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지 말고 절로 가 있어!

그래서 청곡사로 갑니다.

by 노사임당

사람들은 소원 비는 걸 좋아하는가 봐요. 커다랗고 동그란 달만 보면 소원을 빌어요. 절에 가보면 눈에 띄는 돌로 탑을 쌓고요. 숫자 몇 개 종이에 표시하고는 부자 되길 빌기도 하데요.


그래서 저도 가봤어요. 영험한 청곡사로요. 뭐 빌게 있었냐고요? 아뇨. 절 입구에서 3번 절만 했어요. 브런치 응모한 거 당첨(?)되게 해 주세요. 뭐 이런 소원이라도 빌면 좋았겠지만, 평소에 참 막 야무지게 뭘 생각하는 타입은 아닌가 봐요. 그리고 가능성도 없는데 괜히 기대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별로일 듯도 하고요. 아? 그러고 보니 생각한 건 있네요. '내게 강 같은 평화~'하며 빈 거 같은데 절에 가면서 이 음은? 에헤!


그래도요, 가깝고도 오래된 이 절, 마음이 힘들 때 찾은 적은 있어요. 그런데 공짜로 깨달음이나 원하던 답을 안줘요. 소원 같은 걸 들어주지도 않고요. 당연하겠지만요. 그래서 지금은 절이라는 상징적인 곳에 가고 싶을 때 가요.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이 되면 찾고요. 낙엽비가 우박처럼 떨어질 즈음이면 때가 되었음을 감지하죠. '옆으로 팔 벌리고 빙빙 돌러 가야 하는구나' 하면서요.

절 가운데 모래를 파고 있기에 그런가보다 했죠. 스님이 이 놈들~합니다. 똥을 누었던거죠. 누가봐도 가족인 삵만한 냥이들입니다. 가까이 가니 나른하게 여유로운 울음을 냅니다

매주 수요일에 도서관에 가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요. <어반스케치> 요. 거길 가는 길에 이렇게 보물 같은 절이 있답니다. 마음만 먹으면 수요일 오전 9시에 언제든. 조용히 등산하는 사람들 속에 껴서 슬그머니 경내를 내 집 마당 둘러보듯 돌 수 있죠. 수건 돌리기하듯 절을 돌면서 대웅전에 소원을 슬쩍 흘려도 되고요. 흘린걸 몰라서 소원도 못 들어줍디다만.


십여 년 전에 옆 동네에 혁신도시가 생겼어요. 그 때문에 바로 근처인 우리 동네도 도로가 확장되고 길을 새로 만들고 부산했죠. 가장 아끼던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던 언덕이 사라진 건 지금도 아까워요. 만화에나 나올만한 곳이었는데. 한낮에도 그늘을 드리우던 멋진 길이 개발의 물결 속에 사라져 버렸죠. 청곡사 가기 전 길이 그냥 <급경사 내리막 주의> 도로가 되어버렸죠.

내려가는 길이 나무로 둘러싸여 동화속 나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 비밀스런 오솔길이 넓은 급커브길로 변했습니다.

허리도 다리도 아직 삐걱거려서 차로 갈 수 있는 청곡사에 바람소리와 물빛을 간단히 보고 왔는데요. 눈만 돌리면 주변에 이렇게 훌륭한 관광지가 있으니 부지런 떨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생뚱맞지만 저는 통영을 좋아해요. 사천도 좋고 남해군도 좋고 함양도 좋고 함안도 좋고 하동도 좋아서 우열을 가리려면 피 터지는 경합이 필요할 정도지만요. 이름만으로 뭔가 만감이 교차하는 통영은 어릴적 좋아했던 책이었던 나폴리를 닮은 데다가요. 부산의 축소판 같아요. 통영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래요. 굽이 굽이 좁은 길이 끝없이 이어져 생긴 골목이나 산으로 다니는 버스들이 참 많이도 닮았어요. 가장 대비되는 건 예술의 도시와 경박한 항구도시라는 차이지만요.(부산아 미안해)


주변에 이렇게 봐야 할 것이 갈 곳이 많아서 구석구석 찾아가고 싶은 곳이 넘치니 흐름을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골목길! 길 잃지 않고 탐험하기>가 주제여야 할지. <내가 사는 곳에서 보석 같은 곳 파먹기>로 해야 할지 <경남 수박 겉핥기>가 되어야 할지 <폐역 따라 2.5만 리> 여정이 되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몇 번 "이 길이 아니구나" 하고 "저 길도 아니었네?" 하다보면 감이 잡히겠죠. 부담없이 걸어보겠습니다.


그럼 글을 마치기 전에 진주 금산면에 있는 청곡사 소개 간단히 가져와서 적어 볼게요.





청곡사


[ 靑谷寺 ]

요약 경남 진주시 금산면(琴山面) 갈전리(葛田里)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


종파 대한불교 조계종

창건시기 879(헌강왕 5)

창건자 도선



879년(헌강왕 5) 도선(道詵)이 창건하였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12년(광해군 1)에 중건하였다. 현존 당우(堂宇)로는 대웅전 ·산신각 ·요사채 등이 있으며, 대웅전 앞에는 신라 말 ·고려 초의 3층석탑(경남유형문화재 5)과 1722년(경종 2)에 조성된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청곡사 영산회괘불탱(국보 302)이 있다. 또한 사찰 입구에는 목조제석천대범천의상(木造帝釋天大梵天椅像:보물 1232)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청곡사 [靑谷寺]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서>가 너무 뇌리에 새겨져서일까요? 절에 가면 부석사처럼 배흘림기둥만 있을 듯싶지만 청곡사는 그렇지 않아요. 시대도 나라도 달랐기 때문이겠죠? 기둥이 매끈합니다.


근데, 해인사가 큰 절이긴 한가봐요. 해인사의 말사라네요. 해인사가 본사라면 청곡사는 지사, 출장소 뭐 이런거랑 비슷한거죠.


오늘 찍은 따끈 따끈한 사진 공개합니다. 5년 된 엘쥐 폰입니다. 카메라 성능이 나빠져서 전화기를 바꾸려고 하는 중인데 빛이 잘 맞으면 또 이렇게 멋진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니 결심하기 어렵네요^^


아래 사진 중 청곡사를 사랑하는 이유인 호수! 그 위에 나무 섬. 작품이 되는 구도입니다.

청곡사 주차장 오른쪽 대문 나무. 40미터만 올라가면 김기덕 감독의 작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라고 해도 깜빡 믿을 호수. 나무가 섬에 뜬 듯 보입니다.
월아산 청곡사가 적혀있는 현판
크지 않은 절이지만 주변 나무들이 청곡사의 나이를 추측케 합니다. 주변 풍경과 하나인 듯 한 절의 모습.
청곡사를 흔들리는 간판으로 알려주는 귀여운 글과 나무에 걸린 앙증맞은 연등은 방문자에게 피식 웃음을 선사합니다.
걸어서 청곡사를 들어가려면 만나는 오래된 나무. 오른쪽 사진은 입구까지 차로 갔을 때 볼 수 있는 담.
화장실까지 역사와 전통이 철철 흐를듯 한 모습.

석가모니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요. 오래된 본당의 지붕.

이상 지어진 시기가 확실하여 역사적 가치가 높은 진주 금산면 소재 청곡사를 다녀왔습니다. 아는 길이라 집에 잘 복귀했음을 알립니다..


아 참, 아~주 중요한 걸 빼 먹었네요. 청곡사 갔다가 내려오시거든 <산들>에서 간단한 곡기하고 가셔요. 매일 매일 깔끔한 새 반찬으로 손님을 맞는 이 깨끗한 식당은요. 가격이 믿을 수 없을만큼 싼데 맛은 깜짝 놀랄만큼 좋아요. 저는 오래된 맛집 싫어하거든요. 일단 좀 뭐 더러워보여서... 맛 안 중요..이 식당은 깨끗. 맛도 깨끗. 가격도 깨끗. 메뉴가 입에 맞아야 할텐데..입니다. 순두부. 비빔밥. 두루치기올린 비빔국수. 닭찜 등등 그럼 제가 아이들 부모들과 저녁 먹을 일이 있으면 항상 가는 식당 소개까지 덤으로 얹어서 해놓고 뽕~합니다^^