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 겸용 전자렌지를 '당근'에 중고로 내놓았다.
중고 시세의 절반 가격이라 그런지 문의가 많이 왔다.
그 중 유독 까다롭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다.
'제조 년월일은 어떻게 되나요?', '상태는 좋은가요?' 등등
거저 사는 수준의 가격인데도 질문이 끝이 없으니,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잠들기 위해 누운 순간에도 연락이 왔다.
"손잡이 얼룩은 지워지나요?'
그 질문을 보는 순간,
이렇게 까다로운 사람에게 굳이 팔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말했다.
'중고시세 대비 아주 싼 가격에 내놓은걸로 알고 있어요.
'손잡이에 얼룩이 지워지는 지는 내일 확인해보고 말씀드릴게요'
그 이후엔 또 질문이 왔다.
`내부는 깨끗한가요?'
내부 상태를 궁금해 하는 건 이해가 되었기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전자렌지 내부를 확인하러 갔다.
전자렌지를 가끔만 사용하고 방치하고 있던 탓에 내부는 생각보다 지저분했고 얼룩도 있었다.
물티슈로 내부를 깨끗이 닦고 사진을 찍어 보내줬따.
그분은 또 질문을 했다
'전자렌지와 오븐 기능 모두 잘 작동하는 거 맞죠?'
나는 답했다.
'빵도 구워먹고, 밥도 데워 먹었어요.'
그제야 그분은 구매를 결정했고, 다음날 남편을 보내 가지러 가겠다고 말했다.
마침 집에 전자렌지 세제용 스펀지가 한장 있어서 내부를 더 청소하기로 했다.
세제로 적신 스펀지를 전자렌지에 넣어서 작동하려고 코드를 끼웠는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사하면서 코드선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배선이 손상된 것 같았다.
드디어 거래가 성사되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자 허탈했다.
나는 그분께 '전자렌지가 작동이 안되서 판매가 힘들겠다'면서 죄송하다고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구매자 입장에서 다시한번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가격이 싸도, 구매자에게는 ‘돈을 내고 사는 물건’이다.
만약 작동이 되지 않거나 상태가 나쁘면, 아무리 적은 돈일지라도 생돈을 버리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이번 당근 거래를 통해서 배웠다.
물건이란 가격과 상관없이 상태가 좋아야 한다.
상태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싸도 사고 싶지 않고,
상태가 좋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사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물건을 판매할 때 상태가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까다롭게 질문하던 그분에게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던 나,
아직 한참 부족했다.
사람은 평생 깨달으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