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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니스트조현영 Apr 21. 2018

카페 바움(Coffe Baum)에서 만난
음악가들

-바흐 커피 칸타타 BWV. 211

<카페 바움 층별 안내도>

 라이프치히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아직 남았습니다. 음악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독 수준으로 커피를 좋아하는데요, 18세기 중반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의 바흐 선생님이에요. 저도 커피를 사발 채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사람이라 라이프치히의 유명한 카페인 카페 바움(Coffee Baum)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아이들은 맛난 케이크를 먹고 어른들은 커피 박물관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겠다고 이 카페 바움을 들렀습니다. 

<카페 바움>

 바흐가 잠들어 있는 토마스 교회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이 카페가 있습니다. 그 옛날 바흐도 직장인 토마스 교회에서 일이 끝나면 아니 때론 짧은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도 이 곳 카페를 들렀겠죠?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니 바흐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지고 좋습니다. 좋아하는 누군가의 흔적을 더듬는 일은 열혈팬으로서 정말 가슴 뛰는 일이잖아요. 카페 바움(Coffe Baum)은 우리식으로 번역하면 ‘커피나무’라는 뜻이에요. 나무에서 열리는 그 조그마한 열매가 주는 기쁨이 상당합니다.     

<카페 바움 외관>

 


<멘델스존과 슈만의 얼굴이 반갑다>

  카페 바움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랜 된 카페로 1694년에 첫 문을 열어 무려 300년 동안 커피를 알리는 문화선구자적 역할을 했습니다. 괴테, 리스트, 바그너, 슈만, 멘델스존 등 역사적인 인물들이 방문한 곳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건물을 찾아다니지만, 유럽은 더 오래된 곳, 역사를 지니고 있는 장소를 선호하죠. 시간을 이겨낸 가치를 인정하겠다는 그들의 정신이 많이 부럽습니다. 카페 바움은 문화예술인들의 대화의 장소이면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장소며 휴식을 취하던 곳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었죠. 예나 지금이나 카페의 역할은 비슷하네요.     

<바흐의 흔적이 보인다>


<슈만과 카페 바움 케이크>

 

바흐 ‘커피 칸타타’ BWV 211     

 

상상해 볼까요? 300년 전 바흐가 카페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며 커피예찬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 카페 바움에 앉아서 가끔 작곡도 했다는 바흐 작품 중에 재미난 곡이 있습니다. 근엄하고 진지하기만 하는 그에게도 익살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커피 칸타타라는 곡인데요, 이 곡은 18세기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된 커피를 찬양하는 음악입니다. 본래 칸타타’(Cantata)라는 음악은 이탈리아어의 칸타레’(cantare, 노래하다)에서 유래했습니다음악 용어의 대부분은 이탈리아어입니다주변에서 자주 쓰는 피아노’, ‘포르테’, 유명한 캔커피 이름 칸타타가 그렇습니다.     

 칸타타는 대개 종교적인 내용의 ‘교회 칸타타’와 소규모 오페라라 할 만한 ‘실내 칸타타’로 그 종류를 나눌 수 있는데, 교회 칸타타가 진중한데 반해 실내 칸타타는 드라마 같고 기교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는 전형적인 실내 칸타타 작품입니다. 처음 라이프치히의 침머만의 커피하우스에서 바흐가 이끄는 콜레기움 무지쿰의 공연으로 소개된 이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모두 10곡으로 구성된 커피 칸타타는 풍자와 익살스러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바흐답지 않게 재미있습니다. 커피가 독일에 들어온 것은 17세기경인데 일찌감치 바흐는 커피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 「커피 칸타타」는 프리드리히 헨리가 쓴 시에 곡을 붙인 것인데 바흐 나이 47살인 1732년경에 쓴 것입니다. 커피를 끊으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와 딸의 실랑이가 주된 내용이죠. 예나 지금이나 하지 말라고 하는 부모님과 하겠다는 자식의 실랑이는 변함이 없네요.     

 아리아(Aria)란 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있는 서정적 독창곡을 말하는데, 이 칸타타에서는 딸의 아리아 “커피는 어쩜 그렇게 맛있을까”가 유명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커피! 커피!’를 반복하며 외치죠. 보통은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나 쳄발로 같은 건반악기가 같이 연주되는데, 유독 이 아리아는 플루트가 분위기를 돋우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쾌한 해설자와 감정 조절을 잘 못하고 버럭 하는 아버지 그리고 재치 있고 영리한 딸. 이렇게 세 명의 독창자가 주고받는 만담 같은 칸타타입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마당놀이 같아요. 판소리보다는 가볍고 재미있는 풍자가 가득한 내용이잖아요. 장소는 달라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곡입니다.  

 산책을 못하게 하고 스커트도 안 사준다고 하고, 심지어는 약혼자랑 결혼도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을 합니다. 그렇게 커피 마시는 것을 반대하지만 결국 딸은 아버지를 이기고 맙니다. 아빠의 바람대로 커피를 끊겠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안심시키려는 하얀 거짓말이었습니다. 뒤늦게 딸의 거짓말을 알아차리지만 못 이기는 척하며 아버지는 딸의 청을 들어줍니다. 너무 많이는 마시지 말라며.      

세상 어디서든 자식을 낳아 기른다는 건 많은 희생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바흐 커피 칸타타 중 '아! 커피는 어쩜 이렇게 맛있을까'

노래- 조수미

https://youtu.be/s4PpNlO_ZCs

'커피는 어쩜 그렇게 맛있을까'

https://youtu.be/VQzT09BgeWY

바흐 실내 칸타타 '커피 칸타타'

https://youtu.be/nifUBDgPhl4

바흐 커피 칸타타 BWV.211

https://youtu.be/H5Ocydot-vA

#피아니스트조현영#조현영의피아노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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