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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니스트조현영 Feb 17. 2018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모차르트 세레나데 13번 사장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직'

 

 여행을 하다 보면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곳이 있어요. 제겐 잘츠부르크가 특히 그런 곳입니다. 20살 청춘에 막연한 동경심만으로 처음 잘츠부르크를 방문했던 날! 고대도시 로마처럼 돌이 깔린 옛날 도로가, 양쪽으로 걸려있는 멋진 철제 간판 장식이 그리고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모차르트의 생가(Mozarts Geburtshaus)가 줬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저장소에 남아 있습니다. 그때가 여름이라 대성당(Dom) 앞에서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 Festival)이 한참이었는데요, 그날 듣던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을 잊을 수가 없어요. 두 개의 돔이 우뚝 서 있는 대성당은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제 기억을 더듬으며 마르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시간여행을 떠나볼까요?        


<모차르트 생가>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는 1756년 1 윌 27일에 게트라이데 거리 노란 건물 4층에서 태어났습니다. 1773년 그러니까 17살까지 살다가 잘자흐 강 건너 미라벨 정원 근처의 마카르트 광장으로 이사를 합니다. 게트라이데의 생가와 마카르트 광장의 살았던 집(Wohnhaus)이 각각 분위기가 달라요. 빈(Wien)에서처럼 잘츠에서도 모차르트의 흔적은 여기저기서 살필 수 있네요. 아들이 옆에서 혼자 중얼거립니다.


“엄마, 모차르트 선생님은 엄청 부자였나 봐요. 집이 여러 군데네요. 우리 집은 하나밖에 없는데..." 아이의 해석에 슬그머니 혼자 웃어봅니다. 지금은 이 건물의 4층부터 6층 까지를 박물관으로 꾸며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17살에 이사를 했다지만 어린 모차르트는 6살 때부터 유럽 이곳저곳으로 연주 여행을 다녔으니 일찍이도 출가를 한 셈이에요. 지금처럼 전화나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가 아녔기에 오로지 손으로 쓴 편지만이 유일한 가족들과의 연락이었습니다. 집에 남은 누이 난네를(Nannerl)과 어머니 안나 마리아(Anna Maria) 그리고 아버지 레오폴드(Leopold)와 나눈 편지들은 ‘천 번의 입맞춤이라는 책으로도 발간되었어요. 기회 된다면 꼭 읽어보세요.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  


게트라이데 박물관에는 고스란히 그의 편지들이 남아 있는데, 그 편지를 보니 20살엔 느끼지 못했던 모성애가 느껴지면서 눈가에 눈물이 맺습니다. 어린 아들은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었을 것이며, 엄마 또한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아들이 천재라 좋기도 했겠지만 저는 지금 제 곁에 있는 평범한 아들이 훨씬 좋네요. 거기엔 편지와 더불어 어린 시절에 사용한 악기와 초상화도 있습니다. 각 층으로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목재 계단의 삐걱대는 소리도 음악으로 들립니다.     


 오늘도 모차르트 선생은 전 세계에서 자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애호가들 사이에서 미소 짓고 있겠죠? 살아서도 유난히 사람을 그리워했던 그였기에 진정 행복할 겁니다. 모차르트 생가는 바쁘더라도 천천히 하나하나 잘 느껴보시길 바래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습니다. 모차르트 생가는 거리의 화려한 상점들 사이에 있어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법도 하지만 노란 건물에 ‘Mozarts Geburtshaus’이라고 크게 쓰여 있으니 쉽게 찾을 겁니다.          

    



<미리보는 2018년 부활절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포스터>

 매년 여름 7~8월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도 열립니다. 모차르트가 중심인 축제이긴 하지만 음악뿐만 아니라 연극, 오페라 등 다른 장르의 연주와 공연도 함께 합니다. 이 축제는 1920년에 처음 발족되었는데, 지금은 고인이 된 유명하고 잘생긴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랴얀이 많은 업적을 남긴 축제이기도 하지요. 카라얀은 예전에 우리 음악실에 걸린 사진이나 음악 노트에서 자주 본 얼굴입니다. 지휘봉을 들고 옆모습으로 고개 숙이고 있는 모습인데, 전 처음에 그 얼굴 보고 너무 잘 생겨서 연예인인 줄 알았어요. 사실 연예인보다 훨씬 인기가 많은 분인데 말이에요. 아참! 카라얀의 고향도 잘츠부르크예요. 이 도시는 여러모로 슈퍼 영웅들이 지키는 최강의 음악도시 맞지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던 체스판>

 살랑살랑 얼굴에 닿는 여름 바람을 느끼면서 대성당 앞에서 야외 공연도 보고 불 켜진 호헨잘츠부르크 성도 올려다봅니다. 모차르트의 익숙한 세레나데 멜로디를 안주 삼아 시원한 잘츠부르크의 국민 맥에델바이스(Edelweiss)도 한잔 마셔보세요. 아들은 초콜릿으로 엄마는 맥주로 행복한 잘츠부르크의 밤입니다.                     

<대성당 앞 광장의 축제>

모차르트 세레나데 13번 사장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직 K.525'


잘츠부르크에서 꼭 들어야 할 곡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3번 사장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직 K.525'입니다.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곡들은 대부분 고전파와 낭만파 음악입니다. 클래식의 중심에 해당되는 작곡가들이 그 시대에 많이 활동했기 때문인데요, 이것은 음악의 기초가 그때 정리되고 발전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6세 경의 어린 모차르트>

 여러분은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으세요? 저는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살았던 17,18세기 여행을 해 보고 싶습니다. 모차르트는 베토벤과 더불어 고전파 음악의 중심에 있지만 성향은 상당히 다릅니다. 베토벤이 고독한 성자였다면 모차르트는 즐거운 악동이었습니다. 그는 가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고 상당히 개구쟁이였으며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했습니다. 주변에 친한 친구들도 많이 있었던 걸 보면 그는 고독한 천재라기보다는 오히려 사람 속에서 살고 싶은 인간미 넘치는 서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성향은 그가 작곡한 작품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교향곡이나 협주곡 또는 오페라처럼 대규모 편성으로 귀족이나 종교지도자를 위해 작곡했던 곡도 많지만, 누이 난넬이나 아버지와 함께 연주하려고 가정에서 즐기며 연주할 수 있는 음악들도 많이 작곡합니다. 모차르트는 사람을 좋아했고, 집에서 몇 명의 친구들이 모여 이런 즐거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꽤 좋아했습니다.               

       


<모차르트의 가족사진-피아노 앞 누이 난네를과 함께, 오른쪽이 아버지, 벽에 걸린 사진이 어머니> 

    

즐거운 때는 모차르트를


모차르트의 음악은 일상의 즐거움입니다. 우리에겐 '한 밤의 소야곡'이라고 알려진 'Eine kleine Nachtmusik-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직'은 세레나데입니다. Serenade (세레나데)란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연가(戀歌)이기도 하고, 몇몇 사람들이 모여 연주하는 소규모의 관현악 합주를 말하기도 합니다. 보통 슈베르트의 세레나데가 전자의 의미라면, 모차르트의 세레나데는 후자의 의미이지요. 즐기는 음악을 작곡하면서도 그 역시 음악으로 밥벌이를 해야 했기에 대체적으로 이런 세레나데는 귀족들의 집에서 그들만의 파티를 위한 연희의 목적으로 더 많이 연주되었습니다.


모차르트가 천재라고 불리는 건 높은 IQ와 함께 메타포(Metaphor, 은유, 비유)를 잘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그의 천재성은 음을 배치하는 순서에서도 많이 발견됩니다. (조금 낯설 수도 있지만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모차르트 음악이 다르게 들릴 겁니다.)


보통 레~, 솔~, 레~, 솔~, 레솔레솔레솔레솔....이런 식으로 반복된 음을 나열하며 음의 길이(리듬)만 바꾸는 게 전형적인 고전의 방식이라면, 모차르트는 레~, 솔~,레~, 솔~, 레솔시레솔? 하고 음 배치를 변화시킵니다. 내려오기만 했던 음들이 U턴해서 질문하듯이 올라가는 거죠. 단순한 듯 하지만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음까지 듣는 그였습니다.


모차르트의 상상력은 정말 무궁무진했습니다. 주변에 널려 있는 사물이지만 관찰자에 따라 사물의 의미가 달라지듯이, 누구나 듣는 12음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음 배치를 찾아내는 건 그만의 창조적 영역이었습니다. 들린다고 다 아는 것이 아닌 것이죠.


전체 13곡의 세레나데 중 가장 많이 알려지고 유명한 세레나데는 1787년(나이 31세)에 작곡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직 (Eine kleine Nachtmusik)'입니다. 독일어 발음이라 억양이 좀 강하지만, 음악만은 정말 달콤하고 흥겹습니다. 인생 후반부를 궁핍하게 살았던 그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마냥 즐겁게 듣기엔 좀 미안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은 그의 낙천성이 부럽습니다.      


'즐. 겁. 다'

'즐거운'이란 단어가 갑자기 마음에 와 닿으며, 오랫동안 그 단어를 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전적 의미의 '즐겁다'는 '어떤 일이나 활동이 재미있거나 만족스러워 기분이 좋다'라는 뜻입니다. 저에게 즐거움의 의미는 행운보다는 소소하고, 평범보다는 가슴 뛰는 그런 느낌입니다. 여러분의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즐거울 때 어울리는 음악으로 모차르트의 세레나데만큼 달콤한 음악이 있을까요? 익숙한 멜로디의 1악장과 세련된 분위기의 2악장, 그리고 귀족적인 3악장의 미뉴엣을 지나, 경쾌하고 역동적인 4악장으로 곡은 마무리 짓습니다.

여러분도 즐겁지 아니한가요?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직 / 칼 뵘 지휘, 빈 필하모니

Mozart, Eine kleine Nachtmusik KV 525   Karl Bohm, Wiener Philharmoniker                                  https://youtu.be/nPbxIT9W1AY

Mozart, Eine kleine Nachtmusik KV 525

https://youtu.be/CNRQ-DW7064

#피아니스트조현영 #조현영의피아노토크 #아트앤소울 #현악4중주 #세레나데#모차르트#잘츠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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