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아주 작은 관심이 일으킨 나비효과
나는 고등학교에서 체육 교사로 일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8년째 근무 중이다. 벌써 2번째 학교에서 근무하고 8년이라는 경력이 생겨서 그런지 이제는 더 이상 신규교사가 아니다.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2015년부터 일하고 있지만, 아직도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는 이 일이 정말로 재미있다. 심지어 천직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체육 교사로 일하며 나만의 교육적 철학, 목표가 하나 생겼다. 학생들에게 움직임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일이다. 그들이 졸업 후에 누군가의 압력(?)에 의한 신체 활동을 하지 않고 스스로 신체 활동을 하도록 만들고 싶다. 그만큼 체육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있고 학교에서 일하는 이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
행복한 교직 생활을 보내고 있는 나는 과연 체육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하게 됐을까?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기원을 알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봤다. 이번 이야기는 내가 체육 교사가 되려고 마음먹었던 과정에 대한 기억이다.
체육 교사라는 직업을 목표로 정한 최초의 시기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때는 2003년. 고등학교 2학년이 되기 전까지 운동하는 순간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은 해왔으나 체육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운동에 집중하는 그 순간이 정말 좋았다. 운동에 집중하면 몰입(flow) 상태가 되어 시간 가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특히, 농구를 매우 좋아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가용 시간을 활용하여 농구를 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즐겁고 재미있던 시기였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하여 고교 교육과정이 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문·이과로 구분하지 않고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2025년부터는 모든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해서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나의 고교 시절은 지금과 달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공통과목을 배우고 2학년 때부터는 자신이 선택한 문과 또는 이과 계열의 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워야 했다. 두 개의 트랙으로 나눠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중간에 전과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그 시기의 나는 이과 계열 과목에 매우 자신감이 있었다. 단순 암기하는 일을 매우 힘들어했고 사회과목이나 국어 과목을 매우 어려워했다. 반면에 수학이나 과학은 비교적 덜 어려워했다. 오히려 수학 과목은 재미있었다. 성향이 이렇게 보니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이과를 선택했다. 이 시기에 체육 교사라는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고민 없이 이과를 선택했다.
문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발생했다. 2학년으로 진급한 후 진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운동과 관련된 진로를 선택하고 싶었다. 고민에 고민을 이어가던 중 중학교 3학년 때 나를 변화시킨 큰 사건이 하나 떠오르며 머릿속이 맑아졌다.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선생님께 칭찬과 인정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내가 선생님과 대화를 했다면, 대부분 혼나는 상황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받아쓰기 때문에, 친구와 싸워서, 중학교 저학년 때는 공부 때문에 혼났다. 이러한 경험들이 반복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는 학교에서 혼나기만 하는 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낙인찍었다고 해야 할까? 인문계 고등학교랑은 어울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실업계 고등학교(지금의 특성화 고등학교와 유사함)로 진학하려고 마음먹었다.
현재의 특성화 고등학교와 과거의 실업계 고등학교는 상이하다. 분위기와 문화가 많이 개선되어 공부를 곧잘 하는 학생들도 진학한다. 하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의 실업계 고등학교는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주로 가는 곳이었다. 나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서 집 인근의 정보산업고등학교를 가려고 마음속으로 결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어김없이 농구를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어머니께서 나를 부르며 이야기를 하셨다. “담임 선생님께 전화 왔는데, 실업계 고등학교 가기에는 성적이 아까우니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라는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전해 듣는 순간 기분이 정말 좋았다. 누군가로부터 처음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어머니. 그럼 저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할래요!”라고 답변했다. 하루 종일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고 나니 나에 대해 가지고 있던 좋지 않은 이미지가 조금씩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했고 고등학교 입학한 뒤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성적이 올라가는 과정이 보이니 더더욱 열심히 노력했고 그 결과 성적은 계속 향상됐다. 틈틈이 운동도 계속하여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했고 정말 재미있는 고교 생활을 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