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아니스트조현영 Jan 27. 2018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 빈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빈의 중심인 오페라 극장을 둘러보고는 카페 자허(Sacher)에 들렀습니다. 자허 호텔 옆의 카페인데 왕실에도 납품했다는 초콜릿 케이크가 유명합니다. 저는 슈바르츠 커피를(Schwarz)를 마시고, 아들은 달달한 자허 토르테(Sacher torte)를 먹었어요. 사실 가격은 사악할 만큼 비싸서, 유학 시절에는 엄두도 못 냈는데...


이곳은 주로 오페라를 즐기러 오는 관광객이나 부자들이 다니는 곳으로, 미리 예약을 해야 합니다. 방금 본 오페라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서로 느낌 감정들을 공유하고픈 사람들로 언제나 줄을 서서 북적거려요. 


그리고 불쑥 들어가지 말고 입구에서 점원이 안내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요, 아들이 유럽은 어딜 가나 기다린다고 투덜거려요. 그래요, 맞습니다. 유럽은 기다리는 문화가 우리보다 훨씬 익숙합니다. 오늘도 아들은 이국땅에서 기다리는 법을 배웠어요.
<빈 오페라 극장>

 한량처럼 앉아 카페 안을 여유롭게 둘러봅니다. 약 200년 전의 예술가들도 빈의 카페를 사랑했어요. 작가들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그리엔슈타이들(Griensteidl)과 카페 첸트랄(Zentral), 화가들의 카페 뮤제움(Museum),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의 카페 렌트만, 황후 엘리자베스가 사랑한 카페 데멜(Demel)까지. 빈에서는 거의 모든 카페가 역사입니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멍하게 앉아 있는 사람, 열심히 신문을 읽는 사람, 거리의 지나는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 일행과 열띠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까지 모습이 각양각색입니다. 저쪽 한 켠에서는 누군가 열심히 글을 쓰고 있네요. 저도 종종 카페에서 글을 쓰곤 합니다. 적당한 잡음이 은근히 집중력을 높여 주거든요.

<자허 호텔>
<호텔 옆의 자허 카페>
<카페 자허의 멜랑제와 자허 케잌>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빈의 신년음악회(Neujahrskonzert in Wien)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한 유명 극장 덕에 생중계로 이 연주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직접 연주회를 가서 보는 것이 최고지요. 저 역시 아직 그 현장에는 있지 못했지만, 유학 당시 독일  국영방송을 통해 흐르는 왈츠를 들으며 괜스레 울컥도 했다가, 함께 박수도 쳤다가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음악의 도시 빈에서 아이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은 곡! 바로 신년음악회의 필수 프로그램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입니다. 서울 한 복판에 한강이 있다면 빈엔 도나우 강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학원에서 배웠던 명곡집의 ‘다뉴브 강의 잔물결’ 생각나시나요? 원어명과 영어명이 다른 지라 좀 헷갈리지만 ‘다뉴브(Danube)’강은 영어로 ‘도나우(Donau)’ 강이고 ‘빈(Wien)’은 ‘비엔나(Vienna)’입니다.

 독일 서남부 검은 숲(Schwarzwald)에서 시작된 강줄기는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헝가리를 지나 동쪽에 있는 흑해로 빠집니다. 그래서 도나우 강은 꼭 빈에만 있는 게 아닌데, 슈트라우스 주니어(요한 슈트라우스 2세) 덕에 도나우는 오직 빈에만 흐르는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꼭 헝가리의 도나우 강도 야경으로 감상하기를 바래요. 정말 멋집니다. 아참! 참고로 도나우가 아름답긴 하지만 물색이 푸르진 않아요. 어쩌면 우리네 한강이 훨씬 멋질지도.

          

<요한 스트라우스 2세  1825 ~1899 오스트리아>


 빛은 어두움 속에서 더 밝게 보이고, 희망은 절망의 순간에 더 절실해진다지요? 듣고 있으면 저절로 어깨를 움직이게 만드는 음악 '왈츠' 입니다만, 사실 이 곡은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의 전쟁(1866년)에서 참패하여 절망에 빠져 있는 국민들을 위해 1867년에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곡입니다.


 이 곡은 ‘왈츠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과 더불어 오스트리아의 비공식 국가 같은 곡입니다. 아마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로 희망을 노래했기에 신년음악회에 꼭 연주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원래 왈츠는 오스트리아의 민속 무곡인 렌틀러(Laendler)에서 발전된 남녀가 추는 3/4박자의 춤곡입니다만 빈 사교계에서 크게 인기를 얻습니다. 이것이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에 의해 예술 음악으로 변모하고요.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처음엔 남녀가 붙어 서로 손잡고 추는 춤의 반주음악이던 것이 위대한 작곡가의 손에 의해 독립된 기악 음악으로 승화된 것이죠.


우린 이 곡을 주변에서 많이 들어봤습니다. 유명한 TV 커피 광고의 음악으로도,  드라마에서도 삽입곡으로 쓰이고 있지요. 도시 중심에서 유유히 흐르고 있는 이 도나우 강을 보고 있자니 요한 슈트라우스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희망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이해됩니다.   



Wiener Philharmoniker - 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p. 314

연주- 빈 필하모니 , 지휘- 다니엘 바렌보임

https://youtu.be/iOD2tvNuzig


#피아니스트조현영#조현영의피아노토크 #초딩엄마 #아들 #유럽여행 #도나우강       

이전 01화 베네치아는 밤마다 비발디가 흐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