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불가능했을 일, 함께라서 가능했던 이사 이야기

by 차밍

7년동안 정들었던 집을 떠나 직장과 가까운 곳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포장이사를 이용해 돈은 꽤 들었지만, 대부분의 짐을 거의 반나절만에 옮길 수 있었다.

덕분에 짐들 대부분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 놓여있었지만, 세세하게 손 봐야 할 뒷정리들은 아직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짐 대부분은 이사업체를 통해 옮겼지만, 직접 옮겨야 될 짐들이 몇 개 있었다

바로 에어컨과 실외기, 그리고 식기세척기였다.

이 난관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사갈 집에는 에어컨이 이미 설치되어 있어, 내 집에 있던 기존 에어컨은 고향인 포항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에어컨 본체는 길이가 길었고, 실외기는 부피가 상당했다.

다행히 이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트레일러가 있었다.


그런데 이사업체 직원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식기세척기가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싱크대에서 분리한 후 직접 차에 실어 이사할 집에 가져가야 했다.


에어컨과 실외기는 트레일러에, 식기세척기는 승용차 뒷공간에 실릴지 확신이 없었다.

더 정확하게는 두개 다 각각 아슬아슬한 차이로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에 더 가까웠다.

그래도 일단 두개 다 가져가서 트레일러와 차에 한번 넣어보자라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


우선 에어컨부터 시도했다.

트레일러 공간을 최대한 길게 확보하기 위해 대각선으로 넣어보았지만,

너무나 아쉽게도 조금의 에어컨 받침대 모서리 쪽이 걸려 들어가지 않았다.

여러 각도로 시도해 봤지만, 에어컨 길이가 트레일러 길이를 간발의 차이로 넘어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억지로 밀어 넣으면 될 것 같기도 했지만, 이대로는 확실히 무리였다.


그때 친구가 에어컨을 분리할 수 없는지 한번 의견을 던져보았다.

척 보기에도 일체형이라 분리될 리 만무해 보였다.

이러다 결국 에어컨을 조금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둔 채 밧줄로 고정해서 고정해서 포항까지 가져가야 하는방법밖엔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에어컨 받침대 바닥을 고정하는 나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의 '분리'라는 말은 별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흘려보낸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그 나사만 풀면 납작한 받침대가 분리 가능해보였다.

받침대만 없으면 에어컨이 트레일러에 쏙 들어다는 건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이미 모든 짐을 이사할 집으로 옮겨둔 상태라 우리에겐 드라이버가 없었다는 것!


트레일러와 흐트러진 짐들을 주차된 차들 앞에 우리 연락처도 남겨놓지 않고 내버려 둔 채,

드라이버를 사러 마트로 향했다.

주차된 차들이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늦은 저녁시간에 다시 나갈 확률은 적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에 기대를 걸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마트 가는 도중에 트레일러가 막고 있는 자리에 주차된 차가 나가야 되는 상황이 오게 되면 나중에 도착했을 때 엄청 욕을 엄청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곧 마트 문닫을 시간이 임박해 마음이 조급해졌다.

마트 문닫기 전에 겨우 도착했지만 드라이버는 마트 품목에 없었다. 다른 마트에 가봐도 마찬가지였다.

절실하게 드라이버가 필요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구할 방법을 찾아야만 되었다.

마침 다른 친구 한명이 길 건너 멀리 있는 다이소를 발견했다.


우린 다이소가 문 닫기 전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갔고, 마침내 단돈 1000원에 드라이버를 구매했다.

정말 너무나 감사한 다이소였다!


다행히 우리가 트레일러에 돌아올때까지 나가려는 차들은 없었따.

다이소에서 사 온 드라이버로 에어컨 바닥 나사를 풀고 받침대를 분리하자...

에어컨이 트레일러에 쏙 들어갔다!

우리는 환호했다.


절대 들어가지 않을 것 같던 에어컨이 마침내 트레일러 바닥에 몸을 붙였다..


이어서 무거운 실외기를 들어 에어컨 옆 빈 공간에다 실었다.

실외기와 에어컨을 넣기 위해 빼놓았던 짐들도 차곡차곡 빈 곳에 채워 넣었따.

결국, 모든 짐들이 트레일러 안에 다 들어갔다.


안 될 것 같던 일이 여러 방법으로 시도한 결과,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 성공한 순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식기세척기였다.

다음날 설치기사가 오기로 되어 있었기에, 이 식기세척기는 오늘 꼭 차에 싣고 가야했다.


에어컨이 트레일러에 실릴까 했던 의문처럼, 식기세척기도 차 뒷자석에 실릴지 의문이었다.

우리 셋은 차 문을 열고 식기세척기 를 넣어보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시도를 한번 하고 나니 식기세척기가 전혀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식기세척기 각도를 열긴 공간에 맞춰 틀어 넣으니, 거의 1mm 오차도 없이, 연필 한 자루도 끼울 수 없을 만큼 딱 맞게 들어갔따.

결국 식기세척기도 차에 싣는 데 성공했다!


모두 안될 것 같았던 일들. 하지만 일단 부딪히고 시도하다 보니, 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었던 더 나은 방법들을 찾게 되었고, 결국에는 성공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는 앞으로 인생에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소중한 교훈이었다.


친구들이 퇴근 후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저녁을 먹고,

몇 시간동안 여러 번의 시도끝에 겨우 에어컨과 실외기, 식기세척기를 트레일러와 차에 각각 실었다.

드라이버를 사러 다이소까지 걸어 다녀오는 작은 모험도 함께 했다.

짐을 다 옮기고 나서는 이사한 집으로 가서 늦은 밤, 빙수를 배달시켜 먹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퇴근 후에 이렇게나 많은 것을 해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전에는 퇴근 하면 집에 도착해 씻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잠들 시간이 되어버려,

"퇴근 후에는 딱히 어떤 것도 하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을 통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는 퇴근 후 시간에도 뭐라도 하나는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직까지는 이전에 살던 집이 내 집 같고, 지금은 다른 사람 집에 얹혀서 자는 듯한 기분이다.

포장이사업체에서 기본적인건 짐은 다 옮겨주고 자리도 잡아주었지만,

세세하게 더 정리해야 될 부분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직접 이삿짐을 옮기면서

'일단 시도해보면 시도하지 않았을 때 볼 수없었던 더 나은 방법들을 발견해서 결국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퇴근 후 이삿짐을 옮기고 저녁, 야식까지 먹으며

퇴근 후 시간도 많은 것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하니, 마치 새로운 직장에서 새 출발하는 기분이다.

이제 글을 마치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퇴근 후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아직 산더미처럼 쌓인 뒷정리 부담을 덜러 새 보금자리로 가야겠다.


무엇보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일들을 친구들과 함께 해결하며,

함께하는 것이 혼자 애쓰며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방법과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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