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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원을 채우려고 5000원을 결제했다.

해야 될 목표를 기준보다 조금 낮게 설정해 보자.

by 차밍

늦은 오후, 배가 너무 고파 빵의 부드러운 식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날씨가 추워 나가기 귀찮아 배달 어플을 열어서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치즈케이크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담았는데 배달 최소금액에서 딱 1,000원이 모자랐다.

문제는 추가할 수 있는 메뉴가 3,500원부터라는 것.


배달 최소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만 배달이 가능했다.

치즈케이크와 초콜릿아이스크림을 대신 다른 걸 선택하는 것도 대안이지만 그 두 가지는 포기할 수 없었다.


배달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1,000원보다 2,500원이나 더 많은 돈을 추가 결제하고 싶진 않았다.

그뿐 아니라 혼자서 치즈케이크와 초콜릿아이스크림 외에 하나 더 먹기에는 양이 많았다.

(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남은 음식은 보관했다 나중에 먹어도 되지만,

그런 식으로 굳이 안 써도 될 비용을 지불하고 싶진 않다.


결국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배달주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옷을 입고 가까운 동네 빵집으로 갔다.


빵집에서 치즈케이크와 달걀빵을 골라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려는데,

점원이 내게 말을 건넸다.

"5,000원짜리 쿠폰을 주는 행사가 있는데 200원이 부족한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200원만 더 결제하면 5,000원 쿠폰이 나온다 하니 고민할 것도 없이 뒤돌아서 빵을 더 고르기 시작했다.


제일 싼 걸로 찾아보는데...최소가 2,500원이다.

그런데 그 빵마저 전혀 마음에 끌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골랐던 메뉴를 바꿀 순 없었다.

치즈케이크와 계란빵 둘 다 너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난 빵 진열대를 여러 바퀴 돌았다.

그런 나를 보고 점원이 말을 건넸다

"계란빵을 소보르빵으로 바꾸시면 쿠폰 발급조건이 되시는데 계란빵은 포기 못하시나 보네요"


난 '차라리 그냥 200원 더 결재하고 쿠폰 주시면 안 되냐'고 점원에게 말하고 싶었다.

결국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침에 토스트나 해 먹자' 마음먹고,

결국 추가로 5,000원짜리 우유식빵을 골랐다.


결국 배달로 주문하는 것보다는 돈이 적게 들었지만

쿠폰 받은 것을 제외하면 결국 큰 차이는 없었다.


조건에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것까지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답답했다.

돈을 추가로 써서 결국 쿠폰은 받았지만, 괜히 과소비한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쿠폰을 포기하거나, 차라리 쿠폰은 생각도 못할 정도로 훨씬 적게 사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200원 때문에 쿠폰을 포기할 수 없었고, 내가 구매하기로 정한 음식들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음식들을 포기하느니 그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걸 선택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이걸 하루 할 일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시작도 못 한다.
반대로 너무 낮게 잡으면 의욕이 안 난다.

적정하다고 판단한 기준도 막상 실행해보면

조금 부족하거나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기준을 완벽히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목표치보다 살짝 낮게 설정해보는 건 어떨까?

조금 부족한 목표는 시작을 쉽게 한다.

막상 시작하면 목표를 채우고 싶은 마음에,
결국 그 이상을 하게 된다.
마치 쿠폰 조건 맞추려고 빵 하나 더 고르는 것처럼.


내 하루 할 일은 블로그, 독서, 브런치 글쓰기다.
특히 블로그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포스팅을 더 간단하게, 더 쉽게 할 방법을 먼저 찾기로 했다.

그리고 목표치도 살짝 낮춰 잡아본다.

‘적게 시작해 많이 끝내기.’
이게 지금 내 하루 계획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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