 못했다. 장난감 선택이 너무 늦어지고 도담이와 봄봄이의 장난감 취향이 극과 극이어서 이러다가는 장난감을 못 사고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내와 나는 찢어져서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아내는 도담이와 함께 움직이며 장난감 선택을 도와주었고 나는 봄봄이와 동행했다.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한 껏 포즈를 취하는 도담, 봄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두 녀석은 장난감을 선택했다. 도담이는 '헬로카O 로봇'과 '포켓몬스O 카드'를 선택했고 봄봄이는 조그마한 공룡이 여러 개 들어있는 '공룡 피규어'와 '티니O 스티커'를 선택했다. 각자 자신이 선택한 장난감이 들어있는 봉투를 들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데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과연 나는 언제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오늘도 아이들 덕분에 내 과거로 여행을 잠시나마 떠날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잊고 지내던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그 덕에 내 주변에서 놓칠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더욱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아이처럼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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