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인스타그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제까지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미지들을 모아놓은 게시판을 보니,
전체적으로 난잡하고 임팩트가 부족해 보였다.
그 시작은 내가 아이폰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 한 장이었다.
붉은 조명이 골목을 물들인 신흥시장의 풍경은, 낯설 만큼 이국적이었고 마음을 건드릴만큼 감성적이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한번 올려봤는데, 내가 그동안 정성 들여 만든 이미지들이 유난히 허술하고 난잡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사진에도, 이미지에도 '인스타그램 감성'이란 게 있다는 걸
서울도심 풍경사진과는 다르게 내가 올린 명언 이미지들은 인스타그램 감성과 많이 동떨어져 보였다.
그걸 보고 나니 더 이상 이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명언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이미지를 한 장으로 만드는 건 정말 어려웠다.
여러 장의 슬라이드 형식이 아닌 꼭 한 장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많은 고민이 필요했고, 챗 gpt에게 내가 원하는 상황을 표현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해도
만족스러운 이미지가 나올 확률은 30번에 1번 정도였다.
그렇다고 내가 이때까지 들였던 노력이 헛수고는 아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명언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올린 명언 이미지를 모두 지우고, 계정을 ‘감성 도심 풍경 사진’ 중심으로 재구성하기로 했다.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풍경 사진은 감흥이 없지만 명언은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한다’고 했다.(친구가 감성이 없는 편이긴 하다.)
나도 그 말에 공감이 갔지만, 풍경 사진만 남기고 명언 이미지는 모두 다 지웠다.
그리고, 다시 계정을 들여다봤다.
명언 이미지들이 빠진 게시판은 정돈돼 보였지만, 동시에 너무 평범했다.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올리는 사진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 허술했던 명언 이미지들이라도, 나만의 색깔은 분명히 있었구나.
또다시 고민의 수렁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이틀 동안 여기에 고민을 많이 하느라 나머지들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고민도 해보고 챗gpt에도 여러 번 물어보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하나.
직접 글을 손으로 써서 영상으로 올리는 것.
인스타그램 감성과도 잘 맞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도 ‘괜찮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에는 되든 안 되든 끝까지 밀어붙여 보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증은 남아 있다.
사진과 어울리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인스타그램은 여전히 이미지 중심의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인스타그램 속에서 방향을 찾는 중이다.
혼란은 여전하지만, 예전보다 내 고민은 더 단단해졌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전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