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시계, 성장통
요즘 도담(첫째)이의 체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작년까지는 낮잠을 꼭 한번 잤었는데 이제는 낮에 잠을 보충해 주지 않아도 하루종일 힘들어하지 않는다. 아침에도 물론 일찍 일어나는 도담이는 아빠와는 다르게 아침형 인간이다. 반면 아직 5살(2018년 12월에 태어나, 올해 4살인 아이들과 별 차이가 안난다.)인 봄봄(둘째)이는 낮잠이 필요했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영상을 최대한 늦게 보여주자는 의견이 일치하여 평소 집에서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도담이가 7세가 된 이후에는 주말에 봄봄이의 낮잠 시간을 활용해 도담이에게 조금씩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위와 같은 도담이의 행복한 일상(?)에 일생일대의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봄봄이가 오빠랑 놀고 싶은지 주말에 낮잠을 자지 않겠다고 버티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도담이는 한동안 텔레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불만을 차곡차곡 쌓던 도담이가 ‘펑’하고 터지고 말았다. 아내와 나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했고 오랜 고민 끝에 해결책을 찾아냈다. 아! 부모는 위대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도담이는 아침형 인간이다. 누가 깨워주지 않아도 원하는 만큼 자면 알아서 일어난다. 아무래도 수면의 질이 매우 좋은 것 같다. 반면 봄봄이는 나를 닮아 아침잠이 많다. 누가 깨워주지 않으면 영원히 잘 것처럼 잔다. 우리 부부가 주목한 점은 두 아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봄봄이가 잠들어 있는 아침 6시 30분에 첫째를 깨워 20분 동안 텔레비전을 보여주고 7시에 봄봄이를 깨우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봄봄이는 7시까지 잠을 잘 수 있어서 좋고 도담이는 보지 못했던 텔레비전을 볼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도담이는 봄봄이보다 먼저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기 때문에 잠이 다 깬 상태이므로 등원 준비가 조금 수월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방법을 적용하면서 텔레비전 시청 방식도 바꾸었다. 새로 고안한 방법을 적용하기 전에는 주말 이틀 동안 하루에 한 번씩 1시간 30분 정도 텔레비전을 보여줬는데, 평일로 텔레비전 시청 시간을 옮기는 대신 매일 20분짜리 영상 1개씩 보기로 했다. 세부적인 시행 계획을 아내와 조율하고 새로운 방법을 적용해 보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성공이었다.
주중에 두 녀석 중 한 명이 먼저 일어나 있으니 나머지 한 명만 깨우면 된다. 잔소리하는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자 아침 등원 준비가 정말 편해졌다. 나와 아내는 서로를 ‘천재’라고 칭찬했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견되기 전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그 문제는 지난주 주말에 발견됐다. 세상에! 토요일, 일요일 모두 6시 30분이 되자 도담이가 잠에서 깨는 게 아닌가! 헉! 평일에 등원 준비의 편함을 얻는 대신 주말에 늦잠이 꿀 같은 그 시간이 사라졌다. 도담이는 이렇게 우리의 알람 시계가 되었다. 6시 30분이면 아빠, 엄마를 깨우는 알람시계.
유치원에 입학한 봄봄이도 체력이 좋아졌는지 자연스럽게 낮잠을 안 잔다. 주말에 오빠는 노는데 본인만 자는 상황이 너무 싫다며 버텼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 보면 결국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로 꾸벅꾸벅 도끼질을 한다. 잠을 이기지 못해 밥을 입에 머금고 조는 모습을 보면 많이 안쓰럽다. 크느라 고생하는 모습이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고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문제라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봄봄아. 시간은 너를 성숙한 아이로 만들어 줄 거야. 비록 지금은 크느라 많이 힘들겠지만 이런 과정이 쌓이고 쌓여 단단한 너를 만들어 낸단다.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줄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