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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니스트조현영 Jan 20. 2018

베네치아는 밤마다 비발디가 흐른다

  -비발디 ‘사계’

 어릴 때 장화 모양의 나라는 무조건 이탈리아라고 외우던 기억이 납니다. 그 장화 나라 이탈리아 북부에 '베네치아'라는 도시가 있는데, 한때는 ‘베네치아’의 영어 이름이 ‘베니스’인 것도 모르고 지도에서 계속 찾았어요.


<리알토 다리>

 베네치아는 물 위에 지어진 도시라 버스나 전철 같은 육상교통이 하나도 없습니다. 물속에 박힌 나무 기둥 위에 건축물이 지어졌고, 이 건물과 반대편 건물은 중간에 운하가 있지요. 가장 높은 다리라는 뜻의 리알토 다리(Ponte de Rialto)도 있어요. 베네치아의 수호성인 성 마르코 성당과 넓은 광장 그리고 비발디가 신부로 일했던 피에타 성당과 아이들을 가르치던 수도원을 둘러볼 계획입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의 무대 베네치아.

건축의 도시 베네치아.     


 베네치아가 갖고 있는 타이틀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 많은 수식어 중 음악가인 저에게 가장 매력적인 건 빨간 머리 사제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 이탈리아)의 고향이라는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350년 전 그는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생활을 했을지, 그의 음악을 통해 상상해 보다가 직접 만나러  왔습니다.


 비발디는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1위로 뽑히는 ‘사계’의 작곡가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태양을 맞으며  곤돌라를 타고 비발디의 음악을 듣는다고 상상을 하니  가슴이 설레네요. 아들 펠릭스에게 비발디 음악을 들려주니 EBS 만화 ‘치로와 친구들’ 음악이라고 대답하면서, ‘치로’처럼 지휘를 하며 흥얼거리고 있네요. 역시 아이들은 들리는 음악보다 보는 음악을 훨씬 좋아합니다. 이런 걸 보면 만화나 영화에서 좋은 클래식을 자주 들려주는 것도 아주 효과적인 클래식 접근 방법인 것 같아요. 이젠 ‘치로와 친구들’에 나왔던 노래가 비발디 선생님의 작품이라고 기억하게 됐어요.      


<비발디가 일했던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 지금은 메트로폴 호텔>

 비발디가 음악 선생님으로 일했던 수도원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가 있던 자리에 생긴 ‘메트로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바로 옆에 있는 비발디 성당 ‘키에자 델라 피에타 (Chiesa della Pieta)’로 가보기로 해요. 하얀 대리석의 이 성당은 베네치아의 랜드마크인 산 마르코 광장에서 해변을 따라 동쪽으로 다리를 세 개 건너가면 나옵니다.  이미 350년 전과는 다른 풍경이지만 왠지 그 길 위에서는 비발디가 우리를 감싸 안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베네치아는 골목 어귀마다 크고 작은 성당에서 비발디의 음악이 흐릅니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계’ 말고도 ‘만돌린 협주곡’, 미사곡 ‘글로리아’ 등 많은 교회 음악과 첼로 협주곡을 작곡했습니다. 산 마르코 성당에도 쳄버 오케스트라가 있습니다. 브로셔를 보고 가능한 연주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관람하면 됩니다. 어른 28유로, 아이들은 22유로니 그렇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닙니다. 인터넷도 참고하세요. (www.virtuosidivenezia.com)


<비발디 성당 ‘키에자 델라 피에타 (Chiesa della Pieta)’>
<산 비달 성당 연주회 포스터>

 사계와 더불어 다른 비발디 음악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산 비달 성당도 강력 추천해요. 이 곳에서는 밤마다  비발디 연주로 가장 유명한 실내악단 ‘인터프레티 베네찌아니(Interpreti Veneziani)’가 무대에 오르고요, 가격은 29유로 정도예요. 베네치아에는 1720년에 세워진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플로리안(Florian)’도 있으니, 비발디의 음악을 듣고 나서는 그곳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과 젤라또를 먹으며 아들과 석양을 감상하려 합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제가 들려주는 설명과 음악들이 모두 기억되진 않겠죠. 저 역시 무리하게 욕심을 내어 아이가 다 기억하길 바라진 않으려고요.

그래도 엄마와 함께 한 이 순간들이 머리가 아닌 마음에 그리고 심장에 스며든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카페 플로리안>

 <사계>는 사계절을 나타내는 1곡당 3악장 구성으로, 모두 12곡이 한 세트입니다. 이 곡은 비발디 최고의 작품인데요, 비발디의 음악은 서로 비슷한 멜로디들이 많아 저희 연주자들도 가끔은 헷갈린답니다.  사계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주 들을 수 있는 비발디 곡이 또 있는데요, 바로 지하철 환승역에서 자주 흐르는 음악인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가단조 <조화의 영감 Op.3-6 (L’estro armonico Op.3-6)>입니다.

<비발디  조화의 영감 Op.3-6>

https://youtu.be/eTPiZup0QmM


 지하철에서 딴생각을 하다가도 이 비발디의 ‘따 딴딴딴 따라딴, 따라딴 따라딴 따라딴, 따라딴 딴 딴 딴’ 하는 선율이 나오면 놀래서 막 뛰어내린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시죠? <조화의 영감>은 모두 12개의 협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곡은 작품번호 3번 중 6번째 곡이라는 뜻입니다. 이 곡 역시 <사계>와 더불어 비발디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유투브 검색어: 비발디 사계/ Vivaldi Four seasons

바이올린 강주미 /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실내악관현악단

https://youtu.be/w5QuSQu1q4w  



Vivaldi - The Four Seasons (Nantes 2003) Europa Galante, Biondi  

               바이올린 파비오 비온디 /유로파 갈란테 연주                                                                                                 

https://youtu.be/SLP7c0o1Xq0

#피아니스트조현영 #조현영의피아노토크 #아트앤소울#비발디 #이탈리아#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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