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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니스트조현영 Feb 10. 2018

반가워, 잘츠부르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주제가 '도레미 송'


 새벽에 출발한 익스프레스 기차는 오스트리아의 동쪽 빈에서 중간 도시 린츠(Linz)를 거쳐 잘츠부르크로 향합니다. 빈에서 잘츠부르크까지는 대략 2시간 30분 정도 걸려요. 아이들은 아직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눈을 부여잡고 거의 끌려오다시피 했습니다.  가까스로 기차를 타는 데 성공했네요. 새벽부터 서두른 게 미안하긴 하지만, 잘츠부르크에서 펼쳐질 많은 일들을 상상하면 이 정도 수고는 당연한 거죠. 시간의 효율성을 따지자면 비행기를 타야겠지만 아날로그 감성주의자인 저는 도시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기차를 선택합니다. 유럽여행의 백미는 기차라는 생각으로.     

<유럽 기차>

   유럽의 기차는 정말 많은 것을 꿈꾸게 합니다. 지금이야 한국도 기차가 많이 발달되어 있지만, 돌이켜보면 유학시절에 탔던 기차가 제 기차 경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곳저곳 기차를 타고 다니며 느꼈던 것들, 기차 안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나눈 진솔한 대화들, 그리고 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며 했던 생각들. 오롯이 집중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이렇게 기차 예찬론자가 됐나 봐요. 엉뚱한 생각이지만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를 상상해 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어요. 멋진 누군가를 기대해보는 거. 상상인데 뭘 못하겠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아요.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지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상상 이야기를 하니 무한 긍정의 대가인 빨간 머리 앤이 생각납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여행! 앤의 말처럼 아이와 함께하는 이 여행은 생각대로 되지 않기에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이 크네요. 물론 적잖이 어렵기도 합니다만...

오스트리아 수도 빈(Wien)을 둘러보고 잘츠부르크에 입성합니다.         

              

잘츠부르크(Salzburg)!

‘소금성’이라는 뜻으로, 알프스를 병풍 삼아 만년설로 둘러싸인 이 작은 도시는 소금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당시엔 화폐가치가 있던 소금이 도시의 부를 가져다줬지요. 그랬던 도시는 1756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나면서부턴 소금의 도시가 아니라 모차르트의 도시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게 돼요. 해마다 세계 도처에서 모차르트를 느끼러 오는 관광객이 어마어마하거든요. 관광객들을 위한 연주회나 여행 상품 또한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잘츠부르크에선 주머니 비울 생각을 하고 여행해야 해요. 특히 음악가나 음악 애호가들에겐 꼭 가봐야 하는 성소 중의 성소지요. 저 역시 이미 여러 번 다녀간 잘츠부르크지만 올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이번에는 아들과 함께하니 더욱 기대됩니다. 철없고 끼 많은 천재 모차르트는 이 시골이 싫어서 하루빨리 대도시로 탈출하려 했다지만, 고향 잘츠부르크는 평생 그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은 모차르트도 잘츠부르크에게 고마워하겠죠? 어찌 보면 모차르트나 잘츠부르크나 양쪽 모두에게 기쁜 일일 겁니다.      


 일단 우리는 신시가지의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에 가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정취를 느끼고요, 구시가지의 모차르트 생가(Mozarts Geburtshaus)에도 가 볼 겁니다. ‘높은 곳에 위치한 잘츠부르크’란 뜻의 호헨잘츠부르크 성(Festung Hohensalzburg)에 올라 도시 전경을 내려다볼 거고요, 아이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마리오네트 인형극 공연도 갈 거예요. 미라벨 정원은 미라벨 궁전 안에 있는 예쁜 정원인데 1606년 대주교가 사랑하는 여인 살로메를 위해 지었답니다. 아니 신실해야 할 대주교님도 사랑 앞에선 어쩔 수 없었나 봐요. 처음 미라벨 정원에 갔을 때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덜덜 떨다 온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제발 해가 쨍하고 떠서 예쁜 꽃을 많이 보고 싶어요. 여행에서 날씨는 거의 복권이죠. 신이시여, 제발 맑은 날씨를 보여주소서!


유럽 여행은 거의 궁전과 성당, 정원이 중심이라 많이 보면 다 거기서 거기 같지만 그래도 잘츠부르크에 왔으니 미라벨 정원에 가서 도레미 송은 꼭 한 번 불러봐야죠.

여러분! 드디어 잘츠부르크입니다.



<정원 뒤로 보이는 호헨잘츠부르크 성>

   미라벨 정원 뒤로 높은 언덕 위에서 조용히 마을을 지키고 있는 호헨잘츠부르크 성이 보입니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에델바이스(Edelweiss) 노래가 흥얼거려져요. 순백의 고귀한 알프스의 꽃 에델바이스! 이 노래도 영화 속에서 트랩 대령이 가족노래자랑 무대에서 기타 반주를 하며 부른 노래로 유명해졌습니다.

        

<미라벨 정원에서 만난 아카펠라 합창단>

  공원을 나오는데 출구 근처에서 이런 합창단도 만나게 되네요. 토요일에 공원에서 하는 아카펠라 특별공연인데, 전문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공연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공연을 지켜보고, 또 그들과 함께 춤도 추고 하면서 모두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주제가 ‘도레미 송’     

 <마리아 선생님이 도레미 송을 불렀던 미라벨 정원>

나는 좋은 엄마인가? 나는 좋은 선생님인가?

어른이 돼서 보니 좋은 엄마와 선생님 역할을 다 잘하는 건 쉬운 게 아니더군요. 그런데도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잘한 분이 계셨으니 바로 우리의 마리아 수녀 선생님입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정말 오래된 영화지만 지금 봐도 너무 재밌고 감동적이죠.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오스트리아 출신 폰 트랩 대령 일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예쁘고 긍정적인 성격의 마리아 선생님이 주인공이고 잘츠부르크를 배경으로 촬영되었어요. 엄마가 없는 대령 집에 가정교사로 온 선생님이 엄격한 대령의 마음도 녹이고 7명의 아이들과도 잘 지냅니다. 나치를 피해 도망 다닐 때는 같이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사랑스러운 엄마이기도 했고요. 교사로도 엄마로도 배울 점이 많은 마리아 선생님. 정작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모르고 관광객들만 많이 아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미라벨 정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부른 도레미 송은 전 세계의 히트곡이 되었죠.


#피아니스트조현영#잘츠부르크#사운드오브뮤직#미라벨정원#아들#아트앤소울#도레미송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중 도레미 송

https://youtu.be/pLm07s8fnzM


https://youtu.be/PEodUg43Zpo


Edelweiss from The Sound of Music  에델바이스

 https://youtu.be/8bL2BCiFk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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