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tv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를 봤다.
tv를 틀었을 때 타이밍 좋게 영화 초반 부분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 네이버 평점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는데 사운드 오브 뮤직 평점이 9.65이나 되는 걸 보고 평점을 의심했다. 오래된 영화이기도 하고 며칠 전 평점 9점 넘은 영화를 봤는데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만 보다 tv 끄고 독서하려 했는데 결국 끝까지 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고전 유럽풍 분위기, 다음에는 아름다운 노래에, 그다음엔 멋있고 예쁜 배우들, 그다음엔 흥미진진한 스토리 순으로 매료되었다.
옛날 영화가 재밌어봤자 얼마나 재밌겠나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그 편견이 완전히 깨졌다.
요즘 영화들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스토리와 멋진 대사 그리고 교훈까지 있는 영화였다.
오래된 것보다는 최신 것이 무조건 좋고, 옛날 사람들은 전부 고지식하고 보수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요즘시대 생각과 사고와 비슷했다.(심지어 유머코드도 비슷했다.)
로맨틱한 장면은 요즘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로맨틱했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남자주인공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결혼할 수 있겠소?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라고 말하면서 여주인공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때다.
웅장하고 신비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 배경과 아름답고 밝은 노래(특히 도레미송)로만 알고 있던 영화였는데 스토리가 이렇게 탄탄하고 재미있을 줄 몰랐다.
난 개인적으로 남자주인공의 약혼녀가 제일 예쁘고 매력 있었다. 특히 빨간 옷이 너무 잘 어울렸다.
(옛날 옷 패션과 스타일도 요즘시대 옷에 비해 전혀 꿀리지 않아 보였다.)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사랑하는 걸 알았을 때 약혼녀의 표정연기는 섬세하고 리얼했다.
슬퍼하는 얼굴이었지만 그 속에 질투와 실망감이 보였다.
약혼녀의 매력에 빠져버린 난 여주인공보다 약혼녀를 응원하게 되었다.
남주인공이 약혼녀에게 사랑하지 않으니 그만하자고 얘기했을 때
약혼녀는 원망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이때까지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땐 내가 그 영화장면 속에 들어가서 그 약혼녀를 품어주고 싶었다.
옛날 영화에서 저렇게 성숙한 사람의 태도가 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내가 정말 옛날 사람들은 고지식할 거란 편견이 강했나 보다.)
남자주인공은 애국심이 대단했고 신념 또한 강했다.
나치가 조국인 오스트리아를 합병했을 때도 자기 집에 나치국기를 절대 걸지 않으려 하고, 나치의 부름을 받았을 때 결코 응하지 않고 가족들과 위험의 길을 택했다.
어쩔 수 없이 나치에 순응하며 지내는 동료의 설득에도 결코 넘어가지 않았다.
저 상황에서 나라면 가족들과 나의 안위를 위해 나치에게 굴복했을 것 같았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 가족들이 나치를 피해 다니는 장면은 나를 한번 더 놀라게 했다.
1969년 영화가 스릴 있는 장면을 이렇게 완벽하게 연출할 줄 정말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들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 뭔가 많이 겸손해졌다.
영화 등장인물들이 현재 어떻게 변했는지 검색해 보니 남주인공과 약혼녀는 약 90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선남, 선녀처럼 이쁘고 귀엽던 영화 속 출연자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저렇게 이쁘고 멋있는 사람들도 주름 많고, 머리숱이 없어지고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되어 있는데
나도 서서히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젊으니 후회하지 않게 이 젊음을 최대한 소중하고 알차게 써야겠다.
지금 난 사운드 오브 뮤직이 평점 9.65라는 것에 완전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