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4. 목요일. 육아일기.

봄봄이를 잃다. 스킨십

by 최고의 교사

봄봄(둘째)이는 혼자 놀기의 달인이다. 특히, 인형에 역할을 부여하며 아빠 엄마 놀이, 병원 놀이 등 아주 다양한 놀이를 한다. 상황극을 진행하며 봄봄이는 1인 2역의 배우가 된다.


"토끼가 OOO을 했데~ 그랬더니."

"곰돌이가 OOO을 했데~"


봄봄이가 하는 1인 2역의 역할극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으면서도 '어떻게 말이 한 번도 끊기지 않고 상황극이 이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봄봄이에게 경외심마저 들 때가 있다.


오늘 봄봄이를 잃어버릴 뻔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봄봄이를 오후 5시 20분에 유치원 앞에서 만났고 도담(첫째)이의 하원 시간을 봄봄이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5시 30분 도담이가 나왔다. 도담이를 인계받기 위해 유치원 선생님과 3분 정도 이야기 했을까. 집에 가려고 뒤를 돌아보니 봄봄이가 사라지고 없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봄봄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순간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도담이와 유치원 바로 옆에 위치한 놀이터로 달렸다. 빠르게 놀이터를 훑어보고 구석구석 찾아봤으나 봄봄이는 보이지 않았다. 순간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무엇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 했으나 당황한 나머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1분이 1년처럼 느껴지던 그때,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울음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봄봄이가 아파트 상가 출입문 앞에서 목놓아 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생애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렸나 보다. 봄봄이를 꽉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한참을 안고 달래주니 어느덧 봄봄이는 울음을 그쳤고 안정감을 되찾아 보였다.


도담이와 봄봄이가 태어난 이후부터 나는 줄곳 자만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잘 돌보니까 절대 아이를 잃어버릴 리 없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잃어버리는 거지?'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부모가 아이를 잘 돌봐주어도, 사고가 아니어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과 외출했을 때에는 절대로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단 1분이라도.


봄봄아! 100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어. 일기를 쓰며 '정말 너를 못 볼 수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미여 마음이 먹먹해진다. 우리 절대 헤어지지 말고 오래오래 함께 살자. 사랑한다. 봄봄아.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쉬고 있었다. 나는 소파에서 쉬고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도담이가 앉아 있는 내 품속으로 파고든다. 그런 도담이를 꼭 안아주었다. 순간 도담이의 커진 몸집이 느껴졌다. 앞으로 도담이가 조금 더 큰다면 예전처럼 아이를 들어서 안아주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마 도담이가 더 크면 내가 하는 스킨십을 징그럽다고 거절하겠지??). 나는 도담이에게 말했다.


"(도담이를 번쩍 들어서 안으며)나중에 도담이가 많이 크면 이렇게 안아주기 힘들 테니 지금이라도 많이 안아줘야겠다. 나중에 도담이가 크면 아빠가 너에게 안아달라고, 뽀뽀하자고 할 때 다 싫다고 할걸? '아~ 싫어 아빠. 저리 가~' 이러면서"

"난 어른이 돼서도 아빠랑 계속할 건데? 근데… 뽀뽀는 괜찮은데 안아주는 건 조금…"

"안아주는 건 별로야??"

"음… 아니야. 안아주는 것도 해줄게!"


도담아. 지금 네가 한 이 말 꼭 기억했다가 아빠랑 오래오래 스킨십하자. 사랑하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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