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주한 최선화

잘 지내고 싶어요 선배..

by 다소니Rino



-이도진-

도진은 집에서 키우는 시츄, 사랑이 접종을 위해 병원을 데려가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섰다.

오늘은 마감조라 2시까지 마트에 출근하면 되기 때문에 오늘같이 오전에 어머니께서 혹 볼일이 생길 때면 늘 같이 다니곤 했다.

13년째 같이 동고동락을 하는 막내딸이자 막내여동생 사랑이는 애교쟁이였고 사랑이 덕분에 묵묵하고 과묵한 도진도 웃을 일이 꽤 많았다.
병원을 향하던 차 안에서 어머니는 따듯한 모과차를 따르며 도진에게 건네셨다.

“모과차네. 향 좋다. “
“가을에 영천시골 이모댁에서 보내주셨잖니~ 미루고 미루다 청을 담가봤는데, 이번에 잘 된 거 같지? ^^”
“응. 맛있네. 그렇게 달지도 않고. 작년엔 너무 달고 씁쓸해서 아버지가 한소리 하셨잖아. “
“그러게~ ㅎㅎ 이번엔 아버지도 맛있다고 심심할 때마다 찾으셔 ㅎ “
“우리만 챙기지 말고 엄니 몸도 좀 챙기셔. 맛있는 거 좋은 거 엄니도 좀 챙겨서 드시라고.”
“그래~ 알았어. 나는 내가 챙기는 것보다 이쁜 며느리가 챙겨주면 없던 힘도 생길 것 같은데..ㅎ “
“제수씨한테 부탁 좀 해야겠네.”
“아서라.. 내가 걜 안 챙기면 다행이게….. 어휴………”
“ㅋㅋㅋㅋ 제수씨가 좀 그렇지? “
“둘째는 너무 아기 같지… 나는 큰며느리!! 듬직하고 이쁜 큰며느리를 바라는 거라고~”
“또또또 시작이다. 그만하셔"
“아니 글쎄, 도진아. 이번에 아버지 경찰청 간부모임에 가셨다가 김경장님 막내딸이 아직도 시집을 안갔대잖니? 너 알지? 코옆에 점 크게 있던 김경장아저씨? 그분이 널 좀 맘에 들어했니~ 아 왜~ 제 작년에 그 집 큰 딸 시집갈 때 우리 다 같이 식장에 가서 막내딸 얼굴도 보고 인사도 했잖아~~ 막내딸도 참 예뼜는데 그렇지? 아버지가 이왕 이렇게 말 나온 김에 선을… 보면 어떠냐고 물으시는데.. 도진아 어떠니? “
“싫어요.”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그래서 아버지가 너랑 딜을 하신단다 얘~”
“딜? 무슨? 뭘 걸고? “
“광주빌라"
“그걸 왜? 설마 선 안 보면 그 집 나 안 준다고? “
“응~ 도현이 봐라. 가라고 떠밀지 않아도 지가 알아서 장가가서 그 빌라 하나 턱! 받아 신혼살림하니 얼마나 좋냐. 너 이번에 아버지 말씀대로 선 안 보지? 너 주려던 그 빌라 팔아서 아버지 골프여행이나 다니실 거란다.”
“그러라 하셔.”
“얘!!!!!!!!”
“나는 그냥 지금처럼 분당집에서 엄니랑 아버지랑 죽을 때까지 같이 살지 뭐. ㅋㅋ"
“어우 얘!!!!!!!!!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도 말어!! “
“우리 엄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내 옆에서 사셔야 해! 나 80살 될 때까지 밥 해주려면 ㅋㅋㅋ"
“어우 이 미친!!! 어유 복장 터져 죽지 내가… “
“ㅋㅋ그러니 결혼얘기 그만들 좀 하셔. 지겹지도 않으셔들? “
“톡 까놓고 안 가려는 이유가 뭐야. 네 동생 보면 부럽지도 않니?? “
“아니. 전혀. “
“이유가 뭐냐고 글쎄!!!”
“이유가 뭐 있어. 결혼은 나 혼자 해? 그리고 나하나 책임지기도 버거운데 내가 누굴 책임져. 엄니. 나는 이렇게 혼자 편하게 자유롭게 사는 게 좋아. 그러니까 내 결혼은 포기하셔.”
“어휴……….”


도진은 심심하면 듣는 자신의 결혼 얘기를 요리조리 잘도 피해 가다 결국엔 가족들에게 선포하고 말았다.

자신은 절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오죽하면 명절에도 자진으로 일을 하겠다고 근무조까지 바꿔가며 친척들을 피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극대노를 하시며 40살 넘은 큰 아들에게 매질까지 하려 했다.

당신이 경찰직에 있을 때 뿌려놓은 돈이 얼마냐 하시며 절대 안 된다고 극구반대를 지금까지 하고 계신다.

도진은 그럼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살기로 작정했다.
도진은 사랑이 접종을 마친 후 어머니를 집에까지 모셔다 드리고 나서야 출근을 했다. 출근길이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았다.

오늘은 공식적인 선화의 발령이 있는 날이고 첫 출근이기 때문이다. 도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 후.. 피곤하게 생겼군. ‘


도진은 마트건물 4층에다 주차를 하고 의래 그랬던 것처럼 곧장 흡연장으로 향했다.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려는 찰나 도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화가 흡연장 앞 중앙벤치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4층은 작게 야외 공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크고 작은 벤치들이 구석구석 놓여 있었다. 오른쪽 끝 편에 흡연장이 있었고 그곳을 향하려면 중앙벤치를 지나야 하는데 선화가 딱, 그곳 중앙벤치에 앉아서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눈치 없는 준희는 도진을 불러 세웠다.

“선배! “
“…….. 어"
“선배 커피 한잔 하시죠? ^^”
“마셨어. 매장에서 보자"


도진은 대충 인사를 하고서 흡연장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마침내 선화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도진선배.. 오랜만이에요. “

도진은 어색한 미소를 띠며 웃는 선화를 바라보며 그도 인사를 건네었다.

“어. 그래. 오랜만이다. “


선화가 천천히 도진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도진은 꺼내 물었던 담배를 다시 집어넣고 다가오는 선화를 바라봤다.


“잘.. 지냈어요? “
“어. 보다시피. “
“많이 야위었어요.. “


선화가 손을 들어 도진의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대려는 순간 도진은 선화의 손목을 낚아채 잡았다.
그리고는 그 손목을 힘주어 놔 버렸다.


“그래 보이나? 선화대리? 인사는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매장으로 내려가지? “
“선배… 나는… 선배랑 다시 예전처럼 잘 지내고 싶어요… 예전일 다 잊고 우리 잘… 지내보면 안 될까요?”
“출근하자마자 웃겨줘서 고마운데, 여기 까지만 해. 더는 안 웃겨. “
“선배… 나는…”


도진은 집어넣었던 담배를 다시 꺼내 물고 선화에게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담배를 건네었다.


“어떻게, 너도 한대 필래? “


도진은 얼어붙은 선화를 흘기며 흡연장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담배에 불을 붙여 한숨인지 담배연기인지 알 수 없는 깊고 긴 숨을 내쉬었다.

도진은 생각보다 더 찝찝했고 불쾌했다. 언젠가 한 번은 마주하리라 생각해 머릿속으로 여러 번 상상했지만 막상 눈앞에서 그녀를 마주하니 알 수 없는 불쾌함이 도진을 애워감쌌다.


‘젠장. 생각보다 짜증 나네. ‘


선화는 5년 전보다 더 예뻐졌다. 그리고 더 깊이감이 있었다. 갈색 긴 웨이브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릴 때마다 익숙한 향이 도진의 코끝을 스치며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도 했다. 도진은 애써 지우려 머리를 몇 번 흔들고서는 마지막 담배 한 모금에 다 잊고 싶기라도 한 듯이 모든 숨을 모아 내쉬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매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사무실로가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선화를 마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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