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신호탄?
도담(첫째)이가 7살이 되었다. 2살 터울인 동생 봄봄이는 5살. 두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신기할 때가 많다. 조그맣고 짧기만 했던 신체 각 부분이 길어지는 일도 신비로운데,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의 깊이도 깊어지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채로워지는 점 또한 신기하다. 특히, 사랑 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횟수가 늘어나 행복하고 기분 좋은 감정이 생길 때가 많다.
요즘 도담이의 에너지와 체력이 좋아졌는지 6살 때와 비교해 보면 엄청나게 달라졌다. 하루동안 발산해야 하는 에너지가 정해져 있는데 그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많다 보니 저녁 시간에 하는 놀이가 과격해진다. 과격한 행동을 하다가 동생의 반응 때문에 흥분하고 봄봄이와 다투는 횟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도담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마치 허공에다가 나 혼자 소리 지르는 메아리(메아리는 소리가 돌아오기라도 하지) 같은 느낌이다. 다투는 두 아이를 보며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둘이서 해결하도록 놔둬야 할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지도 고민이고 오히려 내가 두 녀석보다 더 화를 내며 혼을 내야 하는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치지만 결국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상황을 중재하며 마무리 짓는다. 아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나는 한동안 매우 지친 상태가 된다.
정신이 쏙 빠지는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버틸 수가 있는 이유가 있다. 두 녀석이 서로 정말 잘 논다. 작년만 해도 서로 같이 놀기보다는 각자 놀면서 각각 아빠에게 요구하는 일들이 많았다. 두 아이가 각각 나에게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면 그들은 나에게 한번 말하는 거지만 나는 두 번의 민원(?)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두배로 힘이 들었다. 싸움으로 끝이 나긴 하지만 두 녀석이 서로에게 집중하여 노는 시간이 늘어나자 덩달아 우리 부부의 쉬는 시간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상황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정말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서로에게 집중하며 노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 부부의 쉬는 시간이 늘어나는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 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앞으로 두 녀석이 커 감에 따라 나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 텐데, 나만 찾던 두 아이에게 집중하며 살다가 차츰 나에게서 멀어지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두 아이에게 더욱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시기가 찾아왔을 때 부담 없이 나에게 찾아와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