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새해는 포항에서 가족과 함께 맞이했다.
현재 가족이 살고 있는 포항 집에 머무는 동안,
나는 거의 20년 만에, 바닷가에 위치한 내가 자랐던 옛 고향 동네를 다시 찾아가 보았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은 바닷가와 학교가 가까운 5층짜리 빌라였다. 동네는 동해와 맞닿아 있는, 작지만 낭만이 가득한 마을이었다.
아빠와 함께 찾은 옛 고향은 놀랍게도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예전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채, 마치 오래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반겨주었다.
다만 학교만은 달라져 있었다. 건물은 알록달록해졌고, 부속 건물이 많이 늘어나 예전보다 훨씬 빽빽해 보였다.
학교에서 생활하던 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고풍스러운 운치 속에서 청춘, 사랑, 로망이 스며있는 아련한 몽환적 현실 세계 같았다.
이제 그 학교에서 그런 풍경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학교를 제외한 주변은 대부분 그대로였다. 내가 살던 집과 그 주변, 빌라 앞 작은 공원까지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 서 있으니 마치 시간만 거꾸로 흐른 듯,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어린 시절, 가족과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과 함께하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바닷가 근처의 크지 않은 동네에 모두 모여 살다 보니,
집을 나서 조금만 걸어도 학교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을 쉽게 마주쳤다. 서로 멀리 있지 않았고, 모두가 가까이 있는 듯한 동네였다.
바닷가, 학원가, 동생과 함께 돌아다니던 골목들까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풍경들을 마주하니 잊고 있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고, 마음 한켠이 서서히 젖어 들었다.
빌라 골목 입구에 있던 작은 상가에는 문구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비어있었다 그런 곳들이 몇 군데 더 있었지만, 대신 동네의 낮은 건물들과 골목 풍경은 대부분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빌라 골목 입구 옆 길가에 있던, 중학교 친구의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세탁소를 보니 25년전 그대로였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조수석에서 세탁소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때 그 모습 그대로 그 어머니가 계신 듯 보였다.
그 순간이 참 신기하고 반가웠다.
세탁소와 그 어머니를 보는 순간, 중학교를 졸업한 뒤 잊고 지냈던 그 친구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어머니를 닮아 까맣고 귀엽고 통통했던 그 친구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금의 나로 그 시절을 보냈다면, 그 친구와 친하게 더 재밌게 지냈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나는 인생 40년 중 16년을 이 동네에서 살았고, 이후 24년은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지냈다. 처음 살았던 곳이자, 가장 오래 머물렀던 동네. 그래서인지 이곳은 내게 첫사랑 같은 존재다.
그 동네를 다시 찾자 잊고 있던 추억들이 너무도 쉽게 떠올랐다.
특히 동생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며 보냈던 시간들이 유난히 아련했고 그리웠다
매일 살 때는 몰랐던 소중함을,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굳이 타임머신이 없어도, 예전 그대로 남아 있는 추억의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을 거의 그대로 느낄 수있었다.
비록 만지고 느끼고 실제로 볼순없지만...
다음번에는 이 추억의 동네를, 나와 같은 기억을 품고 있는 동생과 함께 다시 찾고 싶다.
그때는 오늘보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오래 머물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