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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쓰장 May 02. 2022

‘3태 삼총사’가 무서워요.

수업 시간의 무법자들

 수업 시간의 무법자들…. 

  태A, 태B, 태C! 학생들 이름 첫 글자를 붙인 '3태 삼총사’가 두렵다.

  오늘도 태A 학생은 태연하게 ‘친구의 목’을 연필로 찔렀다.

   

  4월 중순, 6학년 교실 3번째 보건 수업 시간이었다.

  공부할 마음이 없는 것인지 끝줄 책상에 비스듬하게 엎드려서 주먹을 쿵쿵 내리치는 태B 학생이 보이고, 중간 위치 자리의 태A 학생은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이 여전히 혼자서 흥얼흥얼 딴짓 중이다.


  "이제 그만하고 보건 교과서 가져와서 펼쳐주세요."

     

  마지못해 움직이는 태A 학생이 교실 뒤편의 사물함으로 가더니 실내화를 신은 한쪽 발로 사물함을 열고 교과서를 꺼낸 후 다시 발로 문을 힘차게 닫는다. 어쩐 일인지 태B 학생 교과서도 꺼내 준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려니 한마디 하고 싶은 걸 눌러 참았다. 상체를 뒤로 제 끼고 삐딱하게 앉으며 연필이 없다고 투덜거린다. 지금 2교시인데 1교시에도 연필이 없었던 모양이다. 바로 뒤에 앉은 여학생이 연필을 빌려주겠다고 한다. 연필을 받아 들고 뒤쪽 사물함 위에 있는 연필 깎기를 돌돌 돌리더니 더 뾰족하게 만들어서 슬그머니 걸어온다. 갑자기 말릴 틈도 없이 여학생의 목에 대고 연필로 길게 꾹 찌른 후 너무나 태연스럽게 자리에 앉는다.

     

  “연필까지 빌려준 친구에게 방금 무슨 행동을 한 거니?

   친구가 너의 목을 찔렀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 것 같은지 말해보렴.”

     

  상처는 다행히 치료가 필요치 않아 보였지만 학생들도 놀라 쳐다보고 있고 그때까지도 저항을 못 하고 앉아있던 여학생을 바라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뒤로 더 삐딱한 태도로 수업을 방해한다. 계속 관심을 둘수록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겠기에 일단 내버려 두고 관심을 끄기로 했다.


  뒷줄에 앉은 태B 학생은 책상과 의자를 교실 바닥에 한쪽만 고정한 채 무릎을 이용해 공중으로 계속 던져 올리며 불안한 행동으로 주의를 끌고 있다. 도대체 뭐가 불만인지 사춘기 반항인가? 수학 시험을 잘 못 봐서 스트레스를 받았단다.



  3태 학생들은 5학년 때부터 이런 식으로 수업 방해를 하면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6학년이 되어 학생들이 달라졌다고 좀 칭찬하는 분위기였는데 두 달이 못가 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하고 있다. 학급 편성할 때 서로 떼어 놓으려고 조정했지만 이런 학생들이 워낙 많고 3개 학급뿐이라서 각 반에 두세 명은 붙여 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날마다 마주하는 담임교사는 얼마나 괴로울지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수업이 끝나고 담임교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6학년 교사는 이럴 땐 이렇게 지도한다고 의견을 나누어 주신다.

     

  “학생들아, 참지 말고 저항하라. 본인과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허용해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착하다고 가만있으면 그런 행동이 계속된단다.”


  교사의 교육 철학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학교 현장에서 이런 비슷한 사건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느 방법이 옳은지 학부모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의 자녀가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다면 학부모님께서는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라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학부모 입장과 생각이 서로 다를 것이다. 해결 방법도 여러 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은 물론 학급 모든 학생이 피해를 본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진다는 말을 생각해보면 교사와 학부모까지도 피해를 본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담임교사가 중립을 지키며 학생들이 서로 상처받지 않도록 옳고 그름에 따라 지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요즘 시대에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한 단면을 이야기했을 뿐이지만 교육 현장엔 이처럼 안타까운 일들이 너무 많다.


   3태 학생들도 분명 위기를 맞고 있어서 도와주어야 하겠지만 솔직히 교사들 능력으로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고 호소한다. 

  '교육은 학교 교사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내 자식인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1년에 몇 번 공개수업에 참여한다고 내 자식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는 드물 것이다. 평소의 학생들 모습이 담긴 수업 관찰 영상 녹화본이라도 보내주고 싶은 심정이 들 때가 많다. 이러한 수고를 하지 않아도 코로나로 인한 온 텍트(온라인+컨텍트) 시대를 맞고 있으니 가정에서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내 자식의 태도를 살펴본다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학교에서의 수업 태도가 그대로 또는 비슷하게 드러날 것이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부모의 관심이 정말 필요한 시기이다. ‘문제 학생 뒤에는 꼭 문제 있는 부모가 있다’라고 흔히들 말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이상행동 자녀들을 가정에서 제대로 관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노력하고 계실 부모님의 안쓰러운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학생의 학교생활 모든 것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담임교사다. 가정에서의 생활 습관과 학습 태도를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학부모다. 학교와 가정에서 조화로운 교육이 이루어질 때만이 학생에게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는 것이리라.

    

 '가정에서는 잘하는데, 또는 학교에서는 잘하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교사와 학부모가 각자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이유로 담임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협조하고 의견을 나누어야 온전한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보건교육 시간에 느낀 주제넘은 짧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가정에서도 내 아이의 상태는 어떤지 점검하고, 학생들에게 변화가 올 수 있도록  한 번쯤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또 한 명의 문제행동 학생 ‘태D’!  3태 학생에다 더하면 ‘4태 사총사’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5학년까지 3태 학생에 뒤지지 않았지만 6학년 진급하고 많이 달라졌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고 나서야 학부모가 치료와 관심을 쏟으셨고 담임교사와의 상담과 적극적인 개입으로 모범생에 가까운 행동을 보인다. 학부모의 눈물겨운 사랑과 더불어 그동안 뒤떨어진 기초학력 보충과 학습 태도를 수정하기 위해 담임교사의 노력이 일조한 결과이기도 하다. 더불어 태D 학생을 알고 있는 많은 교사가 조그만 행동에도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니 더욱 예절 바른 학생으로 변모하고 있다.


   다른 건강 문제로 보건실에 종종 방문할 때도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잘하고 있지? 담임선생님이 온통 태D 칭찬뿐이야. 보건 선생님도 응원할게.”

  이 한마디에 입꼬리가 올라가며 말도 예쁘게 하고 더욱 예절 바르게 90도 폴더인사를 하고 나간다.

  이렇듯 문제행동 학생을 위한 의사소통의 단절은 없는지, 어느 부분을 강화해야 할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교사들은 관찰한 내용을 ‘학부모에게 전달하여 이해를 돕고 자녀를 위한 진정성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두 번째는 학부모가 자녀를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하면 적극적인 치료과정을 병행해서 도움을 받도록 하는 일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마지막으로는 학부모와 가족, 교사 등 모든 사람이 협력하여 학생을 잘 교육하고 치료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3태 삼총사의 아픈 모습을 보았다. 마음을 다쳐서 원하지 않는 행동으로 반응하는 중일까? 교사들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쏟지만, 더 많은 관심을 요구하는 학생들을 대할 때마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며 힘들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무관심이 제일 무섭다. 상처 난 부분을 메꾸어 가도록 누군가 관심의 눈으로 바라봐 주어야 한다. 학부모, 교사, 친구 모두의 관심으로 삼총사에게도 아낌없는 지원과 함께 그에 따른 행동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한 달 후 뒷이야기.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나 걱정했던 일이 또 벌어졌다. 오후 5교시가 끝나고 상담교사가 다녀갔다. 6학년 교실에서 한바탕 일이 벌어진 후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의견을 물어왔다. A’ 학생의 갑작스러운 자해 행동에 교감, 담임교사, 상담교사가 개입하여 간신히 학생을 진정시키고 상처 난 팔을 치료해야 할 것 같은데 학생이 교실에 남아있겠다고 하는 설명이다. 잠시 뒤 담임교사와 함께 보건실에 내려온 학생의 상태를 살펴보니 한쪽 팔뚝을 본인이 물어뜯어서 벌겋게 붓고 상처가 나 있었다. 담임교사에게 보호자를 긴급 호출토록 하게 하고 상처를 치료하면서 학생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억눌렸던 감정을 자해 행동으로 처음 표출한 것이다.

   

  마음이 매우 힘들겠구나. 집에 가서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집에 가서 또 공부해야 해요. 국어, 수학, 영어, 한자, 사회, 과학 학습지를 풀지 않으면 엄마한테 혼나요. 지금 머리도 아픈데.”

  그럼, 학교 선생님들이 엄마한테 이야기해서 집에서 공부하는 양을 줄여달라고 하면 어떨까? 네가 바라는 점을 말해주면 좋겠다.”

  "엄마가 안 된대요. 줄여달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지금 하는 것도 적다고 더 해야 한 대요. 그러면 혼나요."

  자포자기한 듯 눈물을 보인다. 나도 함께 울고 싶었다. 

    

  보호자를 긴급 호출하게 한 후 교감, 담임, 상담, 보건교사가 함께 협의했다. 보호자가 이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해결하기 위해서 학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 학생이 더 큰 위기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계가 있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분명하게 언급하는 한편, 이러한 상황 발생 시 무조건 보호자를 호출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학생의 안전과 치료를 위해 부모의 도움과 결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학생과 함께 부모의 상담이 필요함을 상담교사를 통해 잘 설득하도록 진행했다. 그 후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

      

 B와 태C’ 학생도 약물과 놀이 치료를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상담교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https://mblogthumb-phinf.pstatic.net/20160402_295/69snowman_1459588225654SlnXO_PNG/8.png?type=w800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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