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7일차,
이제 여행이 하루 남았다.
캠핑은 모두 마무리했고, 이번엔 붉은오름자연휴양림 숙소에서 묵는다.
그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캠핑을 마무리 하기 전,
아침으로 야영장에서 비빔면에 삶은 달걀 2개를 곁들이려 했다.
비빔면을 끓일 물을 받으러 자리를 비운 사이, 잠시 흙바닥에 놓아둔 삶아둔 달걀 두개가 사라졌다.
주위를 아무리 뒤져봐도 보이지 않았고, 까마귀 한 마리가 바로 내 앞쪽에 날아왔다.
그리고는 뭔가 먹을 게 또 없는지 눈치보고 있는 듯 했다.
아마도 범인은 그 녀석일 것이다.
'비빔면의 맛을 더해줄 내 피같은 삶은 달걀 2개를 훔쳐가다니....'
순간 달걀 2개를 훔쳐간 그 까마귀에게 화가 나면서 억울하고 허탈했다.
tv에서 치타가 사냥한 먹이감을 하이에나나 사자에게 빼앗기는 장면이 생각났다.
'달걀 2개 뺏긴 것도 이렇게 억울한데, 먹이를 통채로 뺏긴 동물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생각했다.
게다가 제주도 까마귀는 고양이만큼 크고, 부리 끝도 날카로워 감히 쫓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결국 달걀 2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비빔면만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습기로 젖은 캠핑 장비들은 오늘 숙소에서 말리기로 하고, 장비를 접지 않은 채 차에 실었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친구가 추천한 제주 동화마을이다.
아침 6~7시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는 여행의 리듬 속에서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다.
이번엔 발길 닿는 대로가 아니라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했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제주 동화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마음이 설렜다.
넓은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즐비했고, 정원 곳곳은 정성스레 가꿔져 있었다.
전체 분위기가 이름처럼 정말 동화 같았다.
각 카페마다 자신만의 감성이 묻어나 독특한 매력을 풍겼다.
난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밀린 여행일지 글을 써 내려갔다.
이제 여행을 갈 때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시간은 나만의 필수코스가 되어버렸다.
날씨는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했지만, 돌아다니기엔 딱 좋은 날씨였다.
동화마을에서 느낀 감정은 어린 시절의 순수함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점심을 해결할 곳은 찾지 못해 돈도 아낄 겸,
숙소에 체크인한 후 간단히 라면에 달걀 두 개를 넣어 끓여 먹었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정리하던 중 며칠 전 폭우로 젖은 옷들이 여전히 눅눅한 것이 신경 쓰였다.
빨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근처 빨래방을 검색했더니, 차로 20분 거리에 한 곳이 나왔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바로 스위스 마을이었다.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줄지어 선 스위스 마을은 마치 꿈 속 한 장면 같았다.
파스텔톤의 노랑, 하늘색, 연보라색 건물들, 감성적 소품들과 화사한 꽃바구니들
한적한 거리를 나 혼자 걷고 있으니 꿈 속 장면이 현실로 펼쳐진 듯 했다.
빨래가 돌아가는 40분 동안 스위스 마을 곳곳을 여유롭게 산책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사람이 없는 것이 신기했다. 다음에 제주에 오면 이곳도 꼭 다시 오고 싶다.
결국 폭우가 빨래방 검색으로, 빨래방이 스위스 마을이라는 뜻밖의 장소로 나를 이끌었다.
이 모든 흐름이 하나의 작은 운명처럼 느껴졌다
스위스 마을은 끝나가는 여행일정을 멋있게 장식해 주었다.
스위스 마을에서의 여운을 안고 숙소로 돌아와 빨래를 널고는 조용한 저녁 휴식을 즐겼다.
오늘도 까마귀 사건을 제외하면 여행의 모든 순간이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캠핑부터 시작해 즉흥적이면서도 특별했던 이 여정이 이제 거의 끝나간다.
대부분의 코스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기에 이번 여행은 성공적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내일 저녁 8시 비행기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제주 곳곳을 조금 더 둘러볼 계획이다.
마지막 하루, 이 여행의 여운을 조금 더 붙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