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보다 어렵다규!!
듣기엔 정말 쉽고 편한 곡.
누구나 연주가 가능할 것 같은 곡.
연주자 입장에선 너무나 유명한 곡이라 더욱더 조심스러운 곡.
모차르트의 곡이 전반적으로 쉽게 들리지만 막상 훌륭한 연주를 하긴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모차르트 음악이 다르게 들린다.
어릴 땐 손가락이 돌아가면 그게 전부인 줄 안다.
그런데
모름지기 연주란
연주자의 삶과 철학이다.
이걸 아는 순간부터는
한 음 한 음 누르는 게 조심스럽다.
뭘 모를 때는 용감했다.
가끔은 그런 무모했던 시간들이,
도전이 만만했던 시간들이 그립지만
지금의 나이에는 성찰이 더 어울린다.
이 곡은 불과 10분 정도 되는 곡이지만, 여기엔 모차르트가 말한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있다.
주제를 비롯해서 12개의 변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든 변주가 장조지만
8번 변주는 유일하게 단조다.
장조나 단조는 설명이 필요 없이 들으면 금방 느껴지는 분위기다.
장조라고 모두 밝고, 단조라고 모두 어둡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전반적으로 느낌의 흐름은 그렇다.
모차르트가 어머니와 함께 파리에 머물던 그 시절 1778년 4월부터 가을의 시작인 10월까지에 곡의 처음이 완성됐다. 변주 3번까지는 이때 작곡했고, 나머지는 1782년 정도에 마무리했다. 이 곡의 주제는 프랑스의 구전 샹송이다. 역사학자 앙리 이레네 마루(Henri-Irenee Marrou, 1904~1977)에 의하면 1740년부터 프랑스에서 구전된 멜로디인데, 1761년에 문서로 기록됐고 1774년에 가사가 붙었다.
가사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 딴판인
어린 소녀의 수줍은 사랑 고백이다.
'엄마한테만 말하는 건데요... 저 사실 사랑에 빠졌어요!'
이 정도쯤의 내용이다.
아직 엄마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걸 보면 수줍은 어린 소녀가 맞다.
원곡은 프랑스 샹송인데 그 곡을 주제로 모차르트가 변주곡으로 만들었고, 영국 시인 제인 테일러의 시 “별 (The Star)”이 가사로 붙여지면서, 우리에게는 ABC송의 원조인 반짝반짝 작은 별이 된 것이다.
곡 하나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하는 재미있는 과정이다.
오늘은 12개의 변주 중에서 V.6과 V.10을 연습했다.
6번 변주는 왼손의 16분 음표들이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해서 자칫하면 손가락이 꼬꾸라질 수 있다.
오른손의 멜로디를 연주할 땐 호흡이 편하다가, 왼손에 음표가 많아지면 갑자기 호흡이 가빠진다.
<※ 요즘 유행하는 광고에 나오는 음악이 바로 이 6번 변주이다.>
명품 배우 진선규가 출연한
현대자동차 suv Tuscon 광고
차분히 호흡하면서 연주하면 되는데,
서두르고 겁먹고 누르다 망하는 부분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 인생과 같은 위치다.
알면서도 마음처럼 안되니 문제지만....
V.10은 오른손과 왼손이 교차돼서 진행하면서
쉽게 말하면 양손을 꼬아서 연주해야 한다.
모차르트의 특기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보면 눈 가리고 연주하거나,
양손의 위치를 바꿔서 연주하거나,
심지어 누워서 연주하는 부분도 나온다.
연주가 아니라 묘기에 가깝다.
이 부분이 생각보다 어렵다.
곡 전체로 보자면 음악적인 색채를 나타내는 데 많은 성찰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마지막엔 아무 생각 없이 정말 단순하게
연주해야 한다는 거다.
Simple is best!!!!
만고의 진리다.
연주할 때 어떻게 쳐야지 하고 생각이 많으면
그 생각하다 음악이 흐르지 못한다.
음악에 빠져서 그냥 흘러가야 한다.
연습 마무리에 눈 감고 두 개의 변주곡을 나란히 연주해 봤다.
눈 뜨고 건반 보며 연주하는 것보다 훨씬 집중이 잘됐다.
모차르트가 쓴 편지를 모은 책이다.
1778년 가을의 편지를 읽다가 가슴에 와 닿은 구절을 써 본다.
천재라 불리는 모차르트도 엄마의 죽음과 생활고 때문에 괴로웠고
여러 가지 문제로 복잡 다단했던 심경을 편지에 써 내려갔다.
1778년 7월에 모차르트 엄마 안나 마리아는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예담출판사>
겨울에는 희망이 보이겠지요
아버지에게
새삼,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과 그간의 모든 일이 선명하게 되살아나서
비통한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평생 잊히지 않겠지요.
아시다시피 누가 죽는 걸 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그것이 하필 사랑하는 어머님의 임종이라니요!
그 끔찍한 순간에 저는 마냥 눈물을 흘리면서 힘을 주십사고 신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기도는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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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병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간의 일들을 좀 설명해달라고 하셨지요.
물론 그래야겠지요.
하지만 다소간 줄여서 말씀드리는 점은 이해해주세요.
이미 끝난 일이고,
슬프게도 결코 바뀌지 않을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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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8년 7월 31일 파리에서
아버지의 가장 충실한 아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Mozart: Dodici variazioni per pianoforte su "Ah, vous dirais-je, Maman" pianoforte: Ingrid Haebler, 1975 피아노 연주 -잉그리트 헤블러
모차르트 BBC다큐멘터리 한글자막 1부 "타고난 재능"
Mozart 12 Variations on "Ah vous dirai-je, Maman".
피아노 정명훈.
모차르트 "아, 어머니께 말씀드릴게요"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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