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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니스트조현영 Mar 24. 2018

라이프치히로 떠나는 추억여행

-바흐 관현악 모음곡 3번 중 ‘아리아’ (G선상의 아리아)

 동독에는 유럽 클래식 여행 중에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도시 라이프치히(Leipzig)가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서쪽의 쾰른(Koeln)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나중에 박사과정 공부를 라이프치히에서 했습니다. 공부 첫 학기엔 집을 구하지 못해 통학을 했어요. 저처럼 집에 악기를 놓고 연습을 해야 하는 음악도들은 여간해선 기숙사나 아파트에 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주택을 구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쾰른에서 라이프치히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데, 그땐 힘든 줄도 모르고 다녔습니다. 거의 20년 전이니 젊었네요. 힘들었지만 습관이 무섭다고, 계속 다니다 보니 정들었던 기찻길이에요. 이번에는 초고속 열차(ICE)를 타고 아이와 함께 그 길을 떠나봅니다.      

<라이프치히로 데려다 준 ICE 초고속열차>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괴테는 이 길을 따라 라이프치히로 바이마르로 여행을 했습니다. 라이프치히에서는 법학을 공부했고, 바이마르에서는 노년을 보냈지요. 그래서 이 기찻길을 괴테 가도(Goethe Route)라고 해요. 곳곳마다 괴테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90년에 독일이 통일된 이후 지금은 많이 발전했지만, 라이프치히는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동양 여자들에겐 위험했습니다. 기찻길도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쪽으로 가는 길은 서쪽으로 가는 길에 비해 상당히 구불구불하고 분위기가 음침했고요. 물론 튼튼한 신체 덕에 잡혀갈 일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걱정은 되더군요. 그렇게 잔뜩 겁먹은 채 도착했는데, 막상 중앙역에서 만난 라이프치히는 대반전이었습니다. 3000개의 기둥으로 둘러싸인 중앙역의 규모가 엄청났고요, 동독의 잔재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현대적이었어요.      

<라이프치히 중앙역>

 공항처럼 큰 중앙역을 빠져나오니 떡하니 국영 방송인 MDR(Mitteldeutscher Rundfunk 중부독일방송)건물이 서 있습니다. 원래 이 건물은 라이프치히 대학의 일부인데, 재정난 때문에 방송국에 매각되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시티 호흐하우스(City Hochhaus-도시 속 높은 집)지만 라이프치히 사람들은 우니리제(Uniriese)라는 애칭으로 불러요. 독일어로 우니(Uni)는 '대학(die Universität)'을 말하고, 리제(der Riese)는 '거인'을 뜻하니 우니리제는 '대학 안의 큰 건물‘ 정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도서와 출판의 도시를 입증하듯 음악가들이 보는 악보 중엔 라이프치히라고 찍힌 것들이 엄청 많습니다. 그리고 세계 최초의 신문이 만들어진 곳도 라이프치히입니다. 작곡가 슈만도 이곳에서 음악신보(Neue Musikzeitung)라는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신문 만들기 하는 것도 참 좋은 활동 같아요.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쓰고, 또 그것을 신문이나 책으로 엮어 낼 수 있다는 게... 저도 아이에게 이번 여행을 마치고 나면, '펠릭스의 클래식 신문'을 만들어 보라고 할 참입니다. 한다고 할지는 모르지만요.     


 


 라이프치히는 클래식의 성지이자 도시 전체가 서양음악사의 산 현장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오케스트라인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eipzig Gewandhaus Orchestra)가 있고, 더불어 이름만 들어도 심쿵 하는 바흐, 멘델스존, 슈만이 활동했던 곳입니다. 또한 세기의 매력남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의 고향이기도 하죠. 시내로 더 들어가면 그라시 거리 4번지에 제가 공부한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 음악 연극대학(Hochschule für Musik und Theater "Felix Mendelssohn Bartholdy" Leipzig)이 있습니다.      





 바흐 관현악 모음곡 3번 중 아리아’ (G선상의 아리아)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1685~1750 독일>
 바흐는 여러 가지 악기의 소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바흐가 활동했던 바로크 시대에는 춤곡 장르가 유행이었는데, 바흐는 관현악 모음곡을 모두 4개 작곡했습니다. 유럽 각 나라의 춤곡을 묶어서 만든 겁니다. 독일 춤이면서 보통 빠르기의 독일 춤곡 ‘알르망드’와 조금 빠른 프랑스 춤곡 ‘쿠랑트’, 느린 스페인 춤곡 ‘사라반드’, 그리고 아주 빠른 영국 춤곡 ‘지그’라는 춤곡 악장들이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어야 고전 모음곡으로서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네 가지 기본 춤곡 사이사이에 ‘미뉴에트’와 ‘루레’, ‘가보트’ 등의 여러 춤곡들이 끼어들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4곡의 기본 세팅에 옵션이 되는 장르가 섞일 수 있다 ‘라는 겁니다.


‘모음곡’ 이란 단어는 이탈리아에선 ‘파르티타’(partita)라 불리기도 하는데, 바흐는 ‘파르티타’라는 이름의 모음곡도 작곡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흐를 너무 좋아했기에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 곡을 많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아이는 이 곡을 자장가 삼아 자곤 합니다. 워낙 곡의 템포가 안정적이고 차분한 데다, 멜로디들이 인접음으로 조용조용 움직이니 듣다 보면 심장 박동수가 안정이 되면서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아! 참고로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클래식이기도 합니다. 특히 화장실에서 이 음악을 들으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면서 성공적으로 일을 보고 나올 수 있어요. 꼭 한 번 실험해 보세요. 하하하!

<영화 '동감' 포스터>

 동감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시간을 초월해서 1979년의 여자와 2000년의 남자가 서로 사랑하는 영화인데, 거기서도 이 곡이 배경음악으로 등장합니다. 서로가 느끼는 감정이 하나가 되게 만드는 음악. 약 400년 전의 바흐와 21세기 저희도 이 음악으로 서로 하나가 됩니다.              


유튜브 검색어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G선상의 아리아'

 바이올린 정경화, 피아노 정명훈

https://youtu.be/PqtF7ttfMcM


BBC Proms 2010 - Bach Day 8 - Air On The G String                                                                            

 https://youtu.be/nqEOTYZuu-M?list=RDnqEOTYZuu-M

원전악기 연주 버전

https://youtu.be/pzlw6fUux4o

#피아니스트조현영#아트앤소울 #조현영의피아노토크 #바흐#라이프치히#클래식 #추억#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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