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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니스트조현영 Mar 10. 2018

모차르트와 황태자의 첫사랑은 어디로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합주협주곡) K.364 2악장

              

 고층건물과 현대식 공항의 프랑크푸르트를 봤다면 이번엔 음악과 학문의 정취를 느끼러 떠나봅니다. 관광객에게 프랑크푸르트는 스위스의 인터라켄과 비슷한 역할입니다. 융프라우를 위한 인터라켄이었다면 만하임과 하이델베르크를 위한 프랑크푸르트예요. 근처 관광지로 가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거든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아침 일찍 RB(근교의 지방으로 연결된 기차)를 타고 1시간 30분 동안 만하임으로 달려갔습니다. 시간이 맞지 않아 지방 기차를 탔는데,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진 않아요. 시간이 여유 있다면 아이들과 차창 밖 독일 시골 풍경을 느껴보는 것도 좋습니다.      

 만하임과 하이델베르크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서울에서 경기도 수원 들렀다 동탄 가는 정도의 거리지요. 두 도시 모두 같은 주에 있지만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대부분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은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인 하이델베르크만 보고 가십니다. 아마 저도 음악을 안 했다면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만하임은 특별한 관광지는 아니더라도 서양음악사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만하임악파(Mannheim school)’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저희 음악가들에겐 의미 있는 곳이죠.      

 만하임악파는 만하임의 선제후 카를 테오도르(Karl Theodor 1743~1799)가 만든 것입니다. ‘선제후’란 독일 황제를 뽑을 수 있는 선거권이 있는 제후를 말하는데, 정치적으로도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는 워낙 음악에 애정이 깊어서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를 늘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만하임악파는 작곡가 요한 슈타미츠(Johann Stamitz, 1717~1757)를 악장으로 하여 여러 명의 작곡가로 구성되었는데, 카를 테오도르 선제후가 1778년에 뮌헨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만하임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어찌 보면 한 사람의 지도자가 문화 흐름을 바꾼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하이든이나 모차르트도 이 악파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게다가 모차르트는 1777년(그의 나이 21세)에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머물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자주 등장했던 부인 콘스탄체를 만난 것도 바로 이 만하임입니다.
<하이델베르크 동네에 붙어있는 연주 포스터>
<부인 콘스탄체와 모차르트>

 그녀는 만하임에서 머물었던 여관집 주인 베버 씨의 딸이었어요. 사실 두 딸 중 언니인 소프라노 알로이지아 베버가 첫사랑이지만, 결혼은 동생 콘스탄체와 해요. 역시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네요. 이곳은 모차르트가 여기저기 여행하면서 쓴 편지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도시입니다. 천재 모차르트도 엄마와 함께했던 만하임 여행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깊은 연구를 하기도 했으니, 제 아들 펠릭스도 그렇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저의 마음과 달리 아들은 만하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군요. 아들 입맛에 맞는 여행지가 아니라 그럴까요? 얼른 소시지라도 하나 사주면서 분위기를 바꿔봐야겠어요.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합주협주곡) K.364 2악장     


 만하임에 왔으니 꼭 들어야 하는 곡이 있습니다. 바로 모차르트가 만하임악파의 영향을 받아 작곡한 곡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작품번호 364입니다. 이 곡은 그가 만하임과 뮌헨을 걸쳐 여행을 하고 고향인 잘츠부르크에 돌아와서 작곡한 곡입니다. 전체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나 2악장은 홍난파 선생의 ‘울 밑에선 봉선화’의 첫 부분과 비슷하여 기억하기가 더 쉽습니다.  


 신포니아 콘체르탄테(sinfonia concertante)란 라틴어인데 협주 교향곡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 활동했던 고전시대 음악의 한 종류로 협주곡과 교향곡이 섞인 형태지요. 원래 협주곡이란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독주자들이 등장해서 독주 부분을 연주하고 반주는 오케스트라가 하는 형태입니다. 그런 면에서 협주곡적이지만 독주 악기군이 관현악(Orchestra)과는 다른 주제를 연주한다는 점에서 협주곡(Concerto)과는 구분됩니다. 전형적인 협주곡들에서처럼 독주자들이 특히 부각되지는 않고 오히려 어떤 부분은 굉장히 교향곡적입니다.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고전 시대 전의 바로크 시대까지는 협주곡(콘체르토)과 교향곡(심포니 또는 신포니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무대 음악을 위한 서곡에 신포니아라는 이름이 붙기도 하였고, 안토니오 비발디는 뚜렷한 독주자가 없는 협주곡을 여러 곡 작곡하기도 하였습니다. 신포니아 콘테르탄테와 비슷한 곡으로 바로크 시대 음악 양식에는 콘체르토 그로소(합주협주곡)가 있습니다. 고전 시대에 이르러 교향곡과 협주곡은 보다 명확하게 나뉘게 되었고, 합주협주곡 (콘체르토 그로소)도 사라졌습니다, 18세기 후반의 만하임악파 등의 작곡가들이 이 두 장르의 혼합을 시도하였고, 그 영향을 받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작곡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모차르트의 신포니에타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 flat 장조, K. 364는 그가 작곡한 원곡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전곡을 들으면 정말 좋겠지만, 2악장은 꼭 들어보시길 바라요.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364 전악장

지휘 다니엘 바렌보임  

https://youtu.be/_0hTDZ0whpU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2악장

Mozart: Sinfonia concertante, Mvmt. 2a - Vengerov, Power                                                                                                                                                                                                                      

Wolfgang Amadeus Mozart
Sinfonia concertante in E flat major, K. 364 (320d)
II. Andante 2악장 느리게

Maxim Vengerov, violin /막심 벤게로프 -바이올린
Lawrence Power, viola /로렌스 파워- 비올라
UBS Verbier Festival Chamber Orchestra

https://youtu.be/Coy5jddKKAk

https://youtu.be/dn5vRciTrNU 노래 조수미

#피아니스트조현영#만하임#황태자#모차르트#신포니아콘체르탄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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