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점심에 친구들과 만나 저녁까지 같이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평소 보고싶었던 영화가 떠올랐다.
상영시간을 확인해보니 마침 내 동선과 놀라울만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두 생각이 머릿속을 오갔다.
다음날은 긴 황금연휴 후, 오랜만의 첫 출근이라 그냥 집에 일찍 들어가 남은 여유를 즐길까,
아니면 영화관에 들러 직장 출근생각에서 벗어나 영화의 세계로 도피할까 고민을 반복했다.
하지만 결국 마음이 먼저 결정했다.
‘지금 같은 완벽한 타이밍은 자주 오는게 아니야. 지금 아니면 또 못 볼지도 몰라.’
집으로 향하던 지하철,
영화관이 있는 역 이름이 들려오자 나는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혼자 영화를 보는 건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은 유독 연인이나 친구들로 가득 찬 상영관이었다.
마침 점심 자리에서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혼자 밥 먹거나 혼자 영화 보는 거, 너희는 괜찮아?”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혼자 잘 지내. 혼밥도, 혼영도 편해.”
직장 점심시간에 직원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일도 많았고, 혼자 영화관을 찾은 적도 여러 번 있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예매창을 열자 잠시 머뭇했다.
‘그래, 혼자라서 영화표를 못 끊는 건 말이 안 되지.’
스스로를 다독이며 좌석을 선택했다.
상영관에 들어서자, 거의 모든 자리가 채워져 있었다.
내 자리는 앞줄 가장자리, 벽 쪽이었다.
그 자리를 선택한 건 어쩌면, 나도 모르게 타인의 시선을 피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객석이 가득했고, 나 혼자 있는 앞줄은 텅 비어 있었다.
광고가 상영되는 동안,
“혹시 뒤의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혼자 영화 보는 사람이라며 비웃지는 않을까?”
쓸데없는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몇 분 남짓한 광고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조차,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나를 가엾거나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진 않을까 하는 망상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나는 분명 혼자 있는 게 외롭지 않다고 믿어왔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거리를 걸어도 괜찮았다.
그래서 스스로를 자유로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커플과 친구들로 가득한 객석 한가운데 앉아 있으니,
내 마음 한쪽이 작게 흔들렸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나는 아직도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었다는 걸.
진정한 자유는 시선을 무시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었다.
그 시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유로움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그 단순한 진리를 온몸으로 체감하기에는 아직 조금 서투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