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니의글적글적 Feb 02. 2023

bts와 커피

마흔 살 힐링 담론: 내가 좋아하는




노트북, 커피 한 잔, 어느 구석진 자리.

이것이 작가 시그니처?


내 직업은 작가 흉내 내기.

오늘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식탁 정리부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을 때는 식탁이지만 내가 글을 쓰는 시간이면 식탁은 작업실이 된다. 책상도 있고 소파도 있는데 왜 식탁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저 식탁이 편할 뿐 별다른 이유는 없다.


제일 먼저 노트북을 켠 다음 휴대전화에 있는 뮤직 앱에 들어가 아침에 들으면 좋을 것 같은 음악을  선택한다. 재생버튼을 누르고 블루투스로 연결한 뒤 볼륨을 조금 올린다.

오늘 선곡은, '소우주'

나의 최애곡. 시작은 항상 bts이다.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별 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you got me 난 너를 보며 꿈을 꿔~ '


매일 들어도 엇나가는 박자이지만 음악에 맞춰 흥얼흥얼 거린다. 





커피 향이 절로 생각난다.

오늘은 일회용을 선택했다. 내게 허락된 자유시간을 아끼기 위하여, 아니 그보다 귀차니즘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는 것도 정성이고 사치다. 오늘은 전자레인지를 픽. 나는 머그컵을 들고 정수기 앞으로 다가가 물을 받는다.  또로로.  물이 컵에 반쯤 차오르면 전자레인지 문을 열고 안으로 밀어 넣는다. 집게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시간을 설정한 뒤 시작 버튼을 누른다.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사이 싱크대 윗서랍에서 커피 믹스를 꺼내 탈탈 털어놓는다.

띠~~ 띠! 

1분 30초가 지나자 전자레인지 알림음이 울린다.

전자레인지 문을 탈칵!

어느새 온기가 오른 투명 머그컵은 뽀얀 김을 내뿜으며 얼른 꺼내 달라고 조른다.


뜨거워진 머그컵을 조심스레 식탁 위에 내려놓고, 좀 전에 꺼내 놓은 믹스봉지를 뜯어 물속으로 쏟아붓는다. 하나는 아쉽다. 두 개. 커피 가루인지 김인지 모를 하얀 아지랑이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스테인리스 티스푼을 꽂아 두어 번 휘휘 젓어 주면 끝.


달콤하고 구수한 커피 향이 온 거실 안에 폴폴 진동한다.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후후 바람을 분다. 첫 김이 식으면 쓰읍 한 입 당겨 마신다.


뜨거운 첫맛. 달콤한 두 번째 맛이 혀끝부터 입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구수한 맛으로 마무리.

진한 커피 향이 눈과 코를 파고든다.

집에서도 간단히 즐기는 바. 라(바닐라라떼)

얼음 동동 띄워주면 아. 바. 라로 변신(아이스바닐라라떼)

카누 바닐라라떼. 요즘 나의 최애 커피다.


그러고 보니 나는 상황과 기분에 따라 마시는 커피가 다르다.

우울할 땐 달콤한 커피. 식사 후엔 깔끔한 커피.

더울 땐 아이스 아메리카노.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갈 땐 시그니처 커피.

누가 사준다는 날에 먹는 '나도 그거요' 커피.

캠핑장에서 먹는 노란 믹스 커피.

주말 아침엔 남편이 내려주는 커피.


커피 향을 맡으면 기분이 묘해진다.

기분 좋은 분위기가 마치 마법을 부리는 듯 무엇을 할 때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 같다.






이제 작가 코스프레를 위한 완벽한 준비가 끝났다.

나는 식탁 앞으로 의자를 바짝 당겨 앉고 노트북에 집중한다.

그런데 쓰고 싶은 이야기는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한채 막상 아무것도 쓰지 못한다.

하...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나는 이제 무엇이든 써야 하는데...

달콤한 커피 향에 취해 마음만 싱숭생숭하다.


'shine, dream, smile

oh let us light up the night


우린 우리대로 빛나

우리 그 자체로 빛나

nanananananana~'


거실에는 bts 노래가 울려 퍼진다.







사진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작가의 이전글 화가 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