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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의 교사 Apr 19. 2023

2022. 4. 10. 일요일. 육아일기.

코로나 확진 1일 차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19 바이러스가 창궐한 2020년 이후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도록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지켜왔었다. 마스크는 집 밖을 떠나는 순간부터 항상 쓰고 다녔으며 손소독 및 손 씻기를 생활화했다. 게다가 2년 동안은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 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면 나와 함께 지내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토끼 같은 두 자녀에게 전파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의 철저한 방역지침 준수 덕분에 우리 집은 2년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없는 철옹성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무적일 것 같던 철옹성이 함락되고 말았다.


  어제저녁때부터 불편했던 목이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칼칼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목소리가 완전히 잠기고 물이나 침을 삼킬 때 목이 찢어질 듯 아팠다. '어제 예식장에서 신랑 측 축의금 받는 역할을 하여 목을 많이 사용해서 그러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했던 점은 4월 아침인데 몸이 으슬으슬하며 춥게 느껴졌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을 때의 증상이 고열과 인후통이라고 들었는데……'


  나는 설마 하며 체온계를 가지고 내 몸의 온도를 측정했다. 체온계 LCD창에는 붉은빛이 떠오르며 위험을 표시해 주었다. 마치 그 불빛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게 틀림없어! 너의 체온은 39.5도야!"


  집에 구비해 두었던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자가키트를 꺼내어 검사를 해보았다. 잠시 뒤 검사 결과 표시창에는 선명하게 '두 줄'이 표시되었다.


  "올 것이 왔구나……"


  아침에 나는 도담이(첫째)와 거실에 있었고 아내와 봄봄(둘째)이는 안방에서 자고 있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아내에게 말했다.


  "자기야. 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됐어. 조금 전에 자가키트로 검사를 해봤는데 두 줄이 나오네."


  처음에는 비몽사몽 하며 나의 이야기를 듣던 아내는 정신을 바짝 차리며 깨어났고 나는 도담이를 아내에게 맡기고 곧바로 인근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마스크를 쓰고 방에 들어가 자가격리를 실시했다. 그 사이 아내는 인근 약국으로 가서 내가 받은 처방전으로 약을 받아다 주었다.


  오늘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1일 차이다. 첫날은 온몸이 몸살에 걸린 것처럼 아팠다. 오한 때문에 옷을  따뜻하게 입어도 추웠고 목은 찢어질 듯 아팠다. 목소리는 갈라지며 나왔는데 큰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체온은 38~39도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아내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되면 일주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만 했다. 지역 보건소에서는 나에게 연락하여 내 휴대전화기에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어플을 설치하라고 안내하였으며 주기적으로 내 휴대전화를 통해 내가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하는지 확인한다고 했다. 또한 저녁 시간에는 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여 지금 있는 장소가 어딘지 확인했다. 보건 당국의 감시가 매우 철저하다고 느껴졌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처럼 두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일 경우에는 가족이 순차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에는 최대 4주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아빠, 엄마가 한 번씩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주만 자가격리 하면 된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만약에 자녀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될 경우 어린 자녀는 집에서 혼자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함께 돌봄을 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한 달 동안 바깥공기를 맡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하여 도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가족 모두 확진되어 코로나에서 벗어나자고 결론 내렸다. 도담, 봄봄이 나이 때의 아이들이 감염될 경우에는 하루 정도 아프고 괜찮아졌다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점도 한몫 했다. 결론을 내린 이후부터 우리는 마스크를 벗고 생활했다. 물론 도담, 봄봄이가 아직 어려서 걱정이 되었지만 가족 중 한 명이 걸릴 경우 생활 근거지를 옮기지 않는 이상 아직 확진되지 않은 가족들도 대부분 확진되기 때문에 이 방법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로서는 아빠, 엄마의 무모한 결정 때문에 도담이와 봄봄이가 최대한 덜 아팠으면 좋겠다. 도담, 봄봄아 크게 아프지 말고 잘 버텨내 보자. 지금 이 위기의 순간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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