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마지막 날,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새벽부터 나는 글쓰기와 독서로 스스로를 리셋하기로 했다.
지난 한 주, 내가 애써 멀리했던 음주와 흡연, 야식과 기름진 음식들이 다시 삶에 스며들며 쌓아올린 자기관리가 와르르 무너졌다.
그래서 오늘은 흐트러진 나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
새벽 4시 반, 눈을 뜨자마자 부엌에 불을 켰다.
아침을 책임질 두부된장찌개, 그리고 카페에서 먹을 시금치 유부초밥을 동시에 준비했다.
두 가지 요리를 마치고 밥상 앞에 앉아 식사를 끝낸 뒤, 설거지와 빨래까지 매듭지었다.
지난주 일요일, 아침 요리부터 카페로 운전해 가서 글쓰기까지 몰아붙였다가
결국 오후에는 기운이 바닥나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졌던 경험이 있었다.
그 날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는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였다.
예상대로 새벽부터 두 가지 요리에 집안일까지 해내니 곧바로 노곤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 여기서 무리하면 안 돼!' 싶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포근한 침대에 몸을 뉘었다.
딱 15분. 그 짧은 휴식은 마법 같았다.
노곤했던 몸이 거짓말처럼 개운해지고, 잔잔한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을 든든히 챙기고 집도 정리했으니 이제는 맑은 정신으로 카페에 가면 된다.
어떤 카페로 갈까? 가는 내내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
자연과 도심이 어우러진 창가에서 노트북을 켜고 사색에 잠기는 모습...
이미 가봤던 곳 말고, 신선한 영감을 줄 새로운 공간을 찾고 싶었다.
특히 요즘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서울 도심의 감성'.
경기도 고양에 살면서도 나는 서울 도심의 그 특별한 분위기를 늘 동경했다.
하지만 최소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 때문에 큰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
챗GPT랑 블로그를 아무리 뒤져봐도, 딱 '여기다!' 싶은 곳은 없었다.
계속 찾아 헤매다간 이 황금 같은 새벽의 고요함을 놓칠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조용하고 선선한 아침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버스 정류장에 서서, 마침 오는 버스를 타고 내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신이 정해주는 곳으로 가보자고.
카페는 우선 스타벅스로 정했다.
그곳에서 따뜻하게 데워주는 블루베리 베이글이 간절히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생각 하나로 노트북과 유부초밥 도시락, 책 한권을 챙겨 힘차게 집을 나섰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자주 타는 노선 버스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타났다.
망설임 없이 버스에 올랐는데… 헉!
아침 9시도 채 안 된 시간인데, 버스 안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월요일 출근 버스 안의 두려움을 벌써 느끼게 된 것이다.
다들 주말 아침부터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는지.......
버스가 최종으로 향하는 광화문까지 쭉 갈까 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더 멀리 나가기보다는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려 부담 없는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하기로 했다.
도심 풍경은 없지만, 오히려 한적하고 조용히 글을 쓰기에 적합할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한 나의 시간을 더 아낄 수 있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예상대로 사람이 거의 없어서 너무 좋았다.
스타벅스에서 이런 고요함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
제일 마음에 드는 창가 자리를 넉넉하게 차지하고 앉아,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베이글을 주문했다.
따뜻한 블루베리 베이글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그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복잡한 버스 안에서 힘들게 온 나를 위로해주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건 도시의 풍경은 아니었지만,
바쁘게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자체가 만들어내는 작은 드라마들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흘러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참 매력적인 일이었다.
따끈한 베이글은 촉촉하고 부드럽게 입안에 스며들었고, 아메리카노는 글을 밀어내듯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의 글 한 편을 끝까지 써내려갔다.
든든한 두된장찌개와 잡곡밥으로 시작한 아침, 점심 도시락 준비 완료, 집안일 정리, 따뜻한 커피와 빵, 그리고 글 한 편 완성.
이 정도면 충분히 뿌듯하고 보람 있는 일요일 아침이다.
잠시 후, 다른 카페나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유부초밥 도시락을 꺼내 먹으며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내 몸이 허락한다면, 블로그 글 한편도 써 내려가고 싶다.
오늘 하루는 그렇게, 흩어진 나를 다시 한데 모으며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