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힐링담론 : 처음 해본 일
나는 올해 중학 학부모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그렇듯 중학 생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낯설다.
중등 생활이란 게 말이지. 알림장이 없는 것도 어색하고 학교에 입고 갈 수 있는 옷 색상이 정해져 있다는 것도 희한하다. 상. 벌점 제도가 있고 학급 임원선거는 1년에 1번만 한다는 것도 새롭다. 초등과 달리 스스로 책임지고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는 것. 방심하면 준비물 빠뜨리기 딱 좋은 시스템이다.
아이는 초등시절 6년을 보냈고 나는 학부모 7년 차이지만 해보지 않은 일, 모르는 일에 대한 두려움은 늘 존재하는 법. 3월은 왜 이렇게나 길게 느껴지는지 마치 나도 아이와 함께 등교 중인 듯 조바심이 난다.
학교 공개 행사 학부모 총회.
갈까 말까? 이것부터 고민의 시작이다.
며칠 전, 먼저 있었던 작은아이의 초등학교 설명회는 잘도 다녀왔는데도 말이다(벌써 몇 번이나 치러본 행사란 말이었던가)
중학교 학부모 총회. 이건 느낌이 좀 다르다.
고학년 학부모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래도 처음 하는 공개 행사이니 간다? 이번 기회에 새 담임에게 눈도장이라도 찍어야지? 편하게? 아니 예의를 갖춰 입어야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어느새 머리부터 발끝까지 속 시끄럽다.
또 그걸로 끝이 아니다.
혼자서 가나, 친구와 연락해서 같이 가야 하나, 끝나고 바로 집에 오나, 반 모임 뒤에 커피라도 한잔해야 하나, 행여 학교에서 일이라도 덜컥 떠맡으면 어쩌나. 이런 고민도 있다.
나도 엊저녁부터 원피스와 바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옷장 안에 있는 재킷을 꺼내 보고 트렌치코트도 한번 입어보고. 옷가게에 쇼핑하러 온 모양 옷들을 늘어놓고 어느 게 낫냐며 아들에게 물었더니 “엄마 좋을 데로.” 하란다. 그러자 옆으로 쓱 지나가던 남편이 나를 보고 웃긴단다(하하, 나도 이런 내가 웃김)
학교 학사일정이야 홈페이지를 보면 다 올라와 있고, 세부 공지들도 관심만 있으면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으니 학부모 총회에서 딱히 더 들을 만한 고급정보는 없다. 내 아이가 3년 동안 다닐 학교를 잘 둘러보고 교실을 갔다가, 아이가 앉아 공부하는 책상을 보고 선생님은 어떤 분인가 몇 마디 나누고 오면 된다. 거기에 학교와 교사의 교육 가치관이나 열정 정도 발견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고.
담임은 학부모 외모에 무슨 관심이 있으며 그것이 아이의 학교생활에 무슨 영향을 주느냐는 말이지. 미용실을 다녀오느니 피부숍을 갔다 왔느니 무슨 차를 타고, 어떤 가방을 들었고(휴~) 무슨 학부모 총회 국룰이라도 있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난리고. 남들 하는 얘기에 팔랑거리지 말지어다.
그러면서 난 또 고민하고 있네. 내일 오후에는 날씨가 화창했으면. 학교에 가는 길에 활짝 핀 벚꽃 사진이라도 찍어야겠다.
올해, 벚꽃은 처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